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이드라인보다 학교 자율로 운영"

2012. 3. 2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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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이 키운 교육강국 뉴질랜드를 가다학교운영·교육과정 등 자치기구서 결정특기·적성 살리는 교육 중점…사교육 학원 거의 없어

"뉴질랜드 초·중·고등학교의 커리큘럼(교육과정)은 세계적으로 독특합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세부 내용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모두 다르죠."

지난 22일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웰링턴하이스쿨에서 만난 니겔 한톤 교장은 얇은 노트 한 권 분량의 '뉴질랜드 커리큘럼'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뉴질랜드 교육부가 만든 이 책자에는 초·중·고(1~13학년)의 모든 교육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들어 있다. 대략적인 방향과 목표 등 기본 틀만 들어 있어 구체적인 교육내용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만든다. 뉴질랜드를 교육강국으로 만든 비결이다. 뉴질랜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등 각종 교육평가에서 핀란드와 함께 매년 최상위권에 든다.

◆'학교 자치'가 만든 자율성·다양성

웰링턴의 유일한 국립 남녀공학인 웰링턴고교는 1886년 설립됐으며 학생 수는 1050명(외국인 학생 80명)이다. 한톤 교장은 "오늘은 정규수업이 없는 인터뷰 데이로 11~13학년생들이 부모와 함께 학교를 방문해 장래 목표 등에 대해 교사와 상담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교장의 안내로 둘러본 학교 곳곳에서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학교 로비에서 공 던지기 놀이를 하던 학생들은 교장을 보자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장소에서 공놀이를 하는 것에 대해 나무랄 법도 한데 교장은 "조심하라"는 말뿐이다. 상담이 없는 9~10학년생들은 곳곳에서 체육수업을 하고 있었다. 학교 운영과 세부 교육과정은 학부모 대표가 주축인 학교운영위원회(BOT·Board Of Trustees)가 결정한다. 9~10명으로 구성되는 BOT는 교장과 학교의 모든 행정인력을 선출하며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연다. 위원은 당연직인 교장 및 학생 대표, 선출된 학부모 대표로 구성된다. 한톤 교장은 "모든 학부모가 학교운영위원으로 뽑힐 수 있다"며 "원하는 학부모를 후보로 올린 뒤 학부모들을 상대로 우편 투표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조례를 만들어 각 학교에 지키도록 강요하는 한국과 달리 뉴질랜드는 학교운영위원들이 자율로 결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교별로 교육 내용이 차별화된다.

◆무상급식 없는 초등학교

손던(Thorndon)초등학교(1~8학년)는 웰링턴 시내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학생 수는 270명으로 뉴질랜드에서는 중간 정도의 크기다.

알리스태어 차테니어 교장은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학습과 다양한 분야의 통합교육, 사고력을 길러줄 수 있는 핵심역량(key competence)을 키워주는 게 교육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는 대표적인 복지국가 중 하나이지만 한국과 달리 무상급식은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온다. 차테니어 교장은 한국에서는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얘기를 듣고 "왜 하느냐"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3시. 한국과 비교하면 숙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숙제보다는 특기와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과외활동과 스포츠·음악활동 등을 중시한다. 사교육을 담당하는 학원도 거의 없다. 교육부 산하 교육홍보기관인 에듀케이션 뉴질랜드(ENA)의 미셸 와이츠만은 "한국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지만 여기서는 학업이 뒤처지는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고 설명했다.

웰링턴=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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