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애플엔 있고, 현대차엔 없다 '로열티 경영'

2012. 3. 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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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고객추천지수(NPS) 경영시스템 창시자 프레드 라이켈트

할리데이비슨과 애플에는 있지만 현대차나 삼성전자에는 없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충성스러운 고객'이다. 애플에는 아이폰 출시일에 맞춰 조금이라도 먼저 제품을 손에 쥐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줄을 서는 팬들이 있다. 반면 삼성전자에는 갤럭시를 얻기 위해 줄을 서는 팬들이 없다. 이 문제는 사실 오래전부터 한국 기업들에 관심 대상이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의 펠로인 프레드 라이켈트도 2006년 국내에서 출간한 '지속적 성장을 위한 1등 기업의 법칙(The Ultimate Question)'을 통해 "고객과 직원들의 추천 없이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기업 인수 △공격적인 가격정책 △상품군 확장 △새로운 마케팅 캠페인 등은 기업의 단기적인 성장을 위해 효과적일 수 있지만, 고객 감동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 성장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로열티 경영'을 잘 실현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매일경제 MBA팀은 프레드 라이켈트 펠로부터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로열티 경영' 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고객감동 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담은 후속작 'The Ultimate Question 2.0'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열티 경영'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고객 로열티가 가장 높은 기업들은 업계 평균보다 더 낮은 비용과 높은 마진으로 2.5배 빠른 성장을 시현한다는 점이 베인&컴퍼니의 분석결과 나타났다. 동기부여의 관점에서 고객의 적극적인 추천은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회사의 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든다.

로열티가 높은 기업들은 추천고객이 많고 비추천고객이 적다. 추천고객은 재구매 경향이 높고 다른 제품라인까지 확대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친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건설적인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제공한다. 비추천고객은 그 반대다. 추천고객은 성장의 동력이 되고, 비추천고객은 성장을 저해한다.

-'로열티 경영'의 성공사례를 알려 달라.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애플을 꼽고 싶다. 애플은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라는 미션 하에 모든 매장에서 NPS(순고객추천지수)를 성공의 척도로 사용하고 있다. 매일 근무 시작 전 매장 직원들은 전날 방문 고객 중 비추천고객이 있는 경우 근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논의한다. NPS가 높은 경우 서로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NPS를 일선 매장에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고객불만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레벨의 직원이 직접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애플의 경우 한 매장 매니저는 NPS 점수를 0~6점 준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한다. 매장 매니저들은 실수에 대해 고객에 사과하고 근본원인을 조사한다. 해결방안을 도출한 후에는 해당 고객을 응대한 팀과 교훈을 공유한다.

-고객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고객 충성도 확보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고객 피드백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문제가 자주 발생하나.

▶가장 흔한 실수는 고객불만의 근본원인이 공급업체나 일선 부서 외 다른 부서와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분히 높은 레벨의 임직원이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객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서의 협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신뢰도 있는 설문조사와 높은 응답률을 가진 기업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고객이 응답하지 않았다면 그 고객은 비추천고객이다. 하지만 설문조사 방법론이 잘못되어 무응답자를 간과하고 있으며, 비추천고객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설문조사 시스템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고객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탈한 고객을 다시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가장 좋은 방법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근본원인을 파악해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고객들은 기업이 자신의 불만에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면 더욱 관심을 가지고 기업에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게 된다.

-쇠퇴기에 접어든 산업이라도 '로열티 경영'을 통해 반등을 노릴 수 있을까 ▶어떠한 산업이 쇠퇴기를 맞는 이유는 혁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기업들은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다시 증대시킬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예를 들어 '엔터프라이즈 렌터카(Enterprise Rent-A-Car)'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틈새시장 업체로 시작했으나 현재 세계 1위의 차량 렌탈업체가 되었다. 이 업체는 여러 해 동안 동종업계 경쟁사들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장이 정체됐다고 평가했던 차량 렌탈업계는 고객의 집 혹은 회사에서 차량을 직접 회수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 엔터프라이스 렌터카의 등장으로 제2 성장기에 진입했다.

-신생기업의 경우에는 시장점유율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생기업이 뛰어든 시장에 이미 NPS가 높은 경쟁기업들이 많다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지.

▶신생기업일수록 NPS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대규모 마케팅이나 영업 캠페인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의 마음을 얻어 고객 스스로가 기업의 마케팅이자 PR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기업들은 고객 로열티의 확보가 수익성 있는 성장에 있어 중요한 동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고객들이 추천하는 이유와 그렇지 않은 이유를 파악해 전사적으로 우수사례(best practice)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와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도구의 등장으로 추천고객과 비추천고객을 구분하고, 피드백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쉬워졌다. NPS 전략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소셜미디어의 부상으로 많은 선도업체들은 세심하게 공들여 제작한 광고 캠페인이나 PR 메시지보다 고객이나 직원의 의견이 기업의 명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이에 따라 NPS의 중요성과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실행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실시간으로 추천고객과 비추천고객, 문제의 근본원인을 파악할 수 있으며 신속하게 그 결과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로열티 경영'을 위한 인사고과 시스템은.

▶많은 기업들은 조급하게 NPS와 보너스를 연계하는 경향이 있다. NPS 측정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고, NPS 점수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파악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먼저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한 후 결과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면, 직원들은 고객의 추천지수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 직원들은 비추천 점수를 받으면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스스로 문제를 파악해 해결하려 한다.

-직원 성과 평가를 너무 고객서비스 위주로 하면 직원들 불만이 발생하지 않을까.

▶베인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에게 적절한 수단, 트레이닝, 피드백만 제공한다면 직원들은 고객의 추천ㆍ비추천 여부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진다. 근본적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고 느낄 때 직원 스스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이 노력의 결과로 고객들로부터 높은 추천점수를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진다. 우수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은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고 자부심을 갖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로 이어진다. 대부분 기업에서 일선 직원들에게 신뢰할 만한 NPS 데이터조차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은 고객의 관점에서 본인이 잘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물론 고객의 표정이나 반응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본사에서 고객의 만족도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믿게 될 것이다. NPS 시스템의 결과를 직원들과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다면, 직원이 NPS 10점을 받고도 박수를 받지 못하게 된다.

-NPS는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주는가.

▶단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요소가 주가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면서도 수익성 있는 성장을 시현하는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데, 로열티 선도업체들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나도 개인적으로도 각 섹터에서 NPS 선도업체들의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NPS 경영 성공사례…판매 직원의 태도가 애플 마니아 만들었다고객 충성도가 높은 대표적인 기업인 애플. 제품의 혁신적인 기능과 디자인도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비결이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소비자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마치 미래에 온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애플스토어는 건물 자체도 아름답다. 여기에 제품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적 운영이 장점이다.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애플의 아이폰(iPhone) 아이팟(iPod) 아이패드(iPad)의 사용법을 익히는 이곳에서 '애플빠'의 충성심이 시작됐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2001년 애플이 첫 매장을 연 당시만 해도 애플은 틈새시장을 파고든 컴퓨터 제조업체에 불과했다. 아이팟은 아직 개발 단계였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개발되기 전이었다.

애플 소매점을 책임지던 론 존슨은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그는 '고객과 직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자'라는 사명을 천명했다. 존슨은 고객을 감동시킬 수만 있다면 그 고객은 반드시 자신의 경험을 친구들에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별 매장이 이러한 목표에 부합하고 있는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었을까. 소매업체의 경우 보통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측정한다. 고객에게 회사의 전화번호로 전화하거나 웹사이트를 방문해 설문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 대신 애플은 순고객추천지수(NPS)를 애플 매장 관리에 활용했다. 신규 직원은 단독으로 고객을 응대하기에 앞서 3주에 걸친 교육을 받는다. 교육 과정의 상당 부분이 어떻게 하면 올바른 고객 경험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애플 매장 매니저는 일반 고객을 충성도가 높은 '추천고객'으로 전환시킨 직원들을 파악한다. 애플 본사의 NPS 팀은 전 매장으로부터 고객 피드백을 취합해 추천고객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멋진 제품이나 세련된 매장 디자인을 주된 이유로 추측하겠지만, 추천고객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는 놀랍게도 매장 직원들의 태도였다.

애플 매장 직원들은 동료들 사이에서의 개인 NPS 순위뿐 아니라 역내 타 매장과 비교하여 자신이 일하는 매장이 NPS 순위에서 몇 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애플은 NPS를 기준으로 매주 전 매장의 순위를 매기고, 분기별로 가장 순위가 높은 매장과 가장 개선폭이 큰 매장은 '기립박수상(Ovation Awards)'을 받는다.

2007년 애플에서 NPS를 측정하기 시작했을 당시 매장 수는 163개였고, NPS는 58%였다. 2011년 애플 매장은 320개로 늘어났으며 NPS 역시 70%로 높은 점수대를 기록하고 있다. 최고득점 매장의 점수는 90%를 상회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애플 소매점의 사명은 고객뿐 아니라 직원과 투자자까지도 포함한다. 수익성 있는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가전 매장의 제곱피트당 매출이 평균 1200달러인 데 비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애플 소매점의 경우 제곱피트당 매출은 평균치의 5배인 6000달러를 웃돈다.

또한 애플 소매사업부는 직원을 대상으로도 NPS를 적용했다. 직원 스스로가 먼저 추천고객이 돼야만 추천고객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직원을 대상으로 4개월에 한 번씩 애플 매장을 다른 사람에게 좋은 직장으로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 조사했다.

★ 프레드 라이켈트는… 프레드 라이켈트 베인&컴퍼니 펠로(Bain Fellow)는 '순추천 고객지수(Net Promoter?)' 경영 시스템의 창시자다. 기업이 고객과 직원의 로열티를 통해 경영 성과를 달성하도록 돕고 있다. 고객과 임직원의 로열티와 기업 이윤의 상관관계를 정량화하는 연구를 해왔다. 전 세계를 다니며 CEO와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한 주요 비즈니스 포럼의 강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라이켈트의 활동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포천, 비즈니스위크, 이코노미스트 등 권위 있는 간행물에 자주 소개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를 가리켜 로열티 부문의 '대사제(high priest)'라고 표현했고, 뉴욕타임스는 '로열티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프레드 라이켈트는 1977년 베인&컴퍼니에 입사해 1982년 파트너로 임명됐다. 베인&컴퍼니에서 지명위원회, 보상위원회, 글로벌경영위원회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99년에는 회사 최초로 '베인 펠로(Bain Fellow)'에 선출됐다. 베인 펠로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하거나 저술하는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라이켈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로열티를 주제로 8개의 논문을 기고했다. 그의 베스트셀러로는 '로열티 경영효과(The Loyalty Effect)'와 '로열티 경영의 원칙(Loyalty Rules)' 등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했으며,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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