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저절로 즐거워지는 맛, 매콤해물갈비찜

조선닷컴 트래블 2012. 2. 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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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열구지'

오디션 보러 가는 친구 따라 갔다가 친구는 떨어지고 얼떨결에 자신이 발탁되었다는 스타들의 데뷔시절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된다. 남도음식 전문가로부터 병어조림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식당이 광주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열구지'를 찾아갔다. 병어조림 사진도 찍고 맛도 보고 열심히 메모하는데 옆자리에서 한 손님이 어떤 음식을 그릇째 삼킬 기세로 아주 맛나게 먹었다. 궁금해서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매콤해물갈비찜'이라고 한다. 자칭 갈비찜 마니아인 그 손님이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갈비찜'이라며 갈빗살 한 쪽을 건네주었다. 광주까지 와서 이걸 먹어보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면서. 기자의 혀에 갈비 살점이 닿는 순간, 알듯 모를 듯한 감칠맛이 입안에 퍼졌다. '아, 이게 스타다!'싶었다.

고기, 해산물, 채소 다양한 식재료가 맛의 조화 이뤄

이 집 '매콤해물갈비찜(소-35,000원, 대-45,000원)'은 우선 다양한 재료들이 내어놓는 풍부한 색감이 시선을 압도한다. 기존의 갈비찜은 거무튀튀한 무채색이 주조를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돼지갈비 외에 낙지, 주꾸미, 꽃게, 대하, 홍합 등 여러 해산물과 양파, 대파, 호박, 버섯, 피망 등 각종 채소와 과일이 제 색깔을 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구수한 돼지갈비찜과 신선한 해물찜, 두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메뉴의 특징. 돼지갈비는 미리 전처리를 하여 잡냄새를 없앤 뒤 삶아놓았다가 해물과 함께 양념장을 넣고 끓인다. 기존 갈비찜의 풍미에다가 전체적으로 매콤하면서 해물의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한데 어우러진다.

각각의 재료가 개성 있는 맛을 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데 겉돌거나 튀지 않는다. 그야말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경지다. 이때 들어가는 양념장의 기본 바탕은 조선간장이다. 모든 재료는 조선간장의 곰삭은 맛과 연결된다. 밑간을 하고 끓이는 과정에서 조선간장이 여러 재료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조선간장의 감칠맛이 여러 맛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음식 안에서 맛의 질서를 잡아준다.

손님 몰려드는 비결은 3년 묵은 조선간장

식당 개업을 하기 전부터 전통 장류에 관심이 많았던 주인장 박소영(44) 사장은 전남 나주의 친정어머니로부터 여러 가지 찬류 만드는 법과 장 담그는 법을 배웠다. 직장생활을 접고 2006년 반찬가게를 개업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인기가 높자 자신감을 얻어 2007년에 아예 음식점을 차렸다.

주변에 쟁쟁한 식당들이 많은데 예상을 뒤엎고 음식점 초보인 자신의 식당에 손님이 몰려왔다. 박씨는 스스로 자신이 만든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 다녀간 손님은 반드시 다시 찾아왔다. 손님들에게 재방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한결같이 '음식 맛이 묘하게 끌린다'는 대답이 많았다. 일종의 중독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박씨가 고객반응을 분석한 끝에 내린 결론은 바로 3년 묵은 조선간장이었다.

박씨 가족은 식당 개점 이전부터 해남에 있는 개인 염전에서 구입한 소금으로 조선 간장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 그러다가 식당을 열면서 자연스럽게 양을 늘려 조선간장을 넉넉하게 담갔다. 집에서 먹는 것처럼 3년 묵힌 것을 음식 밑간으로 사용했다.

3년 동안 숙성된 조선간장은 조성이 안정되어있어, 음식에 넣으면 늘 일정한 맛을 내주고 뒷맛이 깔끔하다. 또 한국인에게는 아직 조선간장 유전자가 남아있는 듯하다. 조선간장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혀에 여운이 남으면서 자꾸 먹은 음식에 대한 끌림 현상이 생긴다. 이런 느낌이 아마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주인장 손맛 살아있는 남도풍 반찬과 먹으면 더 맛나

미리 삶아놓은 갈빗살은 질기지 않고 퍽퍽하지도 않으면서 야들야들하다. 쫄깃하게 씹히는 낙지와 주꾸미가 가세하고 홍합과 채소에서 우러난 국물이 얼큰하고 시원하게 뒷받침하면서 매콤해물갈비찜 본연의 맛을 드러낸다.

다른 갈비찜에 비해 국물이 넉넉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여러 가지 재료에서 우러난 국물이 개운하고 시원하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 든든한 찌개 구실을 한다. 또 회사 동료들끼리 회식을 하면 훌륭한 술안주가 된다.

주인장 박씨가 연근, 양파, 고추, 참나물, 버섯, 우엉 등 다양한 재료로 담근 각종 피클도 입맛을 돌게 한다. 갈비찜을 이들 피클과 같이 먹으면 그 맛이 한결 깔끔하다. 또 육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매운맛을 줄여주면서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간장 돌게장과 양념 꽃게장은 짙은 남도풍 맛으로 타지에서 온 손님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손님이나 어린이가 있을 경우에는 미리 이야기하면 덜 맵게 만들어준다. 반대로 좀 더 얼큰하게 먹고 싶으면 미리 이야기 하여 더 맵게 먹을 수도 있다. 갈비찜을 먹다가 매우면 물을 찾게 되는데 이 집의 음료수는 조금 특별하다. 말린 무를 뻥튀기로 만든 것을 보리차와 함께 우려내 음료수로 제공하는데 맛이 아주 구수하다. 단골손님에게는 가끔씩 3년 숙성 탱자차를 대접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병어조림(1인분, 1만원)에게 미안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일렀듯이 병어는 입이 작으며, 앞뒤 길이가 짧고 위 아래 길이가 길어 넓적한 모양새다. 생선치고는 못생겼다. 그러나 그 맛이 좋고 뼈가 연하여 회·구이·국에 좋다고 하였다.

이 집은 병어 철인 7~8월에 전남 신안에서 1년치 사용량을 구매하여 쓴다. 칼집을 낸 뒤 감자, 고사리, 팽이버섯, 깻잎, 부추, 양파 등의 재료에 양념장을 넣고 조린다. 역시 조선간장으로 밑간을 맞췄다. 국물과 함께 감자를 으깨서 고사리와 팽이버섯을 넣고 밥과 먹는 맛이 일품이다. 남도음식이면서 서울 사람 입맛에도 무리가 없다. 062-654-2882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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