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살랑이는 경남 사천..'3월의 도다리' 한점 덥석, 입안 바삐 퍼지는 봄내음

2012. 3. 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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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기 끝낸 도다리들, 살 찰지고 쫄깃쫄깃해뼈째 썰어내는 세꼬시 별미, 해질녘엔 죽방렴서 낙조를…

봄바람이 남쪽바다에 살랑대면 경남 사천 어부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제주도 근해에서 산란기를 보낸 도다리들이 3월쯤이면 삼천포 앞바다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봄 도다리, 겨울 광어'라는 말이 있듯이 도다리 맛은 이때를 최고로 친다. 한국관광공사가 '3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한 맛 여행지 사천으로 봄 도다리를 만나러 간다.

◆활력 넘치는 새벽 어시장

사천의 삼천포항은 경남 서부 연안어업의 중심지다. 구항과 신항 가운데 구항으로 가면 도다리는 물론 항구 주변에 형성된 어시장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새벽에 항구로 나가면 갓 잡아 올린 도다리의 싱싱함과 항구의 활력에 기운이 절로 난다. 밤새 바다에서 거친 파도와 싸우며 그물 가득 도다리를 잡아 올린 어선들이 하나둘 돌아오는 시간은 새벽 3시 무렵. 이때부터 항구에는 활기가 넘친다. 항구에 정박하는 어선들이 도다리를 쏟아내면 곧바로 경매에 부쳐진다. 새벽 5시면 경매가 끝나고 삼천포어시장에 도다리가 등장한다.

삼천포어시장은 삼천포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활어전문 상설시장이다. 40년 전만 해도 인근 어촌과 도서지방에서 밤새 잡은 생선을 사고팔던 포구 물양장이었다. 싱싱한 생선이 들어오니 진주, 남해 등지에서 상인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레 장이 섰다. 1978년 정식으로 개장한 시장에는 활어와 회, 농산물, 건어물, 조개류 등을 판매하는 상점과 노점이 즐비하다.

◆봄 향기 만끽하는 도다리 쑥국

요즘 삼천포어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도다리다. 상점, 좌판 할 것 없이 도다리 천지다. 노점과 좌판, 포장마차가 늘어선 바다 쪽 길가에선 싱싱한 도다리를 골라 회를 뜬다. 산란기를 끝낸 도다리는 살이 찰지고 쫄깃하다. 하얀 살과 함께 씹히는 뼈는 씹을수록 고소해서 뼈째 썰어내는 세꼬시도 인기다.

도다리 값은 1㎏에 3만5000~4만원 선.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15~20㎝)가 좋다. 큰 것은 뼈가 단단해서 세꼬시용으로 적합하지 않고, 너무 작으면 살이 별로 없다. 도다리는 광어와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데 손쉬운 구별법이 있다. '좌광우도'라는 말처럼 도다리는 눈이 오른쪽에 몰려 있다.

도다리 쑥국은 전라도의 홍어앳국에 견줄 만한 경남의 대표적 봄철 음식이다. 구수한 된장을 푼 뒤 파릇파릇한 햇쑥과 도다리를 넣고 끓여내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깨울 만큼 입맛이 돈다. 구수한 된장맛과 쑥향의 배합이 절묘하다. 쑥과 도다리를 함께 먹을 때 입안에 감도는 쑥향과 도다리 속살의 부드러움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남해안도 식후경… 해안도로 드라이브

도다리 쑥국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삼천포 구경에 나선다. 구항과 신항 사이의 노산공원에 서면 시원스레 펼쳐진 한려수도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노산공원에는 삼천포 출신인 고 박재삼 시인의 문학관이 조성돼 있다. 동백꽃 떨어진 산책로, 해변을 따라 설치된 나무 데크를 따라 가면 신항의 등대에 닿는다. 등대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멋진 추억이 될 듯하다.

노산공원에서 내려와 삼천포에서 사천읍까지 실안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한다. 도중에 지나는 대방진굴항은 삼천포항 옆에 있어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항구다. 하지만 대방진굴항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것은 방파제 끝에 서 있는 하얀 등대 때문이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선 등대는 언뜻 보기에도 낭만적이고, 사진 한 장 찍고 싶어지게 만든다. 대방진굴항의 '대방진'은 고려 말 남해안에서 극성을 부리던 왜구를 막기 위해 설치한 군사시설 중 하나다.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 장군이 수군기지로 이용했다고 한다.

실안해안도로가 시작되는 삼천포대교 아래 대교공원은 '일몰이 아름다운 거리'라는 이정표가 있으니 찾기 쉽다. 공원 주차장에는 커다란 거북선이 놓여 있는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최초로 거북선을 출전시킨 곳이 사천해전이다. 사천해전의 승전을 주제로 60㎞의 바닷길을 조성한 것이 실안해안도로다.

실안해안도로는 바다와 어우러진 경치도 경치려니와 볼거리도 많다. 그중 첫 번째는 삼천포대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연상케 하는 삼천포대교는 8년의 공사 끝에 2003년 4월 준공됐다. 낮에는 범선의 돛대처럼 바다 위를 가로지른 풍경이 멋있고, 밤에는 오색의 조명이 압권이다.

◆조류를 이용한 원시어장, 죽방렴

삼천포대교를 지나면 이내 바다 한가운데 박아둔 나무말뚝들이 보인다. 죽방렴이다. 죽방렴은 조류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원시어장이다. 말뚝을 조류가 흐르는 방향에 맞춰 V자로 벌려두고 끝에 원통형 대발을 설치한다. 그러면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힘을 잃은 물고기가 대발에 모인다. 한반도에서 물살이 가장 센 곳은 해남과 진도 사이의 울돌목, 그 다음이 삼천포대교가 있는 사천 앞바다다. 죽방렴이 가장 빛을 발할 때는 해질 무렵이다.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해와 바다, 죽방렴이 어우러져 멋진 낙조를 만들어낸다. 실안낙조가 사천8경의 하나인 까닭이다.

해안도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장소는 선진리성이다. 선진리성은 바다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 때문에 고려시대부터 조창을 설치해 그 주변에 쌓은 토성이다. 임진왜란 때 사천지역을 장악한 왜군이 조창 터에 돌로 성을 쌓아 왜성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순신 장군은 이 선진리 앞바다에서 거북선을 등장시키며 왜선 13척을 침몰시켰으니 이것이 바로 사천해전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 안의 벚꽃 1000여그루가 만개하면 은백색의 물결 사이로 출렁이는 사천 바다가 장관을 이룬다.

◆ 여행 팁

당일 여행이라면 노산공원(박재삼문학관)-삼천포항-대방진굴항-창선·삼천포대교-실안해안도로 코스를 권한다. 1박2일로 떠날 경우 첫째 날엔 남일대 코끼리바위-진널전망대-노산공원-삼천포항-대방진굴항-창선·삼천포대교-실안해안도로 낙조를, 둘째 날엔 실안해안도로-사천대교-선진리성-항공우주박물관-다솔사-비토섬을 둘러보면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울 남부버스터미널에서 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까지 4시간10분이 걸린다.

맛집으로는 사천시내 선구동 삼천포한정식(055-832-7345)의 회정식, 서동 자연산횟집(055-832-2228)과 해안횟집(055-832-2700)의 도다리쑥국, 대방동 시골여행(055-835-5554)의 칼국수, 벌리동 삼천포돌게장(055-835-9052)의 돌게장백반, 동동 오복식당(055-833-5023)의 해물정식, 사천읍 수석리의 재건냉면(055-852-2132) 등이 유명하다.

오주환 < 여행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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