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염전(3.3 ㎢ · 100만평) 뒤덮은 거대한 갈대밭.. 보는 사람마다 탄성 절로

2012. 3. 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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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 갯골길 걷기

갯골길! 길이름을 부르면 입속에 짭조름한 맛이 감도는 것 같다. 길은 바다를 내륙 깊숙이 빨아들인 경기도 시흥 의 갯고랑을 따라 나있다. 소래포구 앞바다에 빨대처럼 꽂힌 시흥갯골의 수위는 서해 조수간만의 차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근본이 바다에 있다는 뜻이다.

바다에 뿌리를 둔 이 길은 갯고랑 주변에 약 3.3㎢(100만평)의 광활한 염전과 또 그만큼의 습지를 거느렸다. 햇볕을 받아야 천일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늘을 가리는 그 어떤 인위적 장애물도 없다. 끝없이 펼쳐진 벌판과 막힘없는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인다.

하지만 이 염전에서는 더 이상 소금이 나오지 않는다. 서해 건너 중국에서 넘어온 값싼 소금 때문이다. 바닷물에서 소금을 끌어오던 시흥 염부의 모습도 자취를 감춘 지 10여년을 훌쩍 넘겼다. 소금을 실어 나르던 갯고랑길은 이제 여행 삼아 길을 나선 여행자들의 몫이 되었다. '갯골길'이란 이름도 붙었다.

◇광활한 갈대밭 군무

갯물과 육지 경계에서 자라는 갈대는 갯골길의 얼굴마담이다. 버려진 염전과 습지 곳곳에 자라면서 거대한 갈대 왕국을 이루었다. 특히 포동펌프장 이후에 만나는 너른 습지 갈대군락에서 사람들은 환호한다. 웃자란 갈대밭 사이를 걸을 때는 그 끝이 어디만큼일지 짐작되지 않을 만큼 총총하다.

갈대밭 한가운데 있는 2층 정자에 올라보면 그 황금빛 갈대밭에 왈칵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바람이라도 불면 물결치는 갈대 군무가 장관을 이룬다.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갈대군락이다. 3월의 갈대는 겨울바람에 반쯤 머리칼을 내준 황혼기로 접어든다. 쓰러져 흔적도 없이 땅에 녹아들어야 새로운 생명을 틔워낼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완전히 허리를 굽힐 때는 아니어서 그들의 마지막 불꽃을 만끽할 수 있다.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것은 갈대만이 아니다. 소금기가 많은 땅에서 자라는 염생(鹽生)식물의 대표주자인 칠면초와 나문재, 퉁퉁마디도 폐염전과 갯고랑 주변에 낮고 넓게 퍼져 새로운 봄을 준비한다. 갈대밭 사이에선 산림청이 희귀식물로 지정한 모새달 군락도 만날 수 있다.

갯골길은 경기도 시흥시가 '늠내길'이라는 이름으로 조성한 네 개의 걷기 길 중 두 번째 노선이다. 시흥시청에서 출발해 다시 시청으로 돌아오는 일주회귀형이다. 갯골길의 갈림길 안내는 삼한시대부터 수호신의 상징이자 이정표 역할을 했던 솟대가 하고 있다. 높은 장대 위에 앉은 새의 머리가 여행자들이 가야 할 방향으로 머리를 틀고 있으니 갈림길에서는 쌍을 이뤄 세워진 솟대에게 갈 길을 물어보면 틀림없다.

◇옛 소금창고와 염생식물 군락

길 초반에 있는 시흥갯골생태공원은 9년간의 공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올해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사라진 염전 일부를 복원해 염전체험장으로 만들고,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서식하는 자연환경을 보존해 습지생태학습을 할 수 있도록 조성 중이다. 아직 허물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옛 소금창고 두 동은 사진가들의 단골 촬영 명소다.

갯골길의 중간쯤 되는 방산대교에 올라 갯골 일대를 내려다보면 일제 강점기 국내 소금생산량의 30%를 차지했다는 시흥염전의 위용이 느껴진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덕에 맛이 좋다는 햇토미를 생산하는 너른 논이 그 외곽을 둘러싸고 있고, 그 너머로는 야트막한 야산들이 보인다.

방산대교를 건너면 이제부터는 갯골길의 북쪽 노선이다. 갈대습지를 품은 북쪽은 남쪽보다 훨씬 다양한 코스가 등장한다. 포동펌프장을 지나 만나는 넓은 갈대밭 사잇길은 미로처럼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갈대밭을 지나면 갯고랑을 가로질러 남·북쪽 노선을 중간에 연결하는 부흥교가 나온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 주차를 하고 왔다면 부흥교를 건너 코스를 줄여 걸을 수 있다. 전체코스를 그대로 완보하려면 솟대가 솟은 방향으로 그대로 직진하면 된다.

길가에서 만나는 갯고랑의 개흙(갯바닥이나 늪 바닥에 있는 거무스름하고 미끈미끈한 고운 흙)은 맨발로 디디고 싶은 충동을 참기 힘들만큼 곱다.

물 위를 떠다니는 물새들은 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유유자적한 모습이다. 그러다 해질녘이 되면 물을 차고 올라 하늘로 비상해 어디론가 사라진다.

갯골길의 또 하나의 비경이 있다면 해질녘 노을이 갯골에 가득 찬 물과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삼고초려(?)를 해야 할 만큼 쉽게 만나기 어렵다. 우선 물이 갯골에 가득 차는 서해 만조(滿潮)시간이 해 떨어지는 시간과 들어맞아야 한다. 밀물과 썰물 차이가 커서 물이 높게 부풀어 오르는 사리 물때의 만조라면 더욱 좋다. 인천 앞바다 물때표를 기준으로 15분 정도 늦게 계산하면 된다. 포동펌프장을 지나 갈대밭으로 접어들어 꺾어드는 지점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특히 아름답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이 풍광들은 갯골길 전체에 고루 퍼져 있다. 지하철이 닿지 않는 덕에 주말에도 번잡하지 않다. 서정적인 풍광에 젖어 조용히 새봄을 준비할 수 있는 길이다.

여·행·수·첩

전체코스(15.5㎞, 5~6시간):

시흥시청~쌀연구회~갯골생태공원~아까시길~방산대교~포동펌프장~갈대밭~배수갑문~장현천~시흥시청

단축1코스(10㎞, 3시간30분 내외):

시흥시청~쌀연구회~갯골생태공원~부흥교~갈대밭~배수갑문~장현천~시흥시청

단축2코스(8.5㎞, 3시간 내외, 자가용 필요):

갯골생태공원~아까시길~방산대교~포동펌프장~부흥교~갯골생태공원

단축3코스(5㎞, 1시간30분 내외, 자가용 필요):

갯골생태공원~부흥교~갈대밭~부흥교~갯골생태공원

안내문:

시흥시청 정문 안내소에서 코스 안내문 배포. 코스 위성지도를 MyWalk ing.co.kr(발견이의 도보여행)에서 볼 수 있음

화장실:

갯골생태공원, 포동펌프장, 갈대밭 2층 정자 앞, 배수갑문 부근

문의:

시흥시청 공원관리과 (031)310-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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