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등수 없는 성적표 '지혜' 먼저 가르치죠"

윤연주 에듀 2012. 2. 1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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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영 박사에게 듣는 '유대인의 특별한 교육법'

질문 하나. 마크 주커버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의 공통점은? 요즘 '제일 잘 나가는' IT업계의 스타들이라고? 물론 정답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이들은 모두 유대인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들은 노벨상 전체 수상자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만난 건국대 명예교수 류태영(76) 박사는 "유대 민족 특유의 교육이 창의력이 풍부한 인재를 길러낸다"고 말했다.

◇유대인 성적표에는 점수도 등수도 없다

1970년대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류태영 박사는 당시 두 자녀를 현지 공립학교에 보내며 유대인들의 교육을 몸소 체험했다.

"이스라엘 초등학교에서는 매달 학부모 교육을 실시합니다. 학부모 교육하면 으레 엄마들만 참석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반드시 아빠와 엄마가 함께 참석하지요." 때문에 학부모 교육은 항상 저녁에 열린다. 류 박사도 7년 동안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아내와 함께 참석했다.

"학교에선 수업할 때 무조건 외우게 하는 법이 없어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합니다. 이를 위해서 학부모 교육을 하는 거예요. 수업 진도가 나가기 전, 교사들이 미리 학부모들에게 지침을 내리는 것이죠."

류 박사는 나눗셈·분수 수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학부모 교육에 다녀온 부모들은 냉장고에 사과를 준비해 놓고 아이에게 사과를 나눠 먹자고 제안한다. 냉장고에서 사과 한 개를 꺼내온 아이는 가족 수에 맞게 사과를 자르고 나누며, ½, ¼ 등 분수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깨우친다.

이스라엘에선 중학교 때까지 성적표에 점수와 등수를 기재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의 성격의 특징을 세세하게 기록한다. 상장도 없다. 불필요한 경쟁심을 부추기지 않기 위해서다.

"등수나 점수를 모르니 누가 공부를 잘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학부모들의 관심은 아이들의 성격, 교우관계, 예의범절 등 인성에 더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미리 의논하고 자녀와 대화해

가정 교육도 남다르다. 유대인 부모들은 먼저 부부끼리 의견을 합의하고 자녀와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배움은 달콤하고 즐겁다'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가령 아이가 처음 글자를 알게 되면 꿀 한 숟가락을 입에 넣어주는 식이다. 다섯 살부터는 '토라'(구약성서의 첫 다섯 편)를 가르치는데, 잘 배우는 아이를 위해 특별 파티도 열어준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매주 탈무드와 성경을 공부한다. 총 2만 쪽에 달하는 탈무드는 트럭 하나를 꽉 채우고도 남는 양이다. 부모는 자녀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골치 아픈 상황에 휘말리면 탈무드나 성경을 인용하며 아이를 지혜로 인도한다.

특히 유대인들은 성경에서 중요시하는 안식일을 꼭 지킨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전통과 종교적인 의미에서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유대인들은 전통과 율법을 중시하지만, 생각과 행동에 대해선 자유롭습니다." 류 박사는 페이스북의 탄생을 그린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서 '저게 바로 유대인이지'하고 무릎을 쳤다고 했다. 영화에서 마크 주커버그는 중요한 회의에 잠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나타나곤 한다. 유대인들은 방만한 자유를 용인한다는 것이다. 대신 뒤따르는 책임은 무겁다. 남자는 13살, 여자는 14살이 되면 결혼식만큼이나 성대한 성인식을 치른다. 성인식 후에는 법적으로도 성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위계질서가 있는 가정을 만들어라!

"요즘 한국 가정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결정을 엄마가 합니다. 형식적으론 아버지가 가장이지만, 실질적인 주도권은 엄마가 가지고 있죠."

류 박사는 이것이 한국 가정의 위계 질서를 무너트린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서 무너진 위계질서는 학교로도 이어져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고, 학교폭력을 불러온다.

"가정이 바로서야 사회도 바로서는 겁니다. 가정에서 무너진 위계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선 아버지의 권위를 높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죠. 유대인 교육은 바로 지혜로운 어머니에게서 나왔습니다."

류 박사는 부모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개성을 살리고, 적성에 맞는 꿈을 찾도록 도와주세요. 유대인들의 '지혜 교육'을 본받으면 됩니다. 지혜 교육이란 배우지 않은 것을 알게 하는 것이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만드는 것이죠. 창의력과 도전 정신, 개척 정신을 길러주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이것이 아이의 장래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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