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박기영, 최후에 웃었다..손호영에게 역전승

김정환 2012. 3. 1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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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역시 모든 승부는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었다.

박기영(35)이 대중음악 가수들의 오페라 아리아 서바이벌인 tvN '오페라스타 2012'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박기영은 16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생중계된 결승무대에서 "내가 좋아하는 곡을 하는 것보다 나한테 맞는 곡을 해서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3차 경연에서 자신에게 처음이자 유일한 우승을 안겨준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아리아 '그리운 이름이여'를 다시 불러 지난 5차례 경연 중 3차례나 우승한 손호영(32)을 꺾었다.

손호영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박기영은 '천상의 고음'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곡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고음부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심사위원들과 객석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무대를 마친 박기영은 "(손)호영이가 너무 잘해 우승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열심히 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나도 모르게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걱정됐지만 관객들이 많이 응원해준 덕에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감사한다"며 즐거워했다.

심사위원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테너 조용갑은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 고맙다. 화려한 고음, 마지막에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는 긴장감이 정말 매력적이었고 나를 흥분시켰다"고 격찬했다. 소프라노 한경미 역시 "내가 6주 동안 말했던 것을 모두 소화해준 것 같아 너무 기특하고 고맙다. 오페라 섭외가 들어왔다는데 정말 열심히 해서 오페라를 널리 알려달라"고 찬사를 보냈다.

작곡가 서희태는 "나도 지휘자로서 섭외하고 싶다"면서 "6주 동안 성악가들마저 놀라게 했고 긴장하게 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선택한 이 곡은 본인의 장점인 아름다운 레가토(악보에서 둘 이상의 음을 사이가 끊어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이어서 부르는 창법)와 화려한 콜로라투라(소프라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음정을 소화하며 초절적인 기교를 들려주는 창법)까지 보여줄 수 있는 완벽한 곡이었다"고 칭찬했고, 오페라 평론가 이경재는 "무대에서 하고 싶은 것 다해서 좋겠다. 집에 가서 보면 만족할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날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시청자들의 판단에 가이드 구실만 했을 뿐, 우승자는 시청자 문자투표와 인터넷 투표 합산으로 가렸다. 중간 집계에서 52대 48로 손호영에 앞섰던 박기영은 최종 집계에서도 51대 49로 손호영을 눌렀다.

'팬덤'에서 앞서는 손호영이 가뿐히 박기영을 누를 줄 알았지만 의외였다. 2월1일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 강성신 PD가 "시청자 문자투표에 100% 의존하는 판정 방식이 팬덤이 있는 가수들에게 표가 몰리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지 고민했지만 시청자들을 믿기로 했다"고 자신한 그대로였다.

우승자로 발표된 뒤 박기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정말 믿겨지지 않는다. 재미있게 놀아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영광을 받게 돼 기쁘다. 난생 처음 1등해봐요"라면서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박기영은 시즌 개막 전 심사위원들로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심한 무대 울렁증으로 인해 경연 우승은 한 차례 차지했을 뿐이어서 팬들을 아쉽게 했다. 역전 우승을 차지한 셈인 박기영에게는 부상으로 GM대우 중형세단 '말리부'가 수여됐다.

손호영은 3차 경연에서 3위에 그친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거리의 만물박사'에 재도전했다. "오페라스타답게 즐거운 오페라를 보여주고 싶다"며 결선 무대에 오른 손호영은 머리를 자르고, 면도를 하는 등 진짜 이발사처럼 즐겁고 경쾌한 무대를 꾸몄으나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손호영은 시즌 시작 전만 해도 우승 후보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으나 그간 3차례 경연에서 우승하며 '손호영의 재발견'이라는 평가와 '오페라돌'이라는 별칭을 얻는 등 우승 트로피 못잖은 명예를 얻는 데 성공했다.

박기영과 손호영은 스페셜 무대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65)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테마곡인 '올 애스크 오브 유'를 듀엣으로 불렀다. '크리스틴' 박기영의 청아한 고음과 '팬텀' 손호영의 매력적인 중저음이 어우러진 완벽한 앙상블은 감동을 넘어 소름끼칠 정도로 아름답고 로맨틱했다. 특히, 박기영은 경연 무대를 마친 뒤 거의 쉬지 못한 채 스페셜 무대에 서게 됐지만 흔들림 없이 열정적인 무대를 펼쳐 더욱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결선에는 뉴질랜드의 팝페라 가수 헤일리 웨스튼라(25)가 특별출연했다. 웨스튼라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천사의 목소리'로 헨델(1685~1759)의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를 열창해 객석을 열광시켰다. 이어 박기영, 손호영과 함께 어린이 스타 코니 텔벗(12)의 팝송 '유 레이즈 미 업'을 부르며 인종과 국적을 뛰어넘는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사했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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