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도에 없는 '재건마을' 사람들의 설나기

양정민 기자 2012. 1. 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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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정민기자]설을 하루 앞둔 22일. 택시를 타고 '재건마을'로 갔다. 동네 앞에서 네비게이션 상의 지도가 사라졌다. 공식적으로는 지도에 없는 마을이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4동 1266번지. 일명 '자활근로대마을'(옛 포이동 266번지). 무허가주택 96가구가 모여 살며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린 이 곳은 지난해 6월12일 화재로 75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6월12일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재건마을'(일명 포이동 266번지)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

이제는 '재건마을'로 불리는 이 곳 주민들도 설을 맞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송현숙 재건마을 주민대표(63)는 고물상에서 주워 온 냉장고를 집에 들여놓는 중이었다.

송 대표는 "새 집이 생겼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불이 나던 날 솥단지 하나, 숟가락 한 개도 챙기지 못하고 맨몸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조립식 가건물 51채가 지어지면서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들은 새로운 거처를 얻었다. 지난 17일부터는 서울 강남구청에서 상하수도 공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이웃집에서 수도를 끌어 써야 했던 불편도 다음 주 쯤 끝날 예정이다.

송 씨의 남편 박수길씨(68)는 "화재 이후 천막 생활을 하던 지난해 추석에는 내년 설엔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설에는 내려가는 경비도 그렇고, 빈 손으로 가기도 그렇고, 매년 이러고 사는 거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송 씨와 맞은편에 사는 우석순씨(65)는 설 음식 장만에 쓰일 냄비를 닦고 있었다.

손자들에게 줄 세뱃돈은 큰 놈(초등학교 5년)은 5000원, 작은 놈(유치원생)은 2000원이라고 했다.

설날 물가로 이야기를 옮겼다. 우씨는 "과일이 너무 비싸 도저히 짝(박스)으로는 살 수가 없었다"며 "동네 슈퍼마켓에서 배 하나, 사과 하나 구입해 차례를 지내야지"라고 말했다.

인근 이모씨(75)도 말을 거들었다. 그는 "설 준비하려니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며 "불에 타버린 상과 제기, 병풍을 다시 사려니 줄잡아 20만~3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영하의 날씨에도 이씨는 끊임없이 삽으로 집 앞길의 돌을 골라냈다. 고운 흙을 다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손녀딸들이 미끄러져 다칠까봐서라고 했다.

"명절인데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라고 했다. 이 씨가 답했다. "일거리가 있으면 나가서 고무줄이라도 주워와야 하는 게 이 동네야. 여긴 말 그대로 '재건마을'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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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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