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고아 소년의 통쾌한 복수극

'화차', '해를 품은 달', '노서아 가비' 등 요즘 잘 팔리는 소설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드라마로 만들어져 시청자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리거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드라마 또는 영화의 대중적 인지도에 힘입은 베스트셀러와 달리 순전히 소설 자체의 매력만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책이 있다. 이달 초 출간된 뒤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 국내소설 코너에서 줄곧 최상위권을 달리는 김영하(44)씨의 장편 '너의 목소리가 들려'(문학동네)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초판 1쇄 1만부에 이어 2쇄, 3쇄로 5000부씩을 더 찍어 총 2만부가 시중에 풀렸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김씨 작품은 원래 잘 팔린다"면서도 "이번에는 전보다 독자들 반응이 좀 더 뜨거워 보인다"고 말했다.
서점가에는 김씨의 선전 이유를 '이상문학상의 힘'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올해 초 김씨가 단편소설 '옥수수와 나'로 제36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독자들의 책 구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교보문고 김현숙 문학담당 매니저는 "이상문학상을 받은 직후 소설이 나와 사람들 주목을 더 받은 것 같다"면서 "김영하라는 작가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이상문학상 수상에 따른 기대감이 더해져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1977년 만들어진 이상문학상은 그동안 36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초창기 김승옥(1회), 이청준(2회), 오정희(3회)부터 최근의 김연수(33회), 박민규(34회), 공지영(35회)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글꾼'이 이상문학상을 거쳐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김영하씨가 장편소설로는 5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전작 '검은 꽃', '퀴즈쇼'에 이은 이른바 '고아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10대 고아 소년 '제이'다.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야생의 길에서 생존하는 제이는 고아들의 우두머리가 돼 세상을 향해 시원한 '복수극'을 펼친다. 인디밴드 델리스파이스의 데뷔앨범에 실린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제목을 따왔다.
김씨는 현재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 10여개 나라 언어로 번역돼 해외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김씨를 일컬어 "세계를 향해 걸어나가고 있는 작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교보문고 측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출간 직후 판매 촉진 차원에서 김씨를 초청해 팬사인회를 열려고 했으나, 김씨는 외국 체류 일정을 들어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훈 기자
사진= 더 트레블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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