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꽃과의 대화]상처난 고무나무 하얀 피.. 너도 아파하는 생명이구나

2012. 1. 1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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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인도고무나무(큰 사진)와 가지를 잘랐을 때 나오는 우윳빛 유액(작은 사진).

드디어 이차돈을 형리에게 넘겨 목을 베게 하니, 그가 죽음에 임하여 말했다. "나는 불법(佛法)을 위해 형을 당하는 것이니 만약 부처님께 신령스러움이 있다면 나의 죽음에 분명히 이상한 일이 있을 것이다. 목을 베자 잘린 곳에서 피가 솟구쳤는데, 그 색이 우윳빛처럼 희었다. 뭇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다시는 불교를 헐뜯지 않았다.(삼국사기 신라본기)

○ '고무' 어원은 네덜란드어

식물의 몸에서 피가, 그것도 흰 피가 나온다? 동물처럼 식물도 '피'를 흘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일부 원예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안다. 집 안에서 기르던 나무의 가지를 잘랐을 때 절단면에서 선명한 흰색 유액이 뚝뚝 떨어진다는 것을. 우연이긴 하지만 흥미롭게도 '흰 피'를 흘리는 나무들은 불교의 고향인 인도 원산의 고무나무와 벤자민고무나무다.

고무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실내 재배 식물 중 하나다. 우리가 실내에서 많이 기르는 고무나무는 사실 인도고무나무로 천연고무 원료를 생산하는 파라고무나무(Hevea brasiliensis·대극과에 속함)와는 전혀 다른 나무다. 인도고무나무와 벤자민고무나무는 뽕나뭇과 피쿠스(Ficus) 속(屬) 식물이다.

열대지방에서는 파라고무나무 줄기에 상처를 냈을 때 나오는 유액인 라텍스를 굳혀 천연고무를 만든다. 천연고무는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그 대체품인 합성고무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널리 쓰였다. 고무는 중요한 전쟁 물자였는데, 전쟁으로 고무 수입이 어려워진 여러 나라가 합성고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참고로 우리말의 '고무'란 단어는 점성 고무를 뜻하는 네덜란드어 곰(Gom·영어로는 Gum)의 일본식 발음 고무(ゴム)에서 유래했다.(프랑스어 Gomme에서 온 말이라는 설도 있음)

인도고무나무나 벤자민고무나무의 흰색 유액 역시 식물 세포가 파괴되면서 그 안에 함유된 라텍스 성분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 유액은 나무가 곤충이나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게 해 준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나무의 유액이 피부에 닿았을 때 가려움이나 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꽃식물 중에서는 포인세티아가 속한 대극과의 유포르비아(Euphorbia) 속이나 국화과의 씀바귀, 고들빼기, 민들레, 그리고 초롱꽃과의 도라지, 잔대, 더덕 등이 잘린 잎이나 뿌리에서 흰 유액을 분비한다. 양귀비과의 피나물이나 애기똥풀은 절단면에서 빨간색이나 노란색 즙액이 나와 정원 일을 하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 "나무도 고통을 느낀다"

인도고무나무와 벤자민고무나무는 햇빛이 반나절 정도 들어오는 실내에서 가장 잘 자란다. 하지만 햇빛이 적은 실내에서도 잘 견디는 편이다. 잎에 무늬가 있는 품종은 일반 품종보다 햇볕을 더 좋아하므로 좀 더 밝은 곳에 두는 게 좋다.

고무나무 종류는 물을 좋아한다. 물은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 이상 충분히 주고, 습도가 낮을 때는 분무기로 잎에 물을 뿌려주면 좋다. 보수성(물 가짐)이 좋은 흙에 심고 2년에 한 번 분갈이를 해준다.

번식은 꺾꽂이나 물꽂이로 한다. 10∼20cm로 자른 줄기를 물에 넣어 유액을 제거한 후 흙에 꽂거나 물에 담가놓으면 뿌리가 난다. 너무 웃자란 큰 나무는 기존 줄기에서 새 뿌리를 내린 후 잘라서 옮겨 심으면 새 화분에서 아담하게 기를 수 있다. 중간 부분의 줄기 껍질을 도려낸 뒤 그 부분을 물이끼나 신문지로 감싸 비닐로 밀봉하면 된다. 그대로 2개월 정도 두면 뿌리가 난다.

식물은 동물보다 정적인 생물이어서 많은 사람이 생명으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고무나무처럼 '피'를 흘리는 식물을 접할 때는 '아, 나무도 고통을 느끼고 아파하는구나' 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생명의 소중함은 이렇게 교과서가 아닌, 실제 생활 속에서 다양한 생명과의 교류를 통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히는 게 좋을 것이다. 생명을 경시하는 사건들이 저녁 뉴스를 도배하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한다.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suhjn@see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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