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시장 흐름 궁금하면 '응찰자 수' 보라
영하로 뚫고 내려가는 날씨 만큼이나 가슴 에이게 추운 것이 요즘 부동산 시장이다. 정부에서는 12·7 대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냉기를 덜고 온기를 불어넣어 보려고 하지만 시장은 일단 '지켜보자'는 자세다.
경매시장의 각종 지표도 부동산 빙하기를 가리키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7월 이후 5개월 연속으로 80% 아래에 머무르고 있다. 9월 들어 반짝 돌아오나 싶던 서울은 다시 고개를 숙였고 여기에는 강남 3구·버블세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천은 아예 70% 초반에서 낙찰가율이 형성돼 일찌감치 조정에 들어갔다.
낙찰가율이 낮게 형성되면 투자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좋아진다. 상식적으로 투자자 수도 늘어나야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올해 1월 5600명을 헤아리던 수도권 아파트 응찰자는 지난 11월 410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진행 사건 수를 고려해야겠지만 수치상으로는 30%가량이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손을 뗀 것이다. 싼값에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언제까지 보유해야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 감을 잡기가 어려운 때문이다.
반등 직전 포인트 잡을 수 있어야
투자자들의 이 같은 우려는 일면 타당하다. 지난 8월 한 부동산 정보 업체가 시가로 추산한 수도권 아파트의 총액은 1353조 원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해 법원 경매에서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의 감정가 총액은 3조3400억 원쯤 되고 낙찰가 총액은 2조2600억 원가량 된다. 수도권 아파트의 1%만 법정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경매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의 3배를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언제 올지 모르는 봄을 기대한 채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썩 훌륭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가장 좋은 것은 부동산 시장에 봄이 오기 직전을 골라 살얼음을 깨고 얼어붙은 시장에 몸을 담그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법원 경매시장은 유용한 힌트를 제공한다. 그래프를 보자.
그래프는 국토해양부에서 제공하는 수도권 아파트 월별 실거래 가격 지수 증감을 수도권 아파트 경매 응찰자 수와 함께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를 보면 실거래 가격의 증감과 아파트 경매 응찰자 수의 변화가 비슷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미세하게나마 동그라미를 친 2008년 10월 이후로는 경매 응찰자 수의 변화가 가격 변화를 앞서나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수도권 아파트 응찰자는 10월 1521명으로 바닥을 찍은 뒤 그 다음 달 1637명으로 바로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실거래 가격 지수는 10월 141, 11월 133, 12월 126까지 3개월의 하락을 지속한 뒤 다음해 1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래프는 학술적으로 인과관계가 규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하고 받아들이기는 위험하다. 다만 정부에서 발표하는 자료 외에 참고할 수 있는 지표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각종 실거래 자료가 2개월 뒤에 발표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매 응찰자의 동향을 통해 미리 시장의 큰 흐름을 짚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lifa@gg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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