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희망 - 2012 대한민국 리포트>난방비·입학금.. 작지만 꼭 필요한 경비 지원 '빈곤가정 희망ON'

박정민기자 2012. 2. 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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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기아대책 본부 2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깥은 대낮에도 수은주가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본부에선 이들의 웃음소리로 훈기마저 느껴졌다. 처음엔 다들 부끄럽다며 쭈뼛거렸지만 이내 시키는 대로 방긋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표정에서 남다른 선함이 묻어났다. 사진이 예쁘게 신문에 나가야 후원금이 더 많이 들어온다는 말에 어느새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기아대책'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단체는 자원봉사자만 5만6232명에 후원회원이 37만9285명에 이르는 방대한 조직이다.

해외 구호 활동도 함께 진행하는 단체여서 사단법인 기아대책 외에 5개 법인이 복지 활동을 전개 중이다. 이처럼 조직은 크지만 이들이 행하는 사업은 매우 세밀하고 구체적이다. 1700여명의 젊은이가 각계의 빈곤 아동 지원과 가정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에 직접 뛰어든다. 커다란 기아대책을 이끌어 가는 이들은 낮은 곳의 가난한 사람과 함께하는 젊은이들이다.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오늘날 직접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김하얀(여·28) 간사는 "우리 사회의 빈곤을 없애기 위한 작은 정성들을 모으고 실천하는 곳"이라며 기아대책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기아대책에서 추진하는 빈곤 퇴치 사업들은 거창하지 않다. 작지만 빈곤층에겐 꼭 필요한 것들이다.

김 간사는 "난방비나 입학금 지원과 같은 것들이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겐 이것만큼 긴박하고 절실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기아대책은 빈곤층 난방비 지원 캠페인인 '희망온(溫)'을 9년째 펼치고 있다.

'에너지는 인권처럼 기본권'이라는 캠페인의 모토처럼 기아대책의 간사들은 누구나 빈부의 격차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올해 캠페인(2011년 11월1일~2012년 1월 말)을 통해서는 국내 결연 아동 4000여명의 가정에 난방비를 전달했다. 난방비에는 도시가스 사용료·전열기 사용료·아파트 난방비 등이 포함돼 있으며, 연탄·등유 등 연료 배달은 물론, 이불·전기장판·방한의류 등 각종 난방용품도 지원하고 있다. 또 시설이 낡은 가구의 경우 개·보수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해 사무실엔 항상 감사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희망온을 진행한 홍선민(여·29) 간사는 지난 연말 전기장판 한 장에 고마워하던 범수네 할머니의 전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범수는 부모님 없이 홀로 동생들과 할머니를 부양하는 소년 가장. 이런 범수네 집에 전기장판 한 장은 겨울을 이겨 낼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범수네 할머니는 홍 간사에게 전화를 해 "우리 집에 전기장판을 보내 줘 매우 고맙다.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연신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항상 모자라고 부족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기존의 기아대책 후원 대상 외 저소득 가정 리퀘스트를 통해 갖가지 사연을 듣고 다양한 조사를 거쳐 수혜자를 늘리고 있지만 전체 빈곤 가정에 돌아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년 꾸준히 후원자와 자원봉사자가 지원해 주는 덕에 기아대책 간사들은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함을 계속 전할 수 있어 뿌듯하다.

이뿐만 아니라 기아대책에선 저소득 결손 가정 청소년에게 대학 입학금을 지원하는 '스무 살, 희망을 만나다'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하게 학업에 정진해 대학까지 합격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결손 가정 청소년들에게 대학 입학금을 지원,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 결손 가정 학생의 가정 수입이 월 40만~70만원(정부보조금) 수준에 불과해 100만원가량의 입학금 지원은 이들의 대학 진학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홍 간사는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아버지를 부양하는 은하의 경우 학교에서 전교 1~2등을 다툴 정도로 성적이 우수하지만 300만~4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버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이런 학생들이 등록금의 일부라도 지원받아 학교를 가게 된다면 졸업 후 직업을 가져 가난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고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차상위 계층 아이들의 교복비를 마련해 주는 '해피스타트 교복지원사업'을 지난 4년간 꾸준하게 전개한 결과 신학기를 맞이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느끼는 마음의 부담을 크게 덜어 줬다.

실제로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방화동의 J양은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일하다 다쳐 교복을 사 달라는 말조차 못 꺼냈는데 이렇게 새 교복을 줘 감사하다"며 직접 찾아와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작은 도움이 이 소녀가 구김 없는 모습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게 하는 데 큰 힘이 된 셈이다.

뭇사람들의 사소한 정성을 큰 사랑으로 전달해 주는 곳. 이런 기아대책의 활동 방식과 관련, 정정섭 회장은 "'티끌 모아 태산',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우리의 사랑이 모이면 사회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할지라도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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