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제한에 자비부담 '농가도우미' 그림의 떡

2012. 2. 19. 21: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여성농업인 대체인력 '외면'

충북 영동군 용산면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이아무개(42·여)씨는 지난해 여름 셋째아이를 출산하면서 '농가 도우미' 손길을 빌렸다. 출산 앞뒤로 길게는 80일까지 농가 도우미 제도를 활용할 수 있지만, 이씨는 30일만 썼다. 까다로운 규정 때문이었다. 이씨는 "도우미는 출산 45일 전부터 출산 이후까지 쓸 수 있고, 영농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출산 두어달 전부터 일을 하지 못했는데 '출산 전 사용 규정'에 묶여 쓰지 못했고, 공교롭게 출산 무렵에는 포도 농사가 끝나 '영농 규정'에 막혔다"고 말했다.

농가 도우미 제도는 여성 농업인이 출산으로 일을 중단하게 될 때 농사일과 육아 등 가사를 도와주는 사람을 보내주는 제도다. 2000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여성 농업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뜻에서 도입해 시행하다 2005년부터 자치단체로 넘겼다. 지난해 6월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1월부터는 여성 어업인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자치단체로 사업이 이양되면서 제도의 규정과 지원 범위가 천차만별이다. 강원·경남·충남 등에선 하루 3만5000원씩 지원하는데, 충북은 5만원을 지원한다. 대전은 30일까지만 지원하지만, 강원·경남 등은 90일까지 지원한다. 자부담 비율도 각양각색이다. 전북·대전 등은 농가 부담액이 없지만 충북·인천·충남 등은 출산 농가가 20%를 부담해야 한다. 정아무개(38)씨는 "출산장려 정책을 편다는 자치단체가 도움을 주는 것까진 좋은데, 농가가 일정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에 조금은 황당했다"고 말했다.

영농하는 기간이어야 한다는 점이 도우미 신청에 필수 요소여서, 포도·사과 등 계절 과일이나 채소, 벼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서 농한기에 출산을 하면 지원받을 수 없다. 이종호 충남도 농업정책과 계장은 "농가 도우미는 영농·가사 대체인력인데, 출산이 줄고 자부담도 있어 지원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지난해 농가 도우미 예산 10억7600만원을 편성했지만 실제 지원은 171농가에 5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아예 8억원으로 예산을 축소했다. 충남도는 2010년 550명에게 6억9300만원을 지원했지만 지난해에는 350명에게 4억4100만원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지난해 예산의 절반인 4억2500만원만 편성했다. 경남도 또한 지난해 500명에게 10억5000만원 지원을 계획했으나 실제 지원은 300명 선에 그쳤다.

김태순 청주와이더블유시에이(YWCA) 부장은 "농가 도우미 제도는 신청 조건이 까다롭고, 이웃 등 대부분 비전문 도우미가 파견되면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리 세운 예산마저 다 채우지 못할 바에는 농가 자기부담을 없애거나 줄이고 전문 도우미를 육성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도우미 지원을 받았던 충북 영동의 이씨는 "동네에서 함께 지내는 칠순 어르신이 도우미로 파견되는 바람에 '이것저것 도와달라'고 쉽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전국종합 sti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파업 뮤직비디오 'MBC 프리덤'도 떴다K리그 복귀한 이근호 "이젠 좀 튀겠다"'한-미FTA 없던 일로'는 정말 안되는가'서태지와 아이돌' 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전남 보성 세 남매 학대 부추긴 40대 여자 구속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