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덕양중학교 '혁신학교 도전기' 책펴내

경태영 기자 2012. 3. 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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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화전역에서 5분 거리. 서울과 일산을 잇는 중앙로를 타고 서울시와 고양시가 접하는 곳에 고양 덕양중학교가 있다.

덕양중학교는 인근에는 육군 ○○기계화보병사단과 한국항공대학교가 있다. 이 지역은 오래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규제를 받아왔으며 지금도 여러 규제를 받고 있다. 주변에는 병의원이나 약국조차 없다. 한 때 18학급이었던 덕양중학교는 2007년도에 6개 학급으로 줄었다. 아이들은 어떤 날은 한 반에 7~8명이 출석하지 않을 정도로 학교 다니기가 싫었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고, 교무실에서는 공공연히 체벌이 이루어졌다. 교사들은 어떻게든 전근내신을 써서 학교를 떠나려 했다.

그랬던 학교가 2008년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평교사를 교장으로 선출하고, 2009년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달라졌다.

사람들에게 덕양중학교가 지난 4년 동안 걸어온 발자취와 바로 지금 진행되는 모습을 이야기해주면 "놀라운 반전"이며 "세계적으로 검증된 독일의 학교나 핀란드 학교방식과 상당히 유사"하고 "탈학교론자들도 이런 학교의 출현에 어안이 벙벙할"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덕양중학교와 같은 아름다운 기적과 연합"이 전국 곳곳에서 많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고양 덕양중학교의 혁신학교 4년을 돌아보는 '덕양중학교 혁신학교 도전기'가 책으로 나왔다. 도서출판 '맘에드림'이 혁신학교 이야기 시리즈 네 번째 책으로 '덕양중학교 혁신학교 도전기'(324페이지, 1만4500원)를 펴냈다.

이 책은 2008년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평교사 교장으로 임용됐던 김삼진 전 교장선생님(한국교수학습방법연구회 전국회장)을 비롯 윤은순 교감선생님, 김재범 선생님 등 16명의 선생님들이 혁신학교 이야기를 풀어냈다.

2007년 학교운영위원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교장선생님과 학교운영위원장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 교장실 교장선생님 의자를 비싼 것으로 새로 교체한 것이 발단이 되었고, 교장선생님의 과도한 체벌 문제로 번졌다. 교육청의 중재로 일단락되었지만, 교감선생님의 제안으로 교장공모제를 통해 학교가 교장을 선출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덕양중학교는 2008년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평교사를 교장으로 선출하게 되었다.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 '재미있는 학습, 즐거운 학교' 등 다섯 가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항공대학교 등과 MOU를 맺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매주 정기적인 교사 전문화 연수를 실시했으며, '협동학습'을 통해 모둠별 수업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협동학습'은 교실 현장에 적용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여러 부작용도 드러났다. 아이들은 여전히 지적인 탐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교사들의 업무와 부담은 더 늘어났다. '일제고사' 결과 '학력향상중점학교'로 지정되자 교과부는 특별감사를 할 수도 있다는 경고성 공문을 내려 보냈다.

2009년 여름 교사들은 김상곤 교육감의 혁신학교 정책을 받아들여 덕양중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을 받았고, 기존의 교사 전문화 연수 계획을 취소하고 자발적인 교사 학습공동체를 구성했다. 2009년 2학기부터 덕양중학교의 연수 프로그램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제안에 따라 계획되고 운영되기 시작했다. 교무실에서는 학습과 토론의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관리자의 지시나 제안이 없더라도 자발적으로 학교 발전을 위한 기획안을 내고 실행에 옮겼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11년 1학기부터 수업에 배움의 공동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협동학습'을 적용할 때 있었던 모둠들 사이의 경쟁, 모둠 내부에서 사전에 정해진 역할 분담 등을 없애고 주제-탐구-표현을 통해 대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동료 교사들 사이에 일상적인 수업 공개와 외부 참관인들을 포함하는 매주 정기적인 공개수업 및 연구회의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교사들 및 지역사회와 공유해가고 있다.

공개수업과 연구회의가 거듭될수록 선생님들과 아이들 모두 수업에서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으며 순간순간 배움의 도약을 성취해갔다. 도덕시간에는 마이클 샌델의 < 정의란 무엇인가 > 에 나온 '구명보트에 탄 4명의 선원'에 관한 주제로 한 시간 내내 토론하면서 도덕 추론과 판단을 학습하고, 수학시간에는 도수분포표와 히스토그램을 이용하여 FC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분석하는 수학신문을 제작하고, 기술가정시간에는 비전탐구와 직업체험을 위해 대학교, 미용실, 용산전자상가, 남대문시장, 어린이집 등을 찾아가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작년 3월 일본 대지진 피해 성금 모금함에는 2만원, 만원, 오천원이 들어오고, 크리스마스씰이 나오면 금새 다 팔려 나갔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내 말'도 '나'도 기억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의 교육개혁은 30년이 걸렸다. 그런데, 덕양중학교는 30년 동안 잠들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4년만에 커다란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교사들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교사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공통분모를 재발견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갔다. 이우학교, 장곡중학교, 일본 '배움의 공동체'나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움의 공동체를 위한 운동들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다. 덕양중학교 아이들은 그들을 잠들어버리게 하는 환경에 맞서 싸우면서 어른들에게 숙제를 내주고 있다. 강남의 고등학교들에서 성적을 비관한 학생들이 수업 도중에 교실 창문으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 병리적 현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덕양중학교가 4년 동안 이룬 도약은 그들과 함께 '우리가' 공교육을 개혁하는 길에서 만난 이정표이다. "아름다운 기적과 연합"은 지금 이 땅에서 계속 퍼져나갈 것이다.

< 경태영 기자 kyeo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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