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이훤, 김수현의 숨은 매력

2012. 3. 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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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젓가락질하는 모습마저 뉴스가 되는 남자. 전국의 여심이 온통 드라마 < 해를 품은 달 > 의 김수현에게 쏠려 있다.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한순간, 남자의 매력을 발산하는 드라마 속 '이훤'의 뒤에는 이제 막 걸음을 뗀 연기자 김수현이 있다. '이훤'의 뒤에 가려져 있는 그는 어떤 매력을 지닌 배우일까. 장담컨대, 단순히 그를 '드라마 한 편으로 뜬 또래와 비슷한 연기자'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 기사를 읽은 뒤 생각이 바뀔 것이다.

연극에서 느낀 연기의 설렘, 평생 느끼고 싶다

"미혹되었다, 허나 떨칠 수가 없구나."

MBC 드라마 < 해를 품은 달 > 에서 주인공 훤(김수현)이 무녀 월(한가인)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대사다. 드라마에서는 애틋한 연정의 표현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김수현을 향한 여성들의 각별한 관심을 드러낸 말이다. 이토록 간절하게 '팬심'이 동한 것도 실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 해를 품은 달 > 은 방송 12회 만에 시청률 40%를 가뿐히 넘었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오랜만에 시청률 40%를 넘는 '국민 드라마'가 탄생했다며 벌써부터 떠들썩하다. 물론 그 중심에 선 인물은 단연 김수현이다.

올해로 스물다섯. 2007년 MBC 시트콤 < 김치 치즈 스마일 > 로 데뷔해 7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드라마 < 자이언트 > <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올까요? > 등에서 주인공의 아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것은 지난해 출연한 KBS 드라마 < 드림하이 > 에서였다. 당대 최고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한 < 드림하이 > 에서 처음부터 그를 주목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그는 스스로 존재감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어색하지 않은 걸쭉한 사투리, 신인답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드라마 속 캐릭터 '송삼동'은 그 어떤 인물보다 빛을 발했다. < 해를 품은 달 > 에 함께 출연하는 한가인은 " < 드림하이 > 를 보면서 '저 친구 누구지?' 싶을 정도로 눈이 번쩍 뜨이게 한 친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수현 자신은 요즘의 인기와 호평이 믿기지 않는 눈치다.

"영화 < 말죽거리 잔혹사 > 때부터 한가인 선배님의 팬이었어요. 그런데 드라마에서, 그것도 주인공으로 함께 연기하게 된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기뻤고,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빨리 올라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웃음)"

그의 대답에서 20대의 솔직함과 풋풋함이 묻어난다. 그렇다고 마냥 해맑고 혈기 넘치는 청년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이고, 때로는 지나치게 진지해 '애늙은이' 소리를 듣기도 한다. 친한 친구들이 '뭘 먹고 살아야 하나'라며 고민하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되려 자기가 고민이 더 커지는 스타일이다. 그는 예전에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런 성격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성에게 심했어요. 지하철을 탔는데 여자가 옆에 앉으면 긴장하게 되는 거예요. 완전 얼어서 움직이지를 못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우울증이 좀 심했는데, 외동아들이어서 혼자 너무 외로웠거든요. 그렇다고 차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차분했다가, 오버도 했다가 왔다 갔다 해요. 다중인격인 것 같아요.(웃음)"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도 않고, 인기가 많은 스타일도 아니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에는 심장이 좋지 않아 부모님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크고 작은 수술도 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건강하다. 이 때문인지 그는 학창시절에 지나칠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이라 어머니가 걱정했을 정도라고. 처음 보는 사람과는 말은커녕 눈도 잘 못 맞췄다고 하니, 지금의 그를 보면 영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특별히 장래희망도 없었어요. 부모님하고 얘기를 나누다가 어머니가 '웅변을 해볼래?' 하시더라고요. 웅변은 왠지 쑥스러울 것 같아서 싫었어요. 그랬더니 '그럼 연극은 어때?' 하시더라고요. 그 때부터 연극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극단에 들어갔고, 첫 무대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웃음) 그런데 커튼콜은 기억이 나요. 끝나고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데, 조명 때문에 앞은 안 보이고, 박수 소리만 들리는 그 상황…. 묘한 떨림이 느껴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너무 행복했어요. 이런 느낌, 이런 행복이라면 평생 느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때 연기를 하기로 결심하고 연극영화과(중앙대)로 진학한 거예요."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연극하는 사람들을 만나 처음 술도 마셔보고 남에게 자기 얘기도 할 줄 알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그때 만난 사람들은 여전히 그가 따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명품 아역'에서 남성미 물씬 풍기는 배우로 거듭나다

친구의 온라인 쇼핑몰에 올릴 사진을 찍으면서 그는 팬티만 입고 놀 정도로 장난기 가득하고 순진한 구석도 있고, < 김치 치즈 스마일 > 을 촬영할 당시 신구, 선우은숙, 엄기준 등 선배 연기자 앞에서 뮤지컬 < 지킬 앤 하이드 > 의 법정 장면을 진지하게 연기할 정도로 거리낌 없는 성격. 특히 뮤지컬 < 지킬 앤 하이드 > 는 1백 번도 넘게 보면서 외운 것이다. 그는 웬만한 가수 못지않은 노래 실력을 자랑해 화제가 됐다. 드라마 < 드림하이 > OST를 녹음할 때는 주제곡인 'Dreaming'을 직접 불러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그의 아버지가 록밴드 '세븐돌핀스' 출신의 김충훈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런 것을 두고 끼를 타고났다고 해야 할까. 그는 선배 연기자 공형진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 공형진의 씨네타운 > 에 출연해 JYP 연습생이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긴 해요. < 드림하이 > 를 찍기 전에 JYP에서 연습생으로 노래와 춤을 배우기도 했어요. 그래도 '연습'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 드림하이 > 를 찍을 때 많이 위축되었어요. 너무 잘나가는 아이돌 스타들과 연기하다 보니, 내가 그 친구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출 수 있을까 걱정됐거든요. 그때 2PM의 택연이나 우영이가 많이 의지가 됐어요. 특히 우영이는 저보다 한 살 어린데도, '형이 못하는 게 아니라 겁을 내서 그래.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해줘서 힘을 낸 기억이 나요. 연기도 무조건 연습, 잘한다기보다 그나마 이만큼 할 수 있는 것도 다 연습 덕분이에요."

< 해를 품은 달 > 을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과 안정된 연기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그가 괜한 겸양을 떠는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몇 해 전 출연한 어린이날 특집 드라마 < 정글피쉬 > 의 기자 시사회 날을 잊지 못한다. 시사회장에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있는 자리에서,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엄청 울었다는 그.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기분이 그랬어요. (황)찬성이, (장)기범이, 옆에 박보영씨랑 감독님까지 다 있었는데 마구 울었어요.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요. 그냥 감독님에게 죄송하고 동료 배우들에게 미안하고, 내가 다 망쳐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사람은 편편히 던진 말들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적어도 김수현은 연기가 주는 행복을 알고, 그 행복을 좇아 노력할 줄 알며, 자신의 연기를 부끄러워하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거침없이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인 듯하다. 또래 연기자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타고난 재능, 고민, 성정이 있다. 소속사 대표인 배용준은 이런 그를 각별히 아낀다고 한다. 여기에 깎아놓은 듯 반듯한 외모는 아니지만, 구김 없이 매끈하고 선하게 정리된 이목구비에 낮게 깔리는 중저음 목소리는 남자로서의 매력도 물씬 풍긴다. < 해를 품은 달 > 에서 '이훤'이 "나도 내가 잘생긴 것을 알고 있으니 그리 쳐다보지 말거라. 한 나라의 왕이 이렇게 생기기가 어디 쉬운 줄 아느냐?"라고 뻔뻔한 대사를 날려도, "중전을 위해 내 옷고름 한 번 풀지"라고 끈적한 대사를 날려도 용서되는 이유다. 평소에는 말수도 적고 진중하지만, 가끔 엉뚱하고 발랄한 구석을 언뜻 내보이는 그의 실제 모습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벗을 수도 있어요

어찌됐든 드라마 < 해를 품은 달 > 은 그의 연기 인생에 첫 번째 변곡점이 될 듯하다. 아역 때부터 '싹수'를 보이던 연기력이 최소한 '허수'는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했고 수십만, 수백만에 이르는 든든한 팬도 얻었다. 명예와 인기가 따르니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광고만 해도 20여 개. 드라마와 영화 대본이 쏟아질 것도 불 보듯 뻔하다.

그는 지난해 말 영화 < 도둑들 > 의 촬영을 마친 상태다. < 도둑들 > 은 < 범죄의 재구성 > < 타짜 > 등을 만든 최동훈 감독의 야심작으로, 김혜수, 전지현, 김윤석, 이정재, 김해숙 등이 출연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일종의 한국판 < 오션스 일레븐 > 같은 영화란다. 김수현은 그중에서 '잠파노'라는, 막내 도둑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배신과 욕망이 난무하는 '도둑'의 무리에서, 유일하게 순수한 열정을 지닌 인물이다.

"평소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 촬영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많이 주눅이 들었어요. 연기를 최소한 20~30년씩 하신 선배님들이기도 하고, 또 하나같이 다들 대단한 스타잖아요. 그리고 해외 로케 촬영을 그렇게 길게 가본 적이 없어서, 더 어리둥절했어요. 드라마와 다르게 촬영하는 데 여유도 있고, 특히 이번 영화는 스케일이 큰 영화라 더 주눅이 들었죠. 그때마다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챙겨주셔서 촬영을 무사히 잘 마쳤어요. 특히, 전지현 누나, 사랑합니다!(웃음)"

수줍음 많고 맑은 신인배우가 제법 똘똘하기도 하니,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그를 오죽이나 예뻐했을까 싶다. 그도 느낀 바가 많다. '오랜 시간 쌓아온 배우의 공력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터.

"그런 기분을 많이 느낀 적이 없었는데, 연기하는 모습들이 정말 편해 보여요. 가끔은 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배우들끼리 아이디어를 계속 뽑아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너무 멋져 보였고, 부러웠어요. 많이 배웠어요. 감독님도 '수현씨, 잘하고 있으니까 겁먹지 말고 지금처럼만 하면 좋아요'라고 말씀해주시고.(웃음) 실제 그렇게까지 잘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 말 자체로 힘을 많이 얻었어요."

< 트레인스포팅 > < 비트 > < 벨벳 골드마인 > 같은 청춘물을 좋아한다는 그. 그중에서도 < 벨벳 골드마인 > 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짙은 화장을 한, 성적으로 자유로운 록스타가 주인공인 영화다. 오래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중에서도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 벨벳 골드마인 > 같은 영화예요. 동성애자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벗을 수도 있고, 바보 연기도 가능해요"라고 말했다. 언젠가 없어서는 안 될, 아니, 이미 그렇게 돼버린 어린 배우에게 지금의 인기는 찰나일지도 모른다. 그가 앞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을 쌓아갈지 더욱 궁금하다.

"제가 사실 어떤 일을 하건 기대를 잘 안 해요. 특히 저의 일에 대해서는 더 그래요. 원래 성격이,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요. 그래야 나중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결과도 좋더라고요. 지금은 할 수 있는 일 하면서 앞으로 가는 것밖에 없어요. 적어도 물러서지 않으면 뒤처지진 않을 테니까요."

취재: 김은향 기자 | 사진: 키이스트,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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