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가 숨쉬는 '푸른 보석섬'

2012. 3. 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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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장사도해상공원 까멜리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을 꼽으라면 제주도의 '우도'와 경상남도 거제도의 '외도'를 거론하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우도와 외도는 사방이 에메랄드빛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자 전 세계 어떤 관광지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자연풍광을 자랑한다. 앞으로는 한 곳을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경남 통영시 한산면 다도해 한가운데에 위치한 '푸른 보석섬' 장사도이다. 굳이 세 섬의 차이점을 말한다면, 외도가 사람이 인위적으로 가꾼 섬인 데 비해 우도와 장사도는 원시 상태의 환경을 그대로 살린 섬이라는 점 정도이다.

동백나무로 뒤덮인 통영시 '장사도해상공원 까멜리아' 전경. 하늘과 바다, 그리고 동백나무숲 속에 놓인 아름다운 무지개다리가 숨바꼭질을 하는 듯하다.

"겨울의 끝자락에 피어/ 봄의 첫 자락을 여는 동백꽃이여/ 갈색 매끈한 줄기에 짙푸른 잎사귀/ 피처럼 붉은 꽃잎에 샛노란 수술/ 비바람 치는 날 녹색 치마 날리며/ 황혼녘 붉디붉은 얼굴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여인이여// 그대 사는 일로 몹시 춥거든/ 칼바람 속에서 꽃망울을 맺는 날/ 마음의 먼지와 때를 닦고/ 기다림이란 꽃말을 지닌/ 저를 만나러 오세요// 그대 홀로 외롭거든/ 외딴 곳에서 그리움에 겨워 동백 피는 날/ 애타는 사랑이란 이름도 가진/ 저를 보러 남녘으로 오세요."(김양수 '동백꽃 이야기' 중에서)

장사도해상공원 관광의 백미인 60m 길이 동백터널.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이 마치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올해 초 '장사도해상공원 까멜리아(Camellia·동백)'란 이름으로 문을 연 장사도는 동백섬이다. 길이 1.9㎞, 폭 400m, 면적 39만㎡의 섬 대부분이 동백나무로 뒤덮여 있다. 동백나무 사이사이에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홍가시나무 꽝꽝나무 불두화 돈나무 망종화 유도화 붓들레아 눈향나무 담팔수 도깨비쇠고비 등 이름조차 생소한 아열대 수종이 군락을 이뤄 사시사철 푸른 숲을 볼 수 있다. 원래는 누에처럼 생겨서 늬비섬(늬비는 누에의 경상도 사투리) 혹은 '누에잠(蠶)자'를 써 잠사도로 불렸으나, 일제 때 공무원이 누에잠자가 어려워 '긴장(長)자'를 붙여 '장사도(長蛇島)'가 됐다는 말이 전한다.

장사도해상공원에 동백꽃이 활짝 웃고 있다. 추위와 모진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꽃망울을 활짝 펼친 동백꽃은 기어이 역경을 이겨내는 우리 민족을 닮았다.

장사도해상공원은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45분 거리에 있다. 인근 거제도 대포항에서는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다. 유람선 뱃길 문제로 통영시와 거제시가 한동안 혼선을 빚었으나 개장과 함께 입장료 8500원(거제 입도객은 1만원)에 유람선 요금 2만1000원(〃 1만6000원)으로 정해졌다.

장사도해상공원에 들어서면 동백나무숲이 반갑게 맞이한다. 만개하진 않았지만 여기저기 동백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10만그루로 추정되는 동백나무는 '봄의 전령사'다. 눈보라 치는 맹추위 속에서도 어김없이 꽃망울을 만든다. 아직도 겨울이 저만치 있는 2월이 되면 간헐적으로 꽃망울을 펼친다. 추위가 몰아치면 몸을 움츠렸다가는 다시 터뜨린다. 동백나무는 남해안 섬들에 주로 자생하나 동쪽으로는 울릉도, 서쪽으로는 대청도까지 올라간다. 육지에서는 충남 서천군 마량리 동백나무숲이 가장 북쪽이고, 내륙에서는 지리산 산록에 위치한 화엄사 경내에서 자라는 동백과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 경내에서 자라는 동백이 가장 북쪽에 위치한 것이다.

장사도 동백나무의 특징은 크기가 크지 않고 옆으로 퍼져 있다는 점이다. 20여년 전까지 섬 원주민들이 동백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장사도해상공원 조종대 원장에 의하면 1900년대 초부터 장사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해 많을 땐 14가구 80여명이 살았다. 죽도초등학교 장사도분교와 교회도 들어섰으나 모두 떠났다.

분교 운동장은 모과나무 등 희귀 분재원으로 재탄생했고, 밭으로 이용하던 공간엔 야외공연장이 조성됐다. 공연장 주위엔 조각가 김정명씨가 제작한 '책' 등 12점의 머리 모양 청동 작품이 에워싸고 있다. 옛모습 그대로 복원된 장사도분교는 낡은 풍금과 칠판, 그리고 조그만 걸상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언제든지 섬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가 흘러나올 것만 같다. 주민들이 살던 집을 복원한 섬아기집 굴뚝에선 하루종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조각가 정희욱의 '바다·섬·여인'. 고기잡이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지,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는지 여인의 시선은 바다를 향해 있다.

승리전망대 다도전망대 미인도전망대 부엉이전망대 달팽이전망대 등 섬 곳곳에 설치된 16곳의 전망대에 서면 비진도 욕지도 한산도 소매물도 국도 대덕도 소덕도 가이도 소지도 등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은 물론 날씨가 맑을 때는 멀리 일본 대마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장사도 관광의 백미는 60m 길이의 동백터널이다. 바닥엔 동백꽃들이 흩어져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고, 머리 위로는 하늘이 가려질 정도로 숲을 이뤄 동굴을 지나는 느낌이다. 섬 정상 부근엔 빨간 우체통이 있어 엽서를 써서 넣으면 원하는 날짜에 배달해 준다.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통영=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여행정보

◆교통=

▲승용차=서울∼경부고속도로∼통영·대전 고속도로∼통영나들목(5시간) ▲버스=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통영(1일 16회), 남부터미널∼통영(1일 19회), 진주∼통영(1일 58회) ▲항공=서울 김포공항∼진주·사천공항(1일 2회)

◆숙박=

▲금호충무마리나리조트(055-643-8000), 클럽E·S통영리조트(644-0069), 베이콘도호텔(649-4880), 갤러리호텔(645-3773), 통영시청소년수련관(646-7925), 사량유스호스텔(641-8248)

◆맛집=

▲뚱보할매김밥집(055-645-2619), 오미사꿀빵(645-3230), 굴향토집(645-4808), 궁전횟집(646-5737), 형제복국(644-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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