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 쪽방촌 사람들 "이불이 필요해요"

윤희일 기자 2012. 2. 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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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인근 주민 팍팍한 삶.. 폐지로 번 돈 약값도 부족

6일 오전 9시40분 대전 동구 정동 대전역 인근 일명 '쪽방촌'.

대전역에서 역전시장 쪽으로 난 골목을 따라 100m쯤 더 가자 낡은 여인숙 간판이 몇 개 나타나고, 그 주변으로 일명 쪽방이 늘어서 있다. 골목에 있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른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를 따라 다시 문이 여러 개 나 있다. 문 하나 하나가 쪽방의 입구다.

그 중 문 하나를 열고 들어가자 임모씨(64)가 방안에서 밤을 까고 있다. 날씨가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방안은 여전히 춥다. 바닥에 깐 전기장판의 온기에 의지하고 있지만, 외풍이 심하기 때문이다. 임씨는 털모자를 잔뜩 눌러 쓰고 있다.

임모씨(64)가 6일 대전 중구 정동의 쪽방 안에서 털모자를 쓴 채 밤을 까고 있다. 외풍이 심한 쪽방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는 임씨의 꿈은 화재에 안전한 난방기를 장만하는 것이다. | 윤희일 기자"설 전에 시청에서 보내 준 이불을 덮은 채 밤을 까는데 너무 추워…."

임씨가 밤을 까고 폐지를 모아 얻는 한 달 수입은 10만원. 여기에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30만원을 합해 40만원으로 살림을 꾸려가지만, 매월 10만원에서 20만원에 이르는 약값과 집세 5만원을 빼면 남는 것이 없다.

고혈압·간질환·척추질환 등 온갖 병을 안고 사는 임씨는 10년 전 앓은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잠이 들어버리는 희귀병과도 싸우고 있다. 그의 꿈은 작은 난방기 하나를 장만하는 것이다.

"갑자기 잠이 들어도 화재 걱정이 없는 난로 한 대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는데 언제나 살 수 있을는지…."

대전 동구 정동·원동·삼성동 일대 쪽방촌 주민들이 갑자기 몰아친 혹한으로 버거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대전복지재단이 241가구에 이르는 이 일대 쪽방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필요물품을 조사한 결과, 216가구가 '이불이 더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나머지 가구는 '방한복'(15가구)이나 '전기장판'(10가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만큼 추위를 피하는 것이 다급하는 얘기다.

중앙시장 등에서 작은 노점상을 하며 생계를 잇는 박모씨(76) 역시 이번 혹한을 전기장판 한 장으로 견뎠다고 했다. 그는 "당장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이불이 모자라고, 식료품과 생필품도 늘 부족하다"고 말했다.

넓이가 1.6~3.3㎡에 불과한 이들 쪽방은 1960~70년대에 지어졌다. 벽은 물론 지붕·창문 등이 대부분 낡고 부서져 있기 때문에 추위에 약할 수밖에 없다. 집 밖의 공중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하는 주민들에게 강추위는 하나의 '재난'이다. 최근 대전시와 대전복지재단이 이 일대 쪽방의 문 등 시설을 보수해 주는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쪽방의 소유주가 대부분 외지인여서 사업 진척이 더디다.

대전복지재단 정기룡 팀장은 "서울 등 외지에 사는 집주인의 허가를 받아 공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시와 복지재단이 시설 개보수를 해준 뒤 방값을 올려받는 얌체 집주인도 나타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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