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1920년대 美남부 주부의 홀로서기
★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EBS 29일 오후 2시30분)=에블린은 군것질로 나날이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푸는 가정주부다. 남편 에드는 그녀를 무시하고, 매주 한 차례씩 친척을 만나러 요양원에 가면서도 친척이 에블린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방안에 들이지 않는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요양원 방 밖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중 에블린은 '니니'라는 깡말랐지만 쾌활한 노파를 만난다. 몇 주에 걸쳐 니니는 에블린에게 친척 '잇지'의 이야기를 해준다.
1920년대 매우 독립적인 여성이었던 잇지는 남부의 휘슬스톱이라는 마을에서 자그마한 식당을 운영한다. 잇지에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루스는 폭력적인 남편을 만나 엄청난 고생을 하며 산다. 보다 못한 잇지는 루스에게 일자리를 주고 휘슬스톱에 정착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자꾸 주위에서 얼씬거리는 루스의 남편 프랭크와 맞선다. 프랭크와의 갈등도 모자라, 흑인들을 카페 뒷문에서 손님으로 받으면서 잇지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 프랭크가 홀연히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은 잇지와 루스 일행이 그를 없앴다는 의심을 한다. 매주 니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에블린은 조금씩 자존감을 찾고, 남편에게서 독립할 힘을 얻는다.
패니 플래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여성들의 삶을 주제로 삼고 있다. 단순히 여성들의 애환을 그리고 거기서 위로를 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삶을 살 것을 호소한다. 영화는 현실과 사회제도의 굴레에 갇혀 스스로를 잃고 있는 여성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존 애브넛 감독의 1992년 미국 제작.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
★ 허트 로커(KBS 1TV 27일 밤 12시20분)='폭발물 제거반'이라는 특수 임무를 띠고 이라크에 파병된 샌본 병장과 엘드리지 상사는 임무 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톰슨 팀장을 잃는다. 톰슨에 대한 신의가 깊고 끈끈한 우정까지 쌓았던 두 병사는 죽은 톰슨을 대신해 제임스라는 새 팀장을 맞이한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제임스는 폭발물 제거 현장에서 독단적이고 무리한 행동을 일삼으며 본인뿐 아니라 팀원들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늘 팽팽한 긴장과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샌본과 엘드리지는 제임스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갈등이 깊어진다. 2010년 '아바타'를 제치고 아카데미 6개 부문을 수상한 수작.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2009년 미국 제작.
★ 천녀유혼(채널CGV 28일 오후 10시)=아주 오래전, 한 남자가 훌륭한 퇴마사가 되기 위해 수행을 결심하고 흑산으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의 이름은 연적하(구톈러·古天樂). 하지만 흑산의 난약사라고 불리는 사찰엔 오래된 요괴들이 살고 있었다. 연적하는 흑산의 요괴들이 인간을 살해하고 원기를 빼앗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하루하루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원래 인간이었지만 죽은 후 100년 묵은 나무요괴의 영향으로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섭소천(류이페이·劉亦菲)과 연적하는 사랑을 나눈다. 수년 후, 흑산 아래 모든 물이 갑자기 마르기 시작한다. 예웨이신(葉偉信) 감독의 2011년 중국 제작.
★ 열녀문(EBS 29일 오후 11시40분)=양반집 며느리(최은희)는 청상과부인 채 수절하려다 머슴(신영균)과 신분을 초월해 사랑을 나눈다. 비 오는 어느 날, 방앗간에서 두 사람은 정을 통한다. 며느리는 임신해 출산하고 머슴은 갓난 핏덩이를 안고 쫓겨난다.
먼 훗날 장성한 아들이 어머니를 찾아오지만, 그녀는 자식을 불러보지도 못하고 돌려보낸다. 과부는 수절하고 살아야 한다는 도덕관념 때문이었다.
인종(忍從)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억압 속에서 그것을 초월하는 사랑을 드러낸 이 영화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보여주는 신상옥 감독 특유의 리얼리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1962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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