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항공드라마 날기는커녕 또 멜로물 늪에

2012. 1. 3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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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부탁해요 캡틴' 총체적 난국파일럿 소재 불구 전문직 애환보다 너무 작위적인 사랑이야기로 흘러극의 구성·연출도 허술… 재미 반감

[세계일보]SBS 수목드라마 '부탁해요 캡틴'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주연배우의 연기력 논란에서부터 개연성 떨어지는 극본과 CG기술의 어설픔까지 제대로 된 비행을 하는 것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직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애초의 포부와 달리 파일럿을 소재로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따라가고 있는 점이다.

'부탁해요 캡틴'

다진(구혜선)의 엄마는 윤성(지진희)의 실수로 사망한다. 7년 뒤 윤성과 다진은 기장과 부기장의 관계로 만난다. 그는 다진이 누구인지 모른 채 그녀가 실수할 때마다 "사표 쓰라"면서 매몰차게 대한다. 그러나 다진의 정체를 알게 되고 죄책감과 연민에 휩싸인다. 미안함이 서서히 사랑의 씨앗으로 변한다는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굳이 파일럿일 필요는 없다. 파일럿의 세계는 이 드라마가 치열하게 좇는 주제가 아니라 하나의 배경이자 볼거리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항공드라마는 한 번도 제대로 날아본 적이 없다. 그 안의 파일럿은 자기 일에 승부를 건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라 사랑에 아파하거나 트라우마에 갇혀 절규하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파일럿'(1993), '짝'(1994), '창공'(1995) 등에서 주인공은 비행기를 무대로 가족·멜로드라마를 찍었다. 아니면 '에어시티'(2007)에서처럼 외도를 했다. '에어시티'는 그나마 공항 직원들의 애환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여기서 공항은 국정원 직원의 첩보전 무대로 부각된 면이 더 컸다.

'에어시티'

◆전문직 드라마의 진화

전문직 드라마는 지금까지 대략 3단계의 과정을 거쳤다. 첫째는 병원, 공항, 법정 등 전문 직종을 배경으로 한 청춘 멜로물이다. '종합병원'(1994), '파일럿'(1993) 등이 대중에 이름을 알렸던 대표 작품으로 이후에 '창공'(1995), '의가형제'(1997), '메디컬센터'(2000) 등 유사물이 쏟아져 나왔다.

'창공'

두 번째는 비교적 전문직에 밀착했지만 인물성격과 이야기 전개방식이 단조로운 트렌디물이다. 법정드라마가 대표적이다. 그 원조인 '애드버킷'(1998)은 사회악과 부조리에 맞서는 정의로운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후에 등장한 '로펌'(2001), '죄와 벌'(2003), '변호사들'(2005), '파트너'(2009) 등도 선악의 대립 구조에 천착하면서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전문직 드라마의 충분조건인 치밀한 법적 논리전개도 부족했다.

세 번째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극화된 드라마다. 여기에서는 자기 일에 승부를 건 사람들의 직업세계가 치밀하게 그려진다. 멜로가 없어도 흥미진진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직업 용어와 그 환경에 대해 배우게 된다. 전형적인 인물이 뻔한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지 않는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무조건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드는 착하고 올곧은 성품이 아니라 입체적인 인격을 지닌 인물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바로 명품 드라마의 반열에 오른 '하얀거탑'(2007)이 그 시초다. '하얀거탑' 방영 이후 시청자들은 어설픈 흉내를 용납하지 않게 됐다. 본격적인 전문직 드라마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짝'

◆초창기 전문직 드라마 수준

'최초의 항공드라마'를 표방한 '부탁해요 캡틴'은 1, 2단계에 머무르면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수작으로 평가받았던 '신의 저울'(2008)은 법정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항공드라마는 지금까지 3단계로 나아간 작품이 없다. 의학드라마의 경우 '외과의사 봉달희'(2007), '뉴하트'(2007), '브레인'(2011) 등이 1, 2, 3의 요소를 버무리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반면 '부탁해요 캡틴'은 개연성 없는 전개와 전문성 결여로 '무늬만 항공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삭의 임신부가 국제선에 탑승하는 설정과 다진의 아버지(김창완)가 차 안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다가 트럭에 치여 사망한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작위적이었다. 구혜선의 옹알이 영어발음과 호주비행기의 국적부호를 HL(대한민국)로 표시했던 점 등 드라마 전반에서 보여주었던 아마추어리즘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개인 블로그에서 '부탁해요 캡틴'의 비현실적 설정을 조목조목 꼬집은 한 항공사 직원은 "임신 36주 이상의 여성이 비행기에 탑승하려면 보호자를 동반하거나 사전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 위험성을 잘 아는 기장 부인이 현실에서 실제 비행기에 탑승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전문직 드라마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있다"면서 "항공사 안의 권력관계나 만년 부조종사들의 비애, 비행기 정비과정, 사소한 실수가 빚을 수 있는 위험 상황 등 공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현실에 가까우면서도 극적으로 만드는 정교한 연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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