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토요타 캠리, 103가지 변화의 실체-1편

2012. 4.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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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올초 신형 캠리를 내놓으며 '103가지 변화'를 내걸었다. 이전 대비 103가지 항목이 새로워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인 항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오토타임즈는 103가지 변화를 일일이 파악, 변화의 폭을 연재키로 했다. 더불어 일반적인 자동차 기능에 대한 설명까지 포함해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자동차 전문지 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이번 연재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1. 디자인

①웨지 타입의 날렵한 측면 디자인

'쐐기'. 날렵한 모양을 설명할 때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표현이다. 같은 뜻의 영어 단어, '웨지(Wedge)'도 많이 쓴다. '쐐기'는 틈에 박아 넣기 위해 끝을 뾰족이 다듬은 물건을 뜻한다. 화살촉이나 못이 대표적이다. '쐐기'는 기능적인 이유로 고안됐다. 우선 표면과 맞닿을 면적이 작다. 그래서 어디든 쉽게 파고든다. 또한 일단 박고 나면 쉽게 뽑기 어렵다.

자동차 디자인에서도 '쐐기'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을 뿐 자동차는 늘 공기의 벽을 뚫고 다녀야하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마차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네모난 틀을 바퀴 위에 얹은 꼴이었다. 그 시절 자동차는 느렸다. 따라서 오지랖 넓게 공기 저항까지 챙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어디든 선구자가 있기 마련. 1899년 프랑스에서 시속 100㎞ 넘게 달리는 차가 등장했다. 이 차의 디자인은 수중무기인 '어뢰'에서 영감을 얻았다.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어 공기의 저항을 최소로 줄였다. 하지만 가치를 널리 인정받지는 못했다. 당시만 해도 일반인에게 자동차는 낯선 존재였던 까닭이다. 시대를 너무 앞선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이후 자동차 관련 기술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자동차 속도 또한 성큼성큼 치솟았다. 1906년 미국에선 이미 최고 시속이 200㎞가 넘는 차가 등장했다. 1930년대 독일은 아우토 유니온과 다임러 벤츠의 속도경쟁이 치열했다. 이들의 경주차는 시속 400㎞를 넘게 달렸다. 공기 저항과의 싸움은 엔진 못지않게 승패를 가를 요소였다.

독일 자동차 업체의 광기 어린 속도 경쟁은 한 레이서의 비극적인 죽음과 함께 막을 내렸다. 경주차가 초고속으로 달리다 돌풍에 휩쓸린 것. 그래서 더욱 공기 저항에 대한 자동차회사의 관심은 뜨거워졌다.

오늘날 역시 마찬가지다. 비단 레이스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타는 자동차도 공기 저항에 울고 웃는다. 연료소비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토요타 신형 캠리는 옆모습이 전형적인 '쐐기' 스타일이다. 콧날은 납작하고 꽁무니는 두툼하다. 그 사이를 잇는 지붕도 완만하게 솟아올랐다. 그래서 공기의 벽을 예리하게 뚫고 지날 수 있다. 또한 주둥이로 튕겨낸 공기가 지붕을 지그시 눌러 안정적인 주행을 뒷받침한다. '쐐기' 디자인의 앞뒤를 뒤집으면 전혀 반대의 효과를 낸다. 비행기 날개의 단면이 딱 그 모양이다.

② 공기 흐름의 밸런스를 맞춘 에어로 코너 디자인

강가의 조약돌은 자연에 순응한 결과물이다. 모난 곳 하나 없이 매끄럽다. 처음부터 이렇게 동글동글하진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물살에 깎이고 깎인 결과다. 자동차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어 오늘날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초기의 자동차는 마차와 판박이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성능을 뾰족이 높이면서 자동차는 '공기 저항'이라는 벽과 마주하게 됐다.

그래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기 시작했다. 자연에 순응하는 과정이었다. 각진 곳은 모조리 깎아냈다. 높낮이 차이는 미끈하게 이었다. 1930년대 독일의 속도 경주차가 좋은 예다. 날개만 없을 뿐 항공기를 쏙 빼닮았다. 디자인뿐 아니라 차체 설계, 엔진 등 많은 부분에 항공기 기술이 녹아들었다. 항공기 엔지니어가 자동차 개발에 뛰어는 예도 흔했다.

그런데 이 같은 유선형 디자인의 한계를 깨닫게 된 계기가 모터스포츠였다. 몇 시간의 극한 경주는 일반 도로 수 개월 달리는 것만큼 가혹했다. 따라서 아득한 한계 역시 금세 뚜렷해졌다. 훌륭한 경주차의 으뜸 조건은 '조종성'이다. 머릿속으로 의도한 것처럼 차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가속과 제동은 물론 핸들링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하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었다.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자연에 저항해야 했다. 공기의 흐름을 목적에 맞게 활용해야 했다. '쐐기' 디자인이 좋은 예다. 공기로 차체를 다지는 효과를 노렸다. 시속 300㎞를 넘나드는 경주차는 이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꽁무니에 날개까지 달았다.

이런 노하우의 결정체가 오늘날의 F1 머신이다.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웠던 모터스포츠 여명기의 경주차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치열한 승부 앞에 멋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F1 머신은 차체 곳곳의 돌기로 공기를 날카롭게 가른다. 그리고 조각조각 나뉜 공기의 흐름을 각 부위로 유도해 달아오른 엔진을 식히고 자세를 다잡는다.

토요타는 F1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신형 캠리에 녹여 넣었다. 날카롭게 뺨을 저민 앞뒤 범퍼가 대표적이다. 캠리의 콧날과 맞닥뜨린 공기는 반듯이 깎인 범퍼를 따라 차체 옆면을 빠듯이 옥죄며 흐른다. 그 결과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달릴 수 있다. 둥글게 다듬은 범퍼와 달리 소용돌이가 적게 생겨 소음도 적다. 게다가 경주차와 달리 멋까지 챙겼다.

③ 차체 흔들림 현상을 방지하는 에어로 핀

일부 비행기 날개의 끝자락엔 돌기가 뾰족이 솟아 있다. 아련한 추억 속의 종이학 날개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날개 끄트머리를 쫑긋 집어 세웠다. 이른바 '윙렛(winglet)'이다. 전체 날개와 비교할 때 크기는 보잘 것 없다.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행기의 속도와 연료소모율, 나아가 안전까지 책임진 '작은 거인'이다.

비행기는 날개 위아래를 흐르는 공기 속도의 차이로 양력을 얻는다. 공기는 날개와 맞부딪혀 위아래로 나뉘어 흐른다. 날개의 단면은 위쪽이 봉긋하고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평평하다. 공기의 흐름은 날개 위쪽이 아래쪽보다 빠르다. 보다 많은 면적을 훑어야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날개 위쪽의 압력이 낮아진다. 그 결과 위쪽으로 솟아오르는 양력이 발생한다.

그런데 날개의 끝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공기의 흐름이 복잡해진다. 공기가 날개 위아래뿐 아니라 옆으로도 흩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소용돌이가 생긴다. 비행기에 악영향을 끼치는 불청객이다. 무엇보다 소음과 진동의 원인이 된다. 진동은 날개의 내구성을 떨어뜨린다. 속도까지 늦춘다. 날개 끝 와류는 가까이 비행중인 다른 비행기의 안전에도 치명적이다.

자동차 역시 주행하는 매 순간 공기와 처연한 싸움을 벌인다. 공기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지구상에서 구르는 자동차라면 어떻게든 떠안아야 할 숙명이다. 자동차 역사의 여명기엔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공기와의 주도권 싸움에 적극 나서게 됐다. 슬기롭게 대처하면 이롭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덕분이다.

인위적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풍동실험실은 이런 연구에 가속을 붙였다. 엔지니어들은 차체 표면을 흐르는 바람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막연한 상식을 뒤집는 결론에 다다랐다. 모난 곳 없이 미끈한 차체는 공기의 벽을 쉽게 뚫는 반면 고속 와류 때문에 되레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자동차 디자인에는 이 같은 시행착오가 반영됐다.

토요타 캠리에는 '윙렛'과 비슷한 개념의 장비가 있다. 사이드 미러 지지대 안쪽과 테일램프 옆구리에 돌기를 세웠다. '에어로 스태빌라이징 핀'이다. 그런데 내용은 반대다. '윙렛'과 달리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그러면 차체 양쪽을 꾹 누르는 압력이 생겨난다. 그 결과 핸들링 안정성이 확연히 개선된다. 토요타가 F1에 참가하며 거머쥔 값진 노하우 가운데 하나다.

④ 차체 사이즈에 적합한 17인치 알루미늄 휠

해마다 전 세계 주요 모터쇼에는 화려한 컨셉트가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컨셉트카는 조만간 나올 신차를 암시하는 예고편이다. 자동차 업체의 장밋빛 꿈을 알릴 수단이자 언론과 관객의 반응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극단적인 과장과 의도적인 왜곡도 거리낌 없다. 기발한 상상력과 다양한 기교로 시선을 잡아끈다.

그런데 컨셉트카가 몇 년 뒤 양산차로 거듭나면 사뭇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휠과 타이어가 대표적이다. 휠 하우스를 터질 듯 채웠던 컨셉트 시절과 달리 바퀴가 아담한 크기로 쪼그라들기 일쑤다. 이 차이에서 상실감을 느끼는 건 소비자뿐 아니라 디자이너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과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이상을 다소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괴리엔 합당한 이유가 있다. 컨셉트카는 순간의 삶에 충실하다. 반면 양산차는 일반 도로를 매일 같이 달려야 한다. 따라서 성능과 연비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요즘은 컨셉트카와 양산차의 경계가 나날이 희미해지고 있다. 휠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쟁적으로 지름을 키우는 추세다. 심지어 20인치 이상의 휠을 끼운 차도 흔하다.

이처럼 큰 휠은 보기에 멋지다. 그러나 대가가 뒤따른다. 우선 휠과 타이어가 커지는 만큼 무게가 늘어난다. 그만큼 힘을 갉아 먹는다. 넓은 타이어는 땅을 잘 움켜쥔다. 반면 노면에 맞닿은 부위가 넓어 저항도 크다. 그 결과 효율이 떨어진다. 같은 이유로 소음도 크다. 요철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게다가 가격마저 비싸다.

물론 고성능 차는 크고 넓직한 타이어와 궁합이 좋다. 엽서 네 장만한 면적으로 수백 마력을 소화하는 자동차의 특성 때문이다. 반면 패밀리 세단에 너무 큰 휠은 과욕이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쉽게 포기 못한다. 수치화되지 않은 혜택보다 눈에 띄는 매력에 더 끌리는 소비자의 심리를 잘 아는 까닭이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를 내놓으며 적정한 선을 지켰다. 휠과 타이어 크기를 17인치에 묶었다. 소비자의 욕망에 맞장구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자신들의 기준을 지켰다. 수많은 크기 가운데 17인치를 고른 이유는 명확했다. 신형 캠리의 덩치와 무게를 감안할 때 접지력과 주행안정성, 성능과 연비, 안전성이 황금비율로 빛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⑤ 크롬 타입의 오너먼트

한때 반짝거리는 도금이 자동차의 안팎을 가리지 않고 파고든 적이 있었다. 세단의 그릴부터 SUV의 범퍼 가드까지 '반짝이 장식' 천지였다. '반짝이 장식'은 비단 자동차뿐 아니라 패션과 건축을 아우른 '부의 상징'이었다. 이 같은 함의의 밑바탕엔 고귀한 것에 대한 동경이 깔려 있다. 과시하는 사람이나 동경하는 자나 '반짝이 장식'에서 금은보화를 떠올렸다.

자동차는 일회성 짙은 옷이나 영구적인 건물보다 '반짝이 장식'에 탐닉하기 좋은 수단이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바꿀 수 있는 데다 선택의 폭도 넓다. 또한 엄청난 가격의 고급차가 아니더라도 얼마든 '반짝이 장식'으로 선택된 소수의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는 '반짝이 장식'의 대중화를 이끈 동시에 몰락을 앞당긴 주역이기도 했다.자동차가 늘어나면서 '반짝이 장식'도 흔해졌다. 희소성이 무뎌졌다. 자연스레 매력이 흐릿해졌다. 자동차 업계가 '반짝이 장식'에 의존하지 않고 고급스러움을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업계는 우아한 디자인과 결이 고운 가죽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했다. 특정 부위보다 전반적인 비례, 튀는 소재보다 고유의 질감을 강조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럼에도 '반짝이 장식'은 여전히 자동차가 즐겨 쓰는 소재다. 선연한 광택과 섬세한 디테일로 디자인의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장신구'라는 뜻의 영어 단어 '오너먼트(ornament)'라고 부른다. 자동차 업계가 시나브로 비율을 줄이면서 '오너먼트'의 존재감은 오히려 더 부각됐다. 그런 만큼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한 양의 '오너먼트'만 쓰는 기교가 중요해졌다.

토요타 신형 캠리 역시 '오너먼트'를 가급적 아껴 썼다. 앞뒤 윈도의 테두리, 앞뒤 문의 끝자락과 맞물리는 차체, 그리고 테일램프 사이에만 제한적으로 씌웠다. 흔치 않아서 유독 시선을 잡아 끈다. 신형 캠리에서 크롬 타입의 '오너먼트'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 은은한 빛을 머금은 금속 띠로 스포티한 분위기 물씬한 디자인에 '품격'을 깃들였다.

신형 캠리의 '오너먼트'는 고상한 느낌을 더하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었다. 한층 빠듯하게 죈 윈도 라인을 부각시켜 속도감을 더했다. 동 떨어진 좌우 테일램프를 한 가닥으로 엮어 시각적 안정감도 꾀했다. 뒤따르는 차의 조명을 반사해 스스로의 존재를 보다 뚜렷이 알리는 수단이기도 하다. 게다가 도어 밑의 '오너먼트'는 차를 보다 길어 보이게 만드는 동시에 철판 부식도 막는다.

⑥ 하이브리드 엠블럼

지난 1993년, 토요타 사내에선 '21세기에 적합한 차'가 화두로 떠올랐다. 아슴푸레하게 싹 튼 아이디어는 친환경차로 귀결됐다. 이듬해 프로젝트팀 'G21'이 구성됐다. 그리고 1995년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목표는 '두 배의 연비, 절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프로젝트팀 'G21'이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하이브리드였다.

'하이브리드'(hybrid)'의 사전적 의미는 '잡종 혼혈'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휘발유나 디젤 엔진 등 내연 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동력원을 일컫는다. 1997년 12월, 토요타는 마침내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선보였다. 그런데 토요타는 목표를 높게 잡았다. 엇비슷한 하이브리드차를 확대 재생산할 생각이 없었다.

고민 끝에 다양한 굴림방식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하는 도전에 나섰다. 렉서스 RX400h과 450h(토요타 해리어)로 앞바퀴 엔진, 뒷바퀴 모터의 AWD 하이브리드를 완성했다. GS450h를 통해 뒷바퀴 굴림 고성능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또한 LS600h는 드라이브 샤프트를 쓴 정통 사륜구동 방식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구성이었다.

쉬운 길 놔두고 고생을 자처한 대가는 뿌듯했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SUV와 스포츠 세단, 최고급 차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또한 우월적 지위를 뽐낸다. 북미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토요타의 라이벌은 혼다 인사이트, 시빅, 어코드 등이지만 경쟁은 제한적이다. 닛산은 토요타 시스템을 구입해 알티마 하이브리드에 얹고 있다.

캠리에는 2006년 6세대부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번 7세대 캠리 역시 하이브리드 버전을 거느렸다.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는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으로 V6 3.6L와 맞먹는 성능을 낸다. 전기모터의 지원사격 덕분이다. 같은 이유로 23.6㎞/L의 공인연비를 뽐낸다. 6세보다 무려 20%나 개선된 수치다.

6세대 캠리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모델과 외모가 달랐다. 앞뒤 범퍼 모두 다르게 빚었다. 반면 신형은 똑같다. 대신 엠블럼으로 차별했다. 반짝이는 크롬 띠 주위로 은은한 푸른빛을 드리웠다. 하이브리드 엠블럼은 토요타 하이브리드를 상징하는 고유 표시다. 또한 친환경이란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오너를 암시하는 기호이기도 하다.

인체공학적인 입체 인스트루먼트 패널인스트루먼트의 사전적 의미는 도구나 기구, 기계, 계측기다. 악기를 뜻하기도 한다. 자동차에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각종 계기와 스위치를 모아놓은 부위를 일컫는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 기어 레버와 더불어 운전자가 자동차와 소통하는 수단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운전자의 다양한 조작을 받아들인다. 동시에 갖가지 정보를 운전자에게 알린다.

운전자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곁눈질하고 매만진다. 때문에 자동차회사는 이 부분 디자인에 유독 공들인다. 해당 브랜드의 고집과 철학이 스미는 배경이기도 하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디자인도 유행을 탄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기능에 충실했다. 또한 브랜드마다 조작법이 제각각이었다. 때문에 차를 바꿔 타면 쉽게 적응이 어려웠다.

반면 요즘 자동차는 겉모습만큼 인스트루먼트 패널도 멋을 부린다. 탑승객을 오붓이 감싸듯 휘어내고, 계기판을 복층으로 나누거나 한 복판 넣는 등 저만의 개성을 뽐내기 바쁘다. 앞모습의 이미지를 담기도 하고, 음이온 방출하는 소재로 감싸 웰빙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능성은 여전히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핵심 가치다.

잘 디자인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차에 처음 타는 사람도 각종 기능에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전문용어로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라고 한다. 가령 계기판은 숫자와 바늘을 선명하게 띄워야 한다. 스위치는 운전석에 앉은 채 손을 뻗어 닿을 거리에 심어야 한다. 기능별로 오롯이 묶어 손이 여러 번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센스도 필수다.

훌륭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갖춰야 할 또 하나의 조건은 '감성품질'이다. 논리를 배제한,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품질이다. 운전하며 수도 없이 어루만질 스위치의 촉감, 버튼을 조작할 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저항, 각 패널 사이의 틈새, 모서리 처리, 냄새 또는 향기, 각종 조작에 뒤따르는 신호음, 소재의 질감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야에 걸쳐 있다.

토요타 신형 캠리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기본에 충실하다. 의미 없는 '꽃단장'에 연연치 않았다. 말안장에서 영감 받은 'T'자로 정갈하게 꾸몄다. 주변을 아우른 대시보드는 위아래 살짝 접은 듯 입체감 있게 나눠 지루함을 덜었다. 무릎 닿는 부위엔 푹신한 소재를 씌웠다. 보면 볼수록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베스트셀러 카의 저력은 이런 데 있다.

섬세한 스티치 마무리 대시보드 '핸드 메이드(Hand Made)'는 산업혁명 이전엔 평범한 생산방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의미는 각별하다. 특히 대량생산 아이콘 격인 자동차에서 수제작의 가치는 남다르다. 그래서 한정된 수요층을 겨냥한 차는 '장인의 손맛'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다. 몇 개월씩 걸리는 생산과정마저 특별한 의식처럼 포장하고 미화한다. 수퍼카나 최고급차가 좋은 예다.

그러나 '장인의 손맛'에 꼭 긍정적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실수나 오차가 뒤따를 수 있다. 사람 손을 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균일한 품질과 상태를 확신하기 어렵다. 물론 소량생산을 고집하는 자동차는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차'라는 핑계 뒤로 슬그머니 숨지만, 그럼에도 수제작 차는 늘 동경의 시선을 받는다. 희소성과 그 안에 깃든 정성 때문이다.

손맛을 향한 소비자의 경외심을 꿰뚫어 본 회사들은 기대에 호응할 방법을 찾았다. 이를테면 대량생산 차에 '손맛'의 흔적을 남긴다. 공장에서 쾅쾅 찍어낼지언정 일부 공정엔 '손맛' 깃든 정성을 담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알고 보면 로봇 즐비한 자동차 공장에서도 수작업에 의존하는 공정이 꽤 많다. 가죽과 관련된 공정이 대표적이다.

염색과 가공을 마친 가죽을 다시 한 번 선별하는 건 숙련된 장인의 육안에 의존한다. 기계만큼 빠르고, 기계보다 정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죽을 정교하게 재단하는 건 기계의 몫이다. 스캐너로 가죽의 크기와 모양을 가늠한 뒤 잘라낼 모양을 가득 채운다. 그러면 기계가 최소한의 자투리만 남긴 채 조각조각 오려낸다. 이후 다시 주도권은 사람 손으로 넘어온다.

숙련공은 재봉틀로 시트나 콘솔 등 부품에 맞게 가죽의 이음새를 꿰맨다. 이 과정에서 '손맛'이 드러난다. 가죽을 밀어내는 속도와 방향이 일정해야 한다. 그래야 바르고 촘촘한 스티치가 나온다. 가죽은 안팎을 뒤집어 가공한다. 그래야 박음질 마친 뒤 뒤집어씌우기 좋다. 부품에 접착제를 바르고 가죽을 우는 곳 없이 펴서 씌우는 과정 또한 수작업이다.토요타는 신형 캠리의 대시보드에 '손맛'을 담았다. 우선 천연가죽의 질감을 고스란히 살린 진회색 마감재를 씌웠다. 그리고 단단히 엮은 베이지색 실로 꼼꼼히 꿰맸다. 차가운 기계와 어우러지면서 가죽을 형상화한 대시보드와 실은 거듭났다. 소재의 한계를 넘어 삭막한 풍경을 따스한 온기로 녹이는 '감성'의 상징으로.

⑨사용하기 쉬운 배치의 센터페시어센터페시어는 앞좌석 공간을 좌우로 나누며 우뚝 선 부분을 일컫는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한복판에 자리한다. 운전과 직접적 관련은 없다. 하지만 쾌적한 주행을 위해 필요한 기능을 아우른다. 때문에 센터페시어에는 자동차 실내의 스위치가 집중된다. 보통 오디오와 온도조절장치, 내비게이션 띄울 모니터 등을 배치한다. 일부 차종은 가장 위에 계기판이 있다.

한때 스위치 개수가 첨단의 척도인 양 추앙받았다. 공간이 모자라 뚜껑과 속살 양쪽에 촘촘히 스위치를 박은 TV 리모컨이 선망받던 시절이었다. 자동차는 한 술 더 떴다. 센터페시어에 깨알 같은 스위치를 100개 넘게 넣은 고급차도 있었다. 그게 10~20년 전이다. 아직도 이 같은 구시대적 착각에 빠진 자동차가 존재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반면 오늘날 대부분 자동차는 센터페시어 스위치를 줄이는 중이다. '유저 인터페이스'가 화두이기 때문이다. 자동차회사의 목표는 같았다. 어떻게 하면 보다 쉽고 편하게 각종 기능에 접근할 수 있을지 연구했다. 하지만 접근법과 결과물은 각양각색이었다. 통합 조작 장치와 음성 인식 시스템을 선보인 곳도 있고, 움직임을 인식해 반응하는 장치까지 나왔다.

그런데 딜레마가 있었다. 젊은 층은 비교적 쉽게 적응했다. 첨단 기기 다루는 데 익숙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장년층은 오히려 불편을 호소했다. 원하는 기능의 스위치를 직접 누르는 방식을 선호했다. 결국 통합 조작 장치가 무릎을 꿇고, 바로가기 스위치가 마련됐다. 음성 인식 시스템은 인식률이 성에 차질 않았다.

결국 '유저 인터페이스=신기술'의 등식이 꼭 성립되는 건 아니었다. 기존 스위치만 잘 활용해도 얼마든 조작성을 높일 수 있었다. 캠리의 센터페시어는 다이얼 네 개로 사다리꼴 공간을 강조했다. 그리고 가운데 큼직한 모니터를 위치시켰다. 왼쪽엔 오디오와 전화, 오른쪽엔 내비게이션과 설정 스위치를 기능별로 나눴다.

⑩ 고급감을 극대화한 우드트림

자동차는 기계 덩어리다. 구멍 송송 난 철판과 뾰족한 날을 세운 톱니, 구리선 칭칭 감긴 전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별별 냄새와 기름이 구석수석 흥건히 고인다. 치명적인 고압도 여기저기 흐른다. 널빤지나 스티로폼도 있다. 스테이플러로 콱콱 찍은 곳도, 접착제로 붙여 다림질한 곳도 있다. 자동차는 이처럼 거친 소재를 가혹하게 가공해서 만든다.

또한 엔진은 불지옥이나 다름 없을 만큼 가혹하다. 피스톤이 압축한 공기와 연료는 스파크가 불꽃을 튕기는 순간 1만℃의 화염으로 변해 실린더를 불사른다. 흡배기의 숨통을 잇고 끊는 밸브는 흡사 파르르 떠는 것처럼 보인다. 초침이 '째깍' 한 칸을 지나는 찰나 피스톤의 수직왕복운동은 커넥팅로드와 크랭크축을 지나며 100여 회의 회전운동으로 바뀐다.

하지만 이런 실체를 확인할 기회는 별로 없다. 어렴풋이 알고 있어도 낱낱이 확인하고 싶지도 않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등심은 먹되 도축장은 보기 싫어하는 것과 같다.

자동차회사도 소비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행여 탑승객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면 악착같이 감춘다. 전선 한 가닥, 철판 한 뼘 보이지 않도록 꽁꽁 감싼다. 나아가 소비자가 익숙해 할 소재와 모양을 담으려고 애쓴다. 구성과 크기는 확연히 다르지만 폐쇄된 개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자동차는 집과 공통분모를 갖는다.

'달리는 응접실'. 어디선가 들어본 자동차 광고 카피다. 자동차 실내는 응접실을 암시하는 단서로 가득하다. 계기판의 눈금과 바늘은 거실 시계의 이미지와 겹친다. 발 디딜 곳엔 부드러운 감촉의 카펫을 깐다. 몸을 편안히 떠받치는 시트는 소파에 다름 아니다. 오디오는 집에서 늘 듣던 음악을 연주한다. 모니터는 안방에서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을 띄운다.

고급차일수록 거실과 교감의 수위가 높다. 결이 고운 가죽을 씌우고 한층 부드러운 카펫을 바닥에 놓는다. 가구를 연상시키는 목재 장식도 아낌없이 쓴다. '우드 트림'이라고 부르는데, 나뭇결무늬를 감쪽같이 재현했다. 신형 캠리 역시 '우드 트림'으로 거실의 포근한 느낌을 살렸다. 캠리 가솔린은 호두나무, 하이브리드는 잿빛으로 차별화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글/김기범(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료협조/한국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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