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

2012. 4. 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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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욱 지음 / 반비 펴냄우치동물원 수의사 최종욱의 야생 동물 진료 일기아프고 다치고 버려진 유기 동물들까지 거두고 보살펴우치동물원을 출생률 1위의 안식처로 만들기까지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는 열정적인 수의사가 서울대공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600여 마리의 야생 동물들을 밤낮으로 보살피며 경험하고, 느낀 내용들을 담고 있다.

다종다양한 동물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수의사의 하루하루는 말 그대로 파란만장하다. 한겨울에 집을 나간 원숭이부터 1년 넘게 단식 투쟁을 벌이는 아나콘다, 모트에 빠져버린 호랑이, 동물원 역사 최초로 출산한 코끼리까지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야생동물에 대한 정보도, 지식도 부족한 상황에서 일이 생길 때마다 위태로운 생명을 살리고자 한의학 책도 뒤져보고, '밀가루 반죽법' 같은 기발한 치료법을 궁리해 내는 등 고군분투하는 수의사의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전해준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동물들이다. 책에는 동물원에 일 년에 한두 번 놀러 오는 관람객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수년 간 동물들 곁에 붙어서 살아온 사람만이 파악할 수 있는 동물들의 독특한 개성이 가득하다. 여러 동물이 모여 사는 초식동물사에서 깡패로 군림하는 단봉낙타, 오랫동안 독신을 고집하다가 뒤늦게야 짝을 만나 살림을 차린 침팬지 등 동물원에 사는 수많은 동물들의 속 깊은 사생활이 속속 드러난다. 특히 갓 태어난 새끼를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죽음을 미룬 어미 바버리양의 모성이나 평소엔 무심한 듯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새끼를 보살피는 아비 원숭이의 애틋한 부정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깊은 감동까지 얻을 수 있다.

어떤 동물에게든 헌신적인 수의사의 노력은 국내 최다산 동물원이라는 아름다운 결과를 낳았다. 동물들의 출산은 동물원에서 심신의 안정과 삶에 대한 의지를 얻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행위다. 우치동물원은 동물 쇼를 하는 상업적인 동물원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덕분에 부리 잘린 황새, 앞을 못 보는 불곰처럼 장애가 있거나 버려진 동물, 인기 없는 동물들도 차별하지 않고 모두 제 수명을 다할 수 있도록 보살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개성 넘치는 동물들의 모습에서는 낯선 야생 동물에대한 깊은 이해와 호감을, 열정적인수의사의 모습에서는 수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동물들에게 더 나은 안식처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동물원의 모습에서는 동물원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1. 동물원 수의사로 독보적인 이력을 쌓아온, 한국의 제임스 헤리엇, 최종욱!

호랑이 인공 포육부터 코끼리 출산까지 풍부한 현장 경험'밀가루 반죽법'부터 '프렌치 키스 치료법'까지 독창적인 노하우들 사람들은 흔히 수의사 하면, 개나 고양이를 치료하는 동물병원 수의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동물원 수의사는 앙증맞은 반려 동물이 아니라, 크고 거친 야생 동물을 주로 돌본다. 그래서 카우보이처럼 소와 씨름하는가 하면, 동물의 피와 양수를 온몸에 뒤집어쓰는 등 야생 동물만큼이나 거칠고 모험 가득한 직업이 바로 동물원 수의사다.

우치동물원에서 일한 10년을 포함해 20년 넘게 야생 동물만 돌보아온, 이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최종욱 수의사는 이 책에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동물원 진료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따뜻하게 풀어놓는다. 모트에 빠진 호랑이를 구하려고 맨몸으로 모트에 들어갔던 일, 입맛 잃은 도마뱀에게 '진상'할 메뚜기를 잡느라 여름 내내 동물원 곳곳을 뛰어다녔던 일, 목이 긴 기린을 서울에서 광주까지 수송할 방법을 찾느라 헬기까지 알아봤던 일 등 동물원 수의사로 겪은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끝없이 흘러나온다.

야생 동물 수가 적은 탓에 정보도, 기술도 부족한 국내 수의 환경에서 600여 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보살피느라 동분서주 하는 동안, 최 수의사는 야생 동물 전문 수의사로서 독보적인 경력을 쌓았다. 맹수의 제왕이라 불리는 호랑이를 직접 인공 포육했고, 기린이 죽었을 때는 전남대 수의대 창설 이래 최대 규모의 기린 부검 작업을 진행했다. 암컷 코끼리, 쏘이와 봉이의 출산을 지휘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최초로 코끼리 출산을 경험한 수의사가 되었다.

동물 진료 과정에서 최 수의사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개발하기도 했다. 분유를 삼키는 것도 버거워하는 과나코의 입천장에 밀가루처럼 반죽한 분유를 발라주는 방법을 개발했고, 한의학 책에서 힌트를 얻어 원숭이의 입안에 돋은 악성 종양을 실로 묶어 말라 죽이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했다. 갓 태어난 동물이 양수를 삼켜 숨 을 못 쉴 때 입으로 직접 코를 빨아서 양수를 제거해 주는 '프렌치 키스 치료법'은 선배 수의사에게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운 뒤, 동물원에서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휴일이면 가족들까지 아예 동물원으로 데려와 동물들을 보살피고 출산하는 동물이 있으면 한밤중에도 동물원으로 달려가는 등, 단순한 직업의식을 넘어 발휘되는 동물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책의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2. 출생률 전국 1위! 아프고 다치고 버림받은 동물들의 안식처가 된 동물원!

광주의 우치동물원은 수년째 국내 최다산 동물원으로 꼽히고 있다. 많은 동물들이 출산한다는 것은 그만큼 동물원이 동물들에게 좋은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우치동물원이 이런 안식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프거나 다친 동물, 버려진 동물, 기형으로 태어난 동물, 인기 없는 동물들을 내치거나 차별하지 않고 돌보아주기 때문이다. 상업적인 목적의 동물원이 아니므로 과도한 동물 쇼를 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부리가 잘린 채 동물원에 온 홍부리황새는 장애를 딛고 정상적인 황새들도 잘 하지 않는 짝짓기에 성공했고 다 죽어가는 채로 헐값에 팔려 왔던 표범은 저자와 사육사들의 극진한 돌봄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이런 사실은 동물원을 방문한 장애 학생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동물원에서 진행된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행사에 참여한 시각 장애 학생들은 우치동물원에 앞을 못 보는 불곰이 장애가 있는데도 가장 인기 많은 동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저자는 우치동물원의 사례를 통해 역사 깊은 동물원으로서 가진, 시설이 낡고 녹지가 부족한 점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을 고민하는 동시에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들의 안식처이자 놀이터로서, 그리고 도시에 사는 어린이들의 생태 학습의 장으로서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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