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그리워질 때 훌쩍 가서 맛보는 생오리 구이

조선닷컴 트래블 2012. 2. 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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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온누리농장'겨울 강은 겨울 바다보다 깊이 침묵하고 있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각자 몸을 풀어 마침내 하나의 한강으로 흐르기 시작하는 곳, 팔당. 눈 덮인 산야의 가장 낮은 곳에 몸을 웅크린 채 강은 말이 없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었건만 강물은 뒤척임도 없이 고인 듯 흘러갔다. 그 강변에 '온누리농장'이 자리 잡았다. 봄은 멀지 않았는데 한파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외투에 묻은 한기를 털어내며 얼른 실내로 들어섰다. 난로에서 참나무 장작이 활활 타올랐다. 보기만 해도 따뜻한 장작불이 외로운 겨울 나그네를 반겼다. 이 집은 질 좋은 생오리와 제주오겹살을 참숯에 구워낸다. 번잡한 도시가 아닌, 강변에서 맛보는 고기구이는 색다른 맛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연한 어린 생오리, 참숯에 구워 멜젓에 찍어먹어

이 집의 주 메뉴는 국내산 생오리구이(한 마리 650g, 34000원)다. 오리농장과 계약을 통해 사료급여 등 오리의 사육 스펙을 제공, 생후 39~40일 된 오리고기만을 사용한다. 다른 식당보다 오리 사육기간이 짧아 크기는 일반 오리에 비해 작지만 육질은 최상급이어서 씹으면 부드럽고 쫄깃하다. 주문하면 약간 소금 간이 밴 상태의 생오리를 내오는데 손님이 각자 자기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먹는다.

참숯불이 최상급이어서 어떤 것을 올려도 맛나게 구워질 것 같다. 불땀도 좋고 훈향도 최고다. 구울 때는 고기 한 점씩 따로따로 뒤집지 말고 전체적으로 뒤적거리고 저어주면서 천천히 구워야 육즙이 마르지 않는다. 바싹 굽지 말고 고기 색깔이 살짝 노릇노릇해질 무렵에 먹기 시작해야 오리고기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다 구운 오리고기는 입맛에 따라 겨자 소스와 멜젓 소스에 찍어 먹는다. 멜젓은 추자도에서 구입한 싱싱한 멸치로 이 집에서 직접 담근 것인데, 고기를 구울 때 멜젓 그릇도 함께 석쇠에 올려 달인 뒤 찍어먹어야 더 맛이 난다.

잘 구운 고기는 오리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참나무 훈향이 은은하게 풍긴다. 짭짤하면서 여운이 남는 멜젓 맛과 오리고기의 부드러운 육질이 입 안에서 잘 어우러진다. 함께 구운 마늘과 파절이를 고기와 함께 무쌈에 싸서 먹으면 또 다른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양이 부족할 경우, 반마리(325g)는 17000원에 추가주문이 가능하다.

보드라운 배받이살 껍데기 곁들인 맛 진한 제주오겹살도

생오리와 함께 이 집의 인기 메뉴가 제주오겹살(180g, 1만1000원)이다. 제주 양돈농가와 계약 사육을 하여 양질의 제주오겹살을 확보하고 공수해온다. 제주 농가로부터 제주오겹살 원육을 받으면 숙성고에 7~10일 정도 숙성을 시킨다. 숙성된 원육은 이중칼집을 낸 뒤 손님에게 내간다. 고기를 자세히 보면 앞부분은 일(一)자 칼집이 있고, 뒷부분은 사선으로 난 칼집이 있다. 이 칼집은 불기운이 고깃덩어리 깊숙한 곳까지 잘 전달되어 골고루 익게 해주고, 소스가 고기 내부에 쉽게 스며들도록 도와준다.

다 익은 제주오겹살은 두툼한데 칼집과 수직 방향으로 잘라 먹어야 훨씬 씹는 맛이 좋다. 생오리처럼 역시 파와 콩나물 상추가 들어간 파절이를 잘 저어서 개인 접시에 덜어놓고 얇게 저민 무쌈에 고기와 함께 싸서 먹는다. 기존의 삼겹살에 비해 제주오겹살은 좀 더 진한 맛이 난다. 콜라겐 덩어리인 배받이살 껍데기(사실, '껍질'이라고 해야 옳다)를 서비스로 제공하는데, 아주 육질이 보드랍다. 껍데기는 식으면 딱딱해지므로 뜨거울 때 소금이나 멜젓에 찍어 먹어야 맛있다.

생오리나 제주오겹살을 먹고 나면 후식으로 한방 오리죽과 누룽지 끓인 숭늉이 나온다. 오리죽은 오리 뼈를 고아 만든 국물에 녹두와 조, 그리고 한방재료 예닐곱 가지를 넣어 끓인 보양식이다. 죽을 한 숟갈 입에 넣고 씹으면 녹두 알갱이가 터지면서 팥 맛과 비슷한 구수한 풍미가 입 안에 가득 찬다. 오리죽이 식기 전에 열무김치를 얹어먹으면 입 안이 깔끔하고 개운해진다. 제 철에 담근 것처럼 아삭하고 맛이 든 열무김치는 주부고객에게 인기가 많아 원하는 고객에겐 1Kg에 6000원씩 포장 판매도 하고 있다. 보쌈무는 무와 황태채로 만들었는데 새콤하고 아작아작 씹히는 식감이 뛰어나다. 고기를 구울 때 밑불에 넣었다가 고기가 다 익을 때 꺼내 먹을 수 있는 군고구마도 포기할 수 없는 디저트감이다.

식사 후 주변 산책은 필수!

식당 뒤편에는 이 집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고, 짚과 나무로 예쁘게 꾸민 강변공원이 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반드시 카페나 강변공원에서 이곳만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풍치를 즐겨야 한다.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변 풍경과 멋이 자연소재로 만든 조형물들과 어울리며 강을 따라 흐른다.

카페에는 다양한 차와 음료가 구비되어 있는데 식사를 한 고객에게는 찻값의 50%를 에누리해준다. 강변을 따라 조성한 공원에는 나무와 짚으로 꾸민 놀이기구, 둘러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원목 의자를 모닥불을 중심으로 군데군데 설치해놓았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나무 그네나 시소도 타보고,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정다운 얘기를 나누면서 강심으로 저무는 해를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연인끼리 강가를 산책하거나 모닥불에 고소한 추억을 묻어두고 세월이 지난 뒤에 하나씩 꺼내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공원 한가운데는 '뻥튀기집'이 있다. '뻥'하는 흥겨운 폭음과 함께 정해진 시간대별로 튀기는 뻥튀기는 추억과 낭만의 주전부리로 이 곳 분위기와 사뭇 잘 어울린다.

이 집은 팔당대교 북단 6번 국도와 한강 사이에 자리 잡았다. 주변에 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지와 운길산 수종사 등 가볼만한 관광지가 가까이에 있어서 식구들과 가볍게 주말 나들이를 하면서 들르기에 좋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온다면 멋진 식사와 함께 서울과는 또 다른 한강의 새로운 얼굴을 대면할 수 있다. 하얀 강물은 내내 차고 조용했지만 강마을 양지쪽엔 어느새 봄볕이 스며들고 있었다.031-576-9223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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