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언테임드(Untamed Heart)'
수전 베가의 '톰스 다이너' 미완의 사랑 노래해
[세계일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배경, 그리고 영화의 두 주인공이 턴테이블로 듣는 냇 킹 콜의 '네이처 보이'는 확실히 '언테임드 (Untamed Heart)'를 겨울영화처럼 인식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매년 겨울에 챙겨보는 영화 중 하나가 됐다. 격렬한 감정의 기복 없이 심플하게 구성된 이 이야기는,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를 따라가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애잔한 기운을 줬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엇갈리는 장면을 비롯해 남녀 간의 섬세한 디테일은 영화 내내 계속됐다.
마리사 토메이는 실제로 미국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여성을 연기해냈다. 본 작 직후 그녀는 '온리유'에서도 사랑의 운명에 강박적인 인물을 다시금 연기해냈고, 크리스천 슬레이터 역시 '헤더스'에서 사랑하는 이를 위해 무모할 정도로 자신을 바쳤던 인물을 연기해냈던 바 있었다. 배우로도 활약했고 '스팅'과 같은 걸작을 제작하기도 했던 토니 빌이 작품의 감독을 도맡았다.
연애운이 없어 자주 버림받았던 캐롤라인은 남자들에게 강간당할 위기에 놓여지고, 그때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말 대신 눈동자로 호소하는듯했던 과묵한 청년 애덤이 그녀를 구한다. 이전부터 스토커처럼 그녀를 응시해온 애덤의 한결같은 모습에 둘은 급속도로 사랑에 빠져가지만 애덤은 심각한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게다가 강간범들의 보복으로 큰 부상마저 입게 된다. 애덤은 자신의 병약한 심장은 특별한 것이기에 다른 심장을 이식하면 당신을 사랑하던 내가 아니게 된다며 이식을 거부한다. 죽음의 불안을 혼자 견뎌낸 청년, 그리고 사랑에 운이 없던 소녀가 겨우 잡아낸 행복의 순간은 그야말로 지독하게도 짧았다.
'마이걸 2', '나우앤댄', 그리고 '리지 맥과이어' 등 주로 소녀 취향 가족영화의 사운드트랙들을 담당해온 클리프 아이델만이 본 작에 투입됐다. 눈 내린 호수 부근을 생각게 하는 조용한 피아노, 클라리넷,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작품 전반적으로 침착한 감동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이 미완의 러브스토리를 장식하는 안타깝고 푸근한 곡조들은 유독 가슴을 두드려냈다. 영화 시작을 알리는 수전 베가의 '톰스 다이너', 로스 로보스의 '트라이 미', 그리고 카우보이 정키스의 '블루문 리비지티드' 등의 곡들은 아쉽게도 음반에 수록되지 않았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달콤하고 바보같지만 괜찮은 작품이며, 그 이유는 '심장-혹은 마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제대로 위치했기 때문"이었다고 언급했다. 난치병이라는 구식소재를 끼워넣은 이 답답할 정도로 순수한 작품을 어린시절 무렵 봤을 땐 공감과 감동이 덜한 편이었지만, 어른이 되어 여러 과정을 거친 후에 감상하니 뭔가 소중한 기분을 느끼게끔 만들어줬다. 그럼에도 신선함은 그대로였다.
외로운 도시의 소란 속, 소소한 젊은이들의 비련한 사랑이 희미한 여운을 남긴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자꾸만 망각하는 것 같다. 정말로 소중한 사람은 바로 근처에 있었고,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벌써 한정된 시간의 끝자락에 가까워 있었다. 담담한 일상과 가슴속에 품은 사랑은 그렇게 안타깝게 다가왔다. 눈물은 흘러도 왠지 모를 따뜻하고 깨끗한 기분이 '심장' 한 켠에 남는다. 모두가 똑똑한 세상에 필요한 아름다운 바보 같음이다.
불싸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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