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_복수초를 맨 먼저 볼 수 있는 동해시.. 미식가들 줄잇는 묵호항에서 대게도 만나다

2012. 2. 2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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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들까 하여 창문을 열어보니 찬바람만 맞는다. 그러나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나니 동장군도 기세가 꺾이고 만다. 지금 강원도 동해시에는 활짝 핀 복수초가 이른 봄소식을 전하고,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에 제대로 살이 오른 대게가 입맛을 당긴다.

◇눈 속에서 봄마중 나온 복수초 꽃을 만나다

동해시 천곡동의 도심 한복판에 냉천(冷泉)공원이 있다. 한여름에도 차가운 물이 샘솟는다고 해서 '찬물내기'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겨울철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만큼 따뜻한 샘물이 쉼 없이 솟아난다. 그래서인지 눈 쌓인 엄동설한에도 찬물내기 샘터 주변에서는 샛노란 복수초가 조심스레 꽃망울을 터뜨린다. 복(福)과 장수를 불러온다는 복수초는 눈이나 얼음을 뚫고 핀다고 해서 '눈색이꽃' 또는 '얼음새꽃'이라는 우리말 이름이 붙었다.

냉천공원은 우리나라에서 야생 복수초 꽃을 맨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다. 복수초는 주로 샘터 주변의 산비탈에 자란다. 꽃봉오리의 크기는 엄지손가락의 한마디만 하다. 낙엽이나 나무, 바위 아래에서 꽃대만 슬며시 올린 채로 꽃망울을 터뜨린다. 눈을 헤집고 막 꽃부리를 펼친 복수초의 꽃잎은 세수를 한 듯 반지르르 윤기가 흐른다. 10여 장의 황금색 꽃잎을 활짝 펼친 모습은 언뜻 민들레꽃을 닮은 듯하다. 반쯤 벌어진 꽃부리는 영락없이 종지 모양이다. 노란 꽃잎 안에 자리 잡은 수술이 참외 씨처럼 빼곡하다. 햇살을 받아 화사하게 빛나는 복수초 꽃을 보고 있노라면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이 기지개를 펴는 듯하다.

냉천공원에서 1km 남짓한 거리에는 천곡동굴(033-532-7303)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심에 위치한 이 석회동굴은 4억~5억년 전에 생성됐다고 한다. 동굴이 비교적 좁은 편이어서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한 뒤 입장해야 한다. 허리를 굽혀야 통과할 수 있는 구간도 많다. 통로가 좁은 대신 석회암 생성물들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동굴 곳곳에 형성된 종유석은 매우 다채로운 형태를 보여준다. 얇게 저민 베이컨을 걸어놓은 듯한 베이컨시트, 시폰 커튼이 하늘거리는 듯한 모양의 종유벽, 파티용 샹들리에를 매달아 놓은 듯한 종유석, 오백나한이나 마리아 등을 닮은 석순 등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지하궁전이 눈앞에 펼쳐진다.

◇묵호항에서 속살 꽉 찬 대게를 맛보다

대게 하면 흔히들 영덕이나 울진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동해 묵호항에서도 싱싱한 대게를 비교적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그래서 대게 철만 되면 실속있게 대게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대게는 초겨울부터 잡히지만, 속살이 꽉 차는 시기는 이맘때쯤의 늦겨울과 이른 봄 사이다. 대게 철을 맞은 요즘의 묵호항 어시장에는 상인들과 관광객들로 연일 북적거린다. 수십 개의 함지박마다 살이 꽉 찬 대게들로 그득하다. 대게는 어획량과 크기에 따라 날마다 값이 달라진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작은 것으로 5만원어치 정도만 구입하면 두세 명이 푸짐하게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인심이 후한 상인은 다리가 떨어져 상품성이 떨어진 몇 마리를 덤으로 주기도 한다. 배를 눌러보았을 때 물이 나오지 않고 배 색깔이 짙은 대게가 대체로 속이 꽉 차 있다.

구입한 대게는 어시장 인근의 식당에 1만원쯤 수고비를 지불하면 쪄준다. 그리고 1인당 2000~3000원의 자릿세를 더 지불하면 찐 대게를 식당 안에서 먹을 수 있다. 제대로 여문 대게 속살은 짭조름하면서도 달다. 게다가 게딱지 속의 고소한 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 고소하고도 담백한 바다 내음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논골담길을 걸으며 묵호를 추억하다묵호항 북동쪽의 산중턱에 묵호등대(033-531-3258)가 있다. 등대 주변은 해양문화공간을 겸한 소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공원 중앙에 불꽃을 형상화한 조각이 있고, 벽면에는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시구가 새겨져 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봄날은 간다' '풍랑주의보' 등의 영화와 드라마 '찬란한 유산' 촬영지였다는 안내판도 보인다. 등대전망대에 오르면 검푸른 동해바다와 동해시 일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도 검고 물새도 검어서 붙었다는 '묵호'(墨湖)라는 지명과 딱 맞는 풍경이다.묵호등대 아래 산비탈에는 어달리와 묵호동 마을이 들어서 있다. 다랑이논처럼 층층이 흘러내린 산비탈에 빨강, 파랑 원색의 양철지붕이 모자이크처럼 점점이 박혀 있다. 골목길은 비좁고, 길바닥은 굴 껍데기처럼 거칠다. 언덕 위의 작은 덕장과 집안의 빨랫줄에는 오징어와 명태가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다.

바다도 물새도 검은 '묵호' 뾰족뾰족 솟아 있는 병풍같은 '해금암'

등대오름길, 논골담길 등으로 나눠진 골목길에는 묵호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무거운 보따리를 이고 언덕을 오르는 수퍼우먼 할머니, 빨랫줄에 널어놓은 오징어와 명태,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의 꽃신, 노가리 안주가 나오는 대폿집, 코흘리개 아이들이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하던 구멍가게, 생선이 가득 담긴 지게 등에서 묵호의 옛 풍정(風情)들이 오롯이 되살아난다. 이곳 벽화들은 묵호의 자화상이며, 가슴 절절한 서정시다.

한때 번성했던 묵호의 과거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묵호에 화려한 봄날이 다시 찾아오리라 고대하며 담벼락에 써놓았다. '사람들은 봄은 산으로부터 온다고 한다. 묵호의 봄은 시린 손 호호 불며 겨울바다에서 삶을 그물질하는 어부의 굳센 팔뚝으로부터, 신새벽 어판장에서 언 손 소주에 담가가며 펄떡이는 생선의 배를 가르는 내 어머니의 고단한 노동으로부터, 언덕배기 덕장에서 찬바람 온몸으로 맞이하는 북어들의 하늘 향한 힘찬 아우성으로부터 온다. 봄은. 엄동설한에도 희망을 노래하는 그대, 묵호의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부터…'.

◇추암해변에서 촛대바위를 바라보다추암해변은 묵호등대와 함께 해맞이 명소로 유명하다. 특히 아담한 백사장과 하늘을 찌를 듯한 기암괴석이 절묘하게 조화된 추암해변의 해돋이 광경은 동해안의 어느 곳보다도 장엄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추암해변은 의외로 작고 아담하다. 피서철 성수기가 아니면 늘 한산한 편이다.

추암해변의 북쪽 끝에 놓인 추암교를 건너 바위언덕 위로 올라가면 험준한 해안절벽이 나타난다. 절벽 아래에는 형제바위라고 불리는 삼각형 모양의 바위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다. 두 바위 위로 하얀 포말이 무시로 부서진다. 조금 더 올라가면 생김새가 기다랗고 뾰족하게 생긴 촛대바위(능파대)가 우뚝하다. 피뢰침처럼 뾰족해서 태풍이라도 불면 금세 부러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촛대바위 주변에는 촛농이 흘러내린 듯한 모양의 날카로운 바위가 즐비하다.

추암교 뒤로는 삼척 심씨의 시조인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내려와 지었다는 해암정이 보인다. 해암정 뒤편 바닷가에는 수백 개의 석회암 괴암괴석이 뾰족뾰족 솟아 있는 해금암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해암정 서쪽의 산등성이에 조성된 추암조각공원 산책로를 자분자분 걷다 보면 해금암 일대의 그림 같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책로에는 촛대바위 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안절경은 촛대바위에서 바라보는 풍광 못지않은 장관이다.

여행수첩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동해종합버스터미널까지 하루 22~28회 운행,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동해종합버스터미널까지는 하루 8~11회 운행, 운행시간 3시간 10분.

기차:서울 청량리역에서 동해역까지 하루 7회 운행(07:00 09:00 12:00 14:00 16:00 22:0 23:00, 소요시간 5시간 30분)

(지역번호 033) 묵호항 근처의 어달리 해안도로가에 위치한 오부자횟집(533-2676)의 새콤달콤한 냄비물회, 서울성수회집(533-8944)의 싱싱한 활어회, 동해바다곰치국(532-0265)의 김치를 넣은 칼칼한 곰치국과 생선구이가 맛있다. 묵호항 부근에 자리 잡은 동백식당(532-0661)의 해물탕과 해물찜, 부흥횟집(531-5209)의 물회도 한 번쯤 맛볼 만한 별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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