福맞고 厄막고 풍성한 전국정월대보름축제

2012. 1. 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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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문화와 풍속이 숨쉬는 그곳

[로컬세계]

삼척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살대세우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농악에 맞춰 주변을 돌며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

1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을 볼 수 있는 정월대보름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상들은 제액초복의 기원을 담아 여러 정월대보름 풍속들을 지켜왔다. 호두, 잣, 땅콩 등 부럼을 한 번에 깨물어 1년 동안의 만사형통을 기원한다. 쥐불놀이로 한해 농사가 마무리 된 논과 밭을 태워 이곳에 기생하던 해충과 쥐 등을 없애고 다음 농사의 풍년을 빌었다. 연초 온 정성을 들여 귀밝이 술을 빚고 이술을 한 잔 마셔 귀를 밝게 해 일년 내내 좋은 소식만을 들으려고 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선조들의 풍속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제주 들불축제와 강원 삼척정월대보름제를 소개한다.

● 제주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제주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제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해 구제역 파동으로 행사가 중지됐던 들불축제는 전국적인 정월대보름축제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축제에는 오름소원 우체통, 제주전통음식 체험코너, 제주민속놀이 체험, 제주농요 공연 등 8종의 새로운 행사를 선보인다. 대신 이전에 열렸던 들불음악회 등은 폐지된다. 15종의 체험행사, 10종의 공연행사, 8종의 경연행사 등 총 53종의 행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행사를 주최하는 제주시는 '평화와 번영의 제주, 무사안녕과 행복기원'이라는 주제 아래 날짜별 테마를 구성해 이번 축제를 운영한다.

첫째 날인 2월2일은 '풍년 기원의 날'로 정하고 올 한해 대풍을 기원하는 풍년기원제, 축제를 여는 대동놀이인 풍물 길트기, 사회적·경제적 갈등을 치유하는 도민대통합 줄다리기, 한해 소원을 가득 담은 달집 만들기 경연 등 사전 행사를 먼저 선보인다.

오프닝 공연, 개막주제공연, 성화점화로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이후 소원기원 횃불 대행진이 펼쳐진다. 축제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횃불을 들고 올 한해 이루고자 하는 바를 가슴속에 빌며 축제 광장을 도는 행사다. 횃불 대행진과 함께 소원을 기원하는 행사는 계속된다. 소원엽서낭독과 달집태우기가 그것이다. 특히 달집 태우기는 사전행사로 준비된 달집 만들기 경연 행사에서 만들었던 달집을 보름달이 떴을 때 태운다. 달집을 태우기 전 그 속에 꼭 대나무를 넣는 것이 좋다. 대나무 타는 소리가 악귀나 부정을 쫓는다는 속설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풍년기원 불꽃쇼와 멀티아트쇼가 광장 및 주변 오름에서 열린다. 오름은 작은 산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큰 화산의 옆에 붙어서 생긴 작은 화산을 말한다. 멀티아트쇼는 조명 및 레이저를 오름에 쏴 물감으로 그린 풍경화보다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할 예정이다.

둘째 날은 '도민 통합의 날'로 전날에 이어 도민대통합 줄다리기가 펼쳐지고 제주시 읍·면·동이 경쟁을 펼치는 넉둥베기 경연이 열린다. 넉둥베기는 제주식 윷놀이를 말하는 제주 방언이다. 집줄놓기 경연도 펼쳐진다.

집줄은 중산간 지대에서 자라는 '새'를 이용해 만든다. 두 개 줄을 꼬아 집줄로 만들고 완성된 집줄을 엮어 초가집 지붕을 만든다. 제주의 초가집이 거센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데에는 집줄이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관람객 참석은 물론 외국인 특별전도 준비돼 우리의 전통문화를 홍보한다.

제주를 대표하는 제주마의 우수성을 알리는 행사도 준비된다. 마상·마예공연이 마상공연장에서 열린다. 마상·마예공연은 들불축제의 최고 이벤트 중 하나다. 수십명의 기수와 말이 하나가 돼 펼치는 공연은 기예에 가까운 마상쇼를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장 인근에 체험 승마 교실이 준비돼 관람객들이 무료로 승마체험을 할 수 있다.

제주의 특색을 담은 체험행사와 함께 문화를 감상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행사장 인근 특설무대에서는 제주농요 공연을 비롯해 제주 굿 공연, 제주풍류 한마당, 각설이 타령, 읍면동 음악잔치 등이 열린다. 제주방언으로 흘러나오는 제주농요는 이국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제주 농요는 논농사가 주를 이루는 육지 지역과 달리 제주의 특색에 맞게 밭농사와 관련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제주농요는 선후창 형식과 교창 형식으로 분류된다. 선후창 형식은 나이가 많고 가창 능력이 뛰어난 이가 먼저 소리를 내면 나머지 사람들이 후렴을 부른다. 교창 형식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듯이 서로 번갈아 가며 노래를 부른다. 제주농요 공연은 올해 처음으로 준비된 행사다.

셋째 날인 '소망 기원의 날'에는 듬돌들기 경연이 있다. 듬돌은 제주방언으로 힘자랑을 위해 들어 올리는 돌이다. 예부터 제주에서는 성년이 된 마을 청년들이 서로 무거운 돌을 들고 얼마나 멀리 가는지 경쟁했다. 이런 풍속이 민속놀이로 발전한 것이다.

관람객들은 이 자리를 기회로 자신의 체력과 힘을 평가받을 수 있다. 듬돌들기 외에도 힘자랑을 할 수 있는 전도팔씨름대회가 준비된다. 도민과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팔씨름 대회는 남·여부로 나눠 진행된다.

이번축제에는 우리의 전통문화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전통공연을 관람할 기회도 제공된다. 제주시와 국제교류협약을 맺은 미국 샌타로사시, 중국 구이린시, 라이저우시, 일본 벳부시 등 3개국 5개 도시 63명의 공연단이 각국의 전통공연을 선보인다. 국내 10개 도시도 축하사절단을 보내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주시 새별오름에서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오름불놓기가 펼쳐지고 있다.

폐막공연과 소원기원 메시지 낭독, 오름정상화산분출쇼, 대형달집 점화 등이 있은 후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불놓기가 펼쳐진다. 오름불놓기는 새벽오름 30만㎡ 지역에 거대한 들불을 놓는 것으로 관람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제주시는 축제의 안전을 위해 방화선을 50m 내외로 구축하고 행사장 주변에 소화전을 설치하는 한편 수백여명의 소방인력도 대기시킬 계획이다.

가훈 써주기, 올해의 운세코너, 소원그림마당, 오름 소원 우체국, 정월대보름테마코너 등의 부대행사가 열리며 향토음식점, 지역특산품 전시판매장, 세계다문화체험 음식점 등이 운영돼 국내외 다양한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이밖에 잔디썰매장, 제주민속놀이 체험관, 제주전통주인 오메기술 체험코너 등이 마련된다.

●삼척정월대보름제

삼척지역에서는 예부터 정월대보름에 기줄다리기와 함께 천신, 농신, 해신에게 제액 초복(재해를 막고 복을 비는)·풍년·풍어를 기원하는 삼원제, 쥐불놀이 등의 기타놀이를 해왔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지는 축제가 삼척정월대보름제이다.

삼척정월대보름제는 제주 들불축제와 함께 정월대보름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1973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39회째를 맞이한 대보름제는 2월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강원 삼척시 성남동 엑스포 광장 주변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에서는 문화제 4종, 민속놀이 8종, 제례 4종 등 총 28종의 행사가 준비된다.

삼척정월대보름제 행사 일환으로 열린 전국 기줄다리기 대회에서 양 팀이 혼신의 힘을 다해 줄을 당기고 있다.

삼척대보름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국기줄다리기 대회이다. 지난해에는 구제역 여파로 제례행사만 치러져 기줄다리기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전국기줄다리기대회는 2007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해가 갈수록 삼척지역 민속제전이 아닌 전국 대회로 성장하고 있다. 5회째를 맞이한 올해 대회는 우승 상금 1000만원을 비롯해 총 상금 2300만원이 걸려있다.

한 팀당 남자 30명과 여자 10명으로 구성된다. 올해 대회에는 외지 40개팀, 삼척지역 30개팀 등 총 70개팀이 참가해 힘과 화합을 뽐낸다. 경기는 3판 2선승제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줄다리기는 삼척시내를 흐르는 오십천을 중심으로 양 지역을 나눠 줄다리기 승부를 겨뤘던 민속놀이다. 조선시대 현종 3년(1662)년에 농민의 사기진작을 위해 창안됐다고 알려졌다. 이 놀이는 바다의 게 모양으로 엮은 줄을 양편으로 나눠 당겨 시합을 벌인다. 삼척지역에서는 바다의 게를 '기'로 발음한다.

승부에서 이긴 마을은 풍년과 풍어뿐 아니라 한해 동안 질병 없이 만사형통을 이루게 된다는 유래가 전해온다. 1973년 강원도 무형문화제 2호로 지정돼 정월대보름제 주요 행사로 열려왔다.

팔씨름대회 참가자들이 심판의 신호를 기다리며 상대방을 응시하고 있다.

기줄다리기와 연계된 솔비놀이도 펼쳐진다. 솔비놀이는 기줄다리기에 필요한 기줄을 만드는 과정을 재현한 것이다. 세 가닥의 짚이나 칡줄을 솔비란 기구의 구멍을 통해 하나의 기줄로 만든다. 삼척지역에서는 기줄 작업을 할 때 풍악을 울리고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작업을 해왔다. 그 노래를 솔비통 노래라 부르고 놀이를 솔비놀이라 불러왔다.

타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살대세우기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살대세우기는 삼척 근덕면 등지에서 전승된 정월대보름 민속놀이 중 하나다. 마을의 액살을 방지하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음력 1월13일에 살대를 세운다. 음력2월15일 영둥할머니가 하늘로 올라가는 날 살대를 내린다. 정월대보름에 마을 주민들은 살대 주변을 돌며 농악을 울려 제액초복을 기원했다.

삼척정월대보름제에서는 이색적이면서 다소 민망한 볼거리가 연출된다. 통나무로 만든 남근조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조각가와 마을주민들이 참여하는 전국남근조각경연대회가 축제 기간에 열린다.

참가자들은 전기톱 등 다양한 공구를 활용해 남근 작품을 만든다. 대회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인근 남근공원에 배치된다. 남근이 풍년 풍어를 기원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행사다.

이밖에 전통 사물놀이로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 대형 달집을 태워 복을 기원하는 달집 태우기, 지역 특색이 묻어나는 산신제와 해신제 등이 마련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라안일 기자 raan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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