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천황 위해.." 영웅 미화 마을장례, 그렇게 청춘들을 死地로 끌고 갔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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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섭 씨가 1일 3·1운동 93주년을 맞아 일제의 태평양전쟁과 중국 침략 전쟁 기만술을 보여주는 중일전쟁 전사자 유가족 위문금 모집 발기문을 공개하고 있다. 발기문에는 친일행위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문구가 들어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1944년 11월 25일 전남 해남군 해남면 해남공립학교 교정. 일제의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전시상황에서 면민장(面民葬)이 치러졌다. 면민장은 1944년 11월 16일 태평양전쟁에서 전사한 해남면 출신 해군 군속 A 씨의 장례식이었다.
장례위원장은 당시 해남면장이던 천모 씨가 맡았다. 천 씨는 해남군 삼산면장에게 우편엽서 부고장(가로 9cm, 세로 14cm)을 보내 주민 참여를 독려토록 했다. 부고장에는 "A 씨가 고귀한 피를 흘린 만큼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주는 것은 의무이며 천황의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는 친일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2월 5일 해남군 옥천면 옥천공립보통학교 교정에서도 군민장(郡民葬)이 열렸다. 군민장은 1944년 1월경 태평양전쟁에서 전사한 옥천면 출신 육군 상등병 B 씨의 장례식이었다. 장례위원장은 당시 해남군수인 김모 씨가 맡았다. 부고장에는 같은 친일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일제는 A 씨 등 조선인들을 태평양까지 강제로 끌고 갔다.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 억울하게 죽은 A 씨 등을 영웅으로 미화해 장례식을 치러줬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군·면민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은 강제 징집된 A 씨 등을 장례식을 치러주고 더 많은 조선인들을 전쟁터로 끌고 가기 위한 고도의 기만술책"이라고 말했다.
일제는 '전쟁 전사자 유족들을 돕자'며 강제로 돈까지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1937년 전남 화순군 동면 여모 면장은 '중일전쟁에 참여해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숨진 C 씨의 가족들을 돕자'는 내용의 위문금 모집 발기문(가로 40cm, 세로 27.5cm)을 주민들에게 뿌렸다.
여 면장은 발기문에 "C 씨의 전사는 주민 9800여 명의 피와 땀의 결정"이라며 친일 행위와 침략전쟁을 노골적으로 정당화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며 친일문제연구가인 심정섭 씨(69·광주 북구 매곡동)는 1일 제93주년 3·1운동 기념일을 맞아 일제의 태평양전쟁과 중국 침략 전쟁 기만술을 보여 주는 자료 3점을 공개했다. 심 씨는 "역사적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자료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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