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기숙학원 24시

이천·남양주 2012. 1. 30.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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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는 멀리 뛰기 위해 잠시 몸을 웅크린다. 대입 결과가 아직 다 나오지 않은 시점이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적지않은 수험생이 더 나은 내일을 그리며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19일, 이천탑클래스기숙학원(경기 이천 설성면) 수강생 이대연군(충북 청주 세광고 3년)과 스카이에듀(경기 남양주 수동면 송천리) 영어영역 강사 김태환(42)씨를 만났다. 여느 사람들보다 곱절은 촘촘한 두 사람의 하루를 일기 형식으로 각각 재구성했다.

◇이대연군 "멋진 장교 꿈꾸며공부벌레로 변신"

오전 6시 30분, 언제나처럼 눈이 떠졌다. 침대에서 뒤척일 때쯤 선생님이 학원 건물 전체를 돌며 방문을 열어두셨다. 5분쯤 지나자 어김없이 기숙사 전체에 최신 가요가 울려 퍼졌다. 난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1년 전만 해도 매일 아침 기상 시각을 놓고 엄마와 승강이하곤 했는데 이런 변화는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다.

룸메이트인 경석이, 성재와 식당으로 향했다. 둘과는 요즘 부쩍 친해졌다. 전부 한 반으로 편입된 데다 같이 고생하는 처지여서 남다른 정이 느껴진달까? 친구들이 원하는 대학에 붙었다는 소식에 의기소침해질 때마다 두 녀석이 곁에 있어 다행이다.

식사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식당은 여학생 구역과 남학생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교실도 여지없이 '여학생용'과 '남학생용' 좌석이 구분돼있다.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를 기숙학원에 보낼 때 가장 신경쓰이는 게 연애라던데 여긴 그런 점에서 100% 안전하다.7시 50분부터 단어시험을 치른 후, 자습이 시작됐다. 내가 펼쳐든 책은 '수학의 정석'. 지망 대학인 육군사관학교는 수학 시험이 특히 어렵기로 소문난 곳이어서 수학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그 덕분에 학원에 들어온 지 한 달여 만에 공통수학과 수1 정석을 한 번씩 훑었다.

정규 수업이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시간표는 일반 고교와 똑같다( 사진1). 하지만 진짜 공부는 저녁 식사 후인 6시 50분부터 시작된다. 날 비롯한 수강생들은 이때부터 약 5시간에 걸쳐 매일 독서실에서 책과 씨름한다( 사진2). 이 장면은 CCTV로 고스란히 촬영돼 학부모에게 제공된다. 엄마는 통화 도중 가끔 "(공부하는 모습) 잘 보고 있다"며 농담을 건넨다.

오늘은 언어 영역 문제를 풀다 발견한 '입체적 구성'이란 단어의 정확한 의미가 궁금해 독서실 옆 클리닉 교실의 방문을 두드렸다( 사진3).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물어볼 선생님이 있는 건 기숙학원이 갖고 있는 최고 장점이다

밤 11시 30분, 드디어 모든 공부가 끝났다. 자정 점호에 맞춰 침대에 누웠다. 오늘 하루, 어제보다 한 뼘 자란 날 느낀다. 멋진 장교가 돼 있을 내일을 향해 오늘도 힘차게 달려간다.

"이대연 파이팅!"

◇김태환 강사 "의지 충만 눈빛에야근해도 힘이 나"

새벽 5시. 내 하루는 좀 일찍 시작된다. 매일 오전 쏟아지는 분야별 뉴스를 정리해 수강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다. 세상과 다소 동떨어져 지낸 탓일까? 학생들은 내 얘길 제법 즐거워한다. 그 기쁨을 놓치기 싫어 꽤 오래 전부터 아침잠을 포기했다.

오전 7시 20분, 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마칠 시각이다. 내가 강의실에서 단어 시험을 준비할 시각이기도 하다.

오전 8시, 정규 수업이 시작됐다( 사진4). 강의 준비와 진행 외에 학생들의 학습 계획표를 작성하고 점검하는 것도 내 주요 임무 중 하나다. 학습 계획표는 수강생 개개인의 학업성취도와 진도를 바탕으로 수강생과 상의해 짠다. 일단 완성된 계획표는 매일 실천 여부를 반드시 점검하도록 돼 있다.

학생들과 어울려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오전 강의 때 쌓인 긴장을 풀었다( 사진5). 하지만 휴식도 잠시, 밥을 먹은 후부턴 듣기 평가를 진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매일 식사 직후 35분간 실시하는 듣기 평가 점수가 부진한 학생들은 야간 자습이 시작되는 오후 7시부터 내게 별도 보충 수업(클리닉 수업)을 받아야 한다.

오늘은 다행히 클리닉 수업 학생이 없었다. 그래도 밤 10시 이전 퇴근은 꿈도 못 꾼다. 언어·수학·외국어 등 주요 영역 강사는 학생들의 자습을 돕기 위해 학원에 남기 때문이다. 여느 학원과 달리 이곳엔 유난히 질문하는 학생이 많다. 피곤할 때도 있지만 그만큼 학생들이 강사를 편하게 여긴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내일 강의 준비를 마친 후 짐을 챙겨 퇴근했다.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 1시. 밤낮 없는 일정 때문에 좋아하던 당구는 오래 전 손을 놓았다. 지인들의 경조사도 못 챙기기 일쑤다. 하지만 의지로 똘똘 뭉친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피곤은 눈 녹듯 사라진다.

난 기숙학원을 직장으로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일반 학원은 평균 1개 (수능) 등급 올리는 학생 비율이 50% 미만인데 이곳 학생들은 50% 이상이 평균 2개 등급을 올린다. 오늘도 남다른 각오로 학원에 온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며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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