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클럽 제작 A to Z'<3> 0.01mm의 감성 표현

2011. 12. 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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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리포트]"블레이드를 조금 더 샤프하게 다듬어 주세요." "바운스 각을 조금 낮춰 볼과 조금 더 솔리드하게 접촉하는 느낌을 갖고 싶어요." "넥 부분을 지금보다 더 깎아 날렵하게 보이면 좋을 것 같은데요."투어 프로들이 피팅 담당자들에게 종종 하는 말이다. 그들의 요구사항을 분석해 보면 '조금 더' '샤프하게' '솔리드하게' '날렵하게' 등 추상적인 형용사가 판친다. 구체적인 수치는 빠져 있다. 때로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보이도록 해 달라는 경우도 있다.

투어 프로들은 정확한 데이터가 아니라 그들이 눈으로 보고 느끼는 감성을 얘기하고, 피팅 담당자들은 헤드의 이곳저곳을 갈아내 프로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는 클럽을 만들어 준다. 비결은 뭘까.

'위~윙'지난 달 찾은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시. 막 겨울을 맞이한 한적한 해안가 도시에는 날선 바람이 차갑게 울부짖고 있었다. 바람이 일으킨 파도는 방파제를 사납게 삼켰다 토해내기를 반복했다. 그곳에서 또 다른 울부짖음을 들었다. 하지만 그 울음은 차갑지 않고 뜨거웠다.

혼마 골프 사카타 공장. 차바퀴와 같은 연마기가 '위~윙' 소리를 내며 맹렬한 기세로 돌아가는 가운데 그 앞에 앉은 장인은 아이언 헤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응시했다. 드디어 장인이 헤드를 연마기에 갖다 댔다. 쇠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무수한 불꽃들의 향연이 일었다.

연마 작업은 디자이너가 설계한 모양에 따라 헤드를 갈아내는 과정이다. 이건 연마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다. 숙련된 장인의 연마에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감성을 표현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감성이 개입됐기에 장인과 피팅 담당자들은 투어 프로들이 말하는 추상적인 단어를 이해하는 것이다.

장인들은 작업의 안전을 위해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손 감각은 컴퓨터보다 정밀하다. 스와 히로시 공장장은 "숙련된 장인은 0.01mm 두께에서 오는 느낌의 차이까지 표현한다"고 말했다.연마에 얼마나 공을 들였느냐에 따라서 그냥 볼을 때리는 도구로서의 클럽이냐, 공예품으로서 소장의 가치를 지닌 클럽이냐로 나뉠 수도 있다. 혼마의 경우에는 사내 기밀로 여겨지는 연마 기술도 있다. 이처럼 연마는 단순히 철을 갈아내는 과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연마는 튜닝 작업이기도 하다. 프로들의 입맛에 맞게 클럽을 가공해 주기 때문이다. 시대적 유행도 있어 20여 년 전에는 날카로운 블레이드나 토 부분의 중량을 줄이는 가공이 인기였다. 혼마 클럽을 사용하고 있는 유소연(21․한화)은 구즈넥 디자인을 싫어하는 편이다. 유소연이 사용하는 클럽은 그래서 스트레이트 넥 또는 그렇게 보이도록 연마 작업을 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양용은(39․KB금융그룹)은 웨지의 블레이드가 일자 형태로 된 것을 선호한다. 양용은은 "볼을 좀 더 날카롭게 때리는 느낌을 갖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선 매번 투어밴을 찾아 코스나 날씨 상태에 따라 웨지 등을 손본다.

혼마 골프 사카타 공장에서 프로용 클럽의 연마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와타나베 씨는 "10세트 이상을 만들더라도 프로의 마음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감성과 기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클럽을 만드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속 프로가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면 장인들도 그와 같은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올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이 내년에 사용할 클럽을 테스트하기 위해 사카타 공장을 찾았을 당시에 공장 측이 반나절 동안 작업을 중단하면서까지 '깜짝 파티'를 열어 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로는 프로의 의견에서 얻은 영감이 새로운 클럽 제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편 최근에는 아이언의 헤드 뒷면 캐비티가 깊어지고 화려한 로고 등이 들어가면서 일반적인 연마기로 작업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치과용 도구다.

골프 클럽 공장에 웬 치과용 기구일까 하겠지만 치아를 갈아내는 기구는 의외로 커다란 성능을 발휘한다. 헤드 뒷면의 구석구석까지 깨끗하게 마감처리를 해 클럽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일종의 '골프채 스케일링'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연마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수 십 켤레의 장갑이 찢기고, 마찰열로 인해 손가락 여기저기에 물집이 잡히고 터지기를 수 없이 반복해야 한다. 장갑을 끼어야 하기 때문에 붕대도 감을 수 없다. 그런 고난의 세월을 겪어야 0.01mm 감성 표현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다.글_김세영/골프치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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