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송광호 2012. 1. 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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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전 세계에서 6천5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조디악'(2007), '소셜 네트워크'(2010)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

탄탄한 플롯을 짜는 것으로 정평이 난 핀처 감독이 스티그 라르손의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영화인들의 기대는 컸을 법하다.

'세븐'(1995)이나 '조디악' 같은 스릴러 장르에서 유려한 솜씨를 발휘했기에 미스터리 풍의 원작소설도 그의 스타일과 꼭 맞아떨어질 것 같은 기대에서다.

그러나 핀처가 내놓은 '밀레니엄'은 어딘가 미흡하다. 플롯의 밀도감이 '조디악'보다는 확실히 떨어진다. 캐릭터의 구축도 조금은 엉성하고 극적 밸런스도 무너져 있다.

지난 2009년 유럽에서 개봉한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의 동명 영화(이하 스웨덴판)와 비교해보면 이는 더욱 뚜렷하다.

스웨덴판 '밀레니엄 제1부'(1월 5일 국내 개봉)는 핀처의 동명 작품보다 차갑고, 냉정하며 좀 더 정통적인 드라마투르기에 입각한 작품이다.

그러나 허점이 보이는 핀처의 '밀레니엄'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사로잡는 구석이 있다.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무엇보다 리스베트 살란다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매력 덕택이다.

거물 금융인의 비리를 폭로했으나 재판과정을 통해 오보로 밝혀지면서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 밀레니엄지의 기자 미카엘(대니얼 크레이그).

위기에 내몰린 그에게 스웨덴의 재벌 방예르가의 인물이 접촉, 40여 년 전 사라진 해리어트 방예르의 실종사건을 조사해 달라며 거액을 제안한다.

미카엘은 자신의 뒤를 추적한 적이 있는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다(루니 마라)를 설득해 해리어트의 실종사건을 취재해 가던 중 1940년대부터 벌어진 여자 살인 사건이 방예르 가문과 관련이 있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아냈다.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감각적인 영상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분위기는 원작처럼 음울하다. 윙윙거리는 기분 나쁜 음악이 계속 귓가에 맴돌고, 어두운 조명과 북구의 매서운 바람이 상영시간 158분간 관객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머니볼'의 스티븐 자일리언의 각본은 탄탄하고, '소셜 네트워크'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트렌드 레즈너와 아티큐스 로스의 음악은 이런 각본보다 더 눈부시다. 방예르 가문의 수장인 헨리크 역의 크리스토머 플러머와 미카엘의 여인 에리카 베르예르를 연기한 로빈 라이트의 연기도 흡족함을 안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리스베트 살란다라는 캐릭터에 있다. 영화의 원제인 'The Girl with the Dragon Tatoo'만 봐도 알 수 있듯, 핀처의 '밀레니엄'은 대니얼 크레이그의 영화가 아니라 리스베트를 연기한 루니 마라의 영화다.

리스베트는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했지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감정 변화를 관찰하는 데는 '0점'인 인물.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고독한 천재는 아버지 뻘의 나이 많은 남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서툰 감정은 쓰디쓴 눈물로 이어질 뿐이다. 천재지만 감정의 흐름에 미숙하다는 점에서 리스베트는 핀처의 다른 작품 '소셜 네트워크'의 주인공 마크 저커버거와 닮은꼴이다.

핀처 감독은 루니 마라라는 비교적 신인급 배우를 기용, 잘 드러나지 않는 리스베트의 감정변화를 세밀하게 들춰낸다. 무뚝뚝하지만 상처 때문에 정열을 가슴 속 깊이 감춘 천재의 모습을 마라는 정교하게 표현해냈다.

캐릭터에 집중했기 때문인지 원작이 가진 사회비판적인 시각은 많이 덜어냈다. 스웨덴판에서 보이는 나치즘에 대한 광기, 성서에 기반을 둔 우익적 세계관, 폭력에 관한 문제 등에 대한 묘사는 크게 줄었다.

청소년관람불가. 1월12일 개봉.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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