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1년> ⑥"1년간 쓰레기 치웠을 뿐"

이충원 2012. 2.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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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바 후토시 리쿠젠타카타 시장 인터뷰

도바 후토시 리쿠젠타카타 시장 인터뷰

(리쿠젠타카타 < 日이와테현 > =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 일본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의 도바 후토시(戶羽太·47) 시장은 지난해 동일본대지진으로 아내를 잃었는데도 시민을 먼저 살폈고, 정부를 맹렬히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도바 시장은 이달 22일 임시 청사로 찾아간 기자 앞에서도 "우린 모든 걸 잃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고, 좋은 측면도 있다는 점을 의식하며 힘을 내겠다"며 거침없이 발언을 쏟아냈다.

다음은 도바 시장과의 일문일답.

--리쿠젠타카타의 피해가 특히 심각해진 이유는 뭔가.

▲가마이시(釜石)나 오후나토(大船渡)처럼 화물선이 드나드는 항만이 있는 도시는 앞바다에 방파제를 쌓을 수 있지만, 리쿠젠타카타는 작은 어항(漁港)과 해수욕장뿐이어서 그럴 수 없었다. 댐을 열었을 때 물이 밀려오듯이 쓰나미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곧바로 밀어닥쳤다. 민가는 목조 건물이 많아서 전혀 남지 않았다. 지진 전에 2만4천명 정도 살았는데 1천800∼1천90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일자리를 잃고 떠난 이들도 있어서 지금은 2만명 정도 남은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1년간 무슨 작업을 한 건가.

▲피해 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 쓰레기를 치우는 게 고작이었다. 그냥 치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재분류해서 콘크리트는 부숴서 재이용하고, 철로나 목재도 다시 분류해야 한다.

--주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임시 주택을 2천200채 정도 지었다. 쓰나미가 닿지 않는 곳을 찾다 보니 주로 학교 교정에 세웠다. 시청도 한동안 급식센터 사무실을 빌려쓰다가 최근에 임시 청사를 지었다.

--새로 지을 도시 계획은 마련했나.

▲앞바다에 12.5m 높이의 방조제를 쌓을 계획이다. 해변 지역은 땅을 쌓아올린 뒤 상가를 조성하려고 한다. 주택은 해변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산 쪽으로 옮겨 지을 예정이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순탄했나.

▲중앙정부가 관여하려면 더 관여하든지, 우리에게 맡길 거면 다 맡기든지 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니어서 어려움이 많았다. 방조제도 우리보고 계획을 만들라고 해놓고는 막상 제출하자 '이렇게 높은 건 안된다'고 하는 식이었다. 방조제 높이에 따라서 다른 계획도 모두 바뀌는데. 높은 지역으로 이주할 때에도 5가구 이상이 모여서 옮겨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왜 2가구는 안 되나. 여긴 도쿄가 아니지 않나. 5가구라는 기준은 누가 정한 거냐. 현장을 모르는 이들이 기준을 만드는 게 문제다. 다른 지역은 일부 고장 난 걸 수리해서 쓰면 되지만, 우린 그럴 수 없다고 얘기하면 나보고 '트러블 메이커'라고 한다. 하지만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앞으로 과제는 뭔가.

▲주민들이 살 곳을 마련해야 하고, 일자리도 마련해야 한다. 리쿠젠타카타의 주요 산업은 양식 어업인데 조개나 굴, 가리비는 3년간 바다에서 길러야 돈이 된다. 시설은 복구했으니 앞으로 2∼3년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지원금을 받으려고 미역을 키우는 정도다. 수산 가공 시설도 꽤 복구했다.

농지는 소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고, 방사능 우려로 인한 피해도 있다. 농업은 젊은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대형 비닐하우스로 식물 공장을 만드는 시도를 하려고 한다. 쓰나미가 오기 전에도 젊은이들이 일할 곳이 별로 없었다. 재해를 계기로 여러 기업이 지원 약속을 한 만큼 그걸 실현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해야 한다. 희망적인 건 지역 출신 학생이나 젊은이들이 재해 후에 고향을 생각해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러 온다는 점이다.

--현실은 아직 비참한데.

▲지금 상황은 '1년 지나도록 고작 쓰레기를 치운 것이냐'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다. 그래도 재해를 계기로 일본 전국과 세계 각국의 지원을 받는 등 좋은 점도 있었다. 일본 안에서도 재해 전에는 리쿠젠타카타를 아는 사람이 200명 중 3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우린 모든 걸 잃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고, 좋은 측면도 있다는 점을 의식하며 힘을 내겠다.

--어떤 도시를 만들고 싶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 의미가 없다. 재해를 계기로 좋은 점은 놔두고, 약점은 극복해야 한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장애인이 휠체어에 타거나 맹인 안내견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제 리쿠젠타카타는 다 없어졌으니 장애인이든 고령자든 모두 차별받지 않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동네를 만들고 싶다. 우리는 아직 한국, 싱가포르, 미국인들의 지원을 되갚을 방법은 없지만, 여러분이 나중에 이곳을 찾았을 때 '아, 지원한 보람이 있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 아직 아무것도 없지만 시간이 걸려도 꼭 복구하겠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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