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꿈꾸는 나는 "아시아 키즈다"

[꿈과 희망을 나누는 금융]<8> 하나금융그룹

[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편집자주] [편집자주] 금융회사들의 사회공헌 사업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장학금이나 성금 등 물질적 지원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작은 지원이지만 그 지원을 받는 이들에겐 '꿈을 키우는' 출발점이 된다. 금융회사의 사회공헌은 꿈을 현실화시키기도 한다. 장학금과 함께 건네진 재능기부는 사회적 인물을 배출하는 짝은 씨앗이 됐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금융회사의 사회공헌 사업을 새롭게 조명하는 '꿈과 희망을 나누는 금융 - 꿈을 나누고 절망을 희망으로' 기획을 마련했다.

[[꿈과 희망을 나누는 금융] < 8 > 하나금융그룹]

# 경기도 안산에 사는 용현(14)이와 용태(11) 가족은 다문화 가정이다.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베트남인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용현이 형제는 몇 년 전만 해도 엄마의 모국어인 베트남말은 전혀 할 줄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어머니인 남프엉씨(43)와 베트남말로 곧잘 의사소통을 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이중 문화와 언어를 교육하는 '하나키즈오브아시아'(Hana Kids of Asia) 프로그램의 토요베트남 학교에 다니고 나서부터다. 남프엉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내가 직접 교육을 했지만 언어장벽 때문에 갈수록 어려워 지더라"며 "하나키즈오브아시아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아이들과의 사이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용현이 형제는 1주일에 두 번 정도 베트남에 있는 할아버지와 통화를 한다. 남프엉씨는 아이들이 할아버지에게 베트남어로 직접 '뭐 하고 지내세요?', '할아버지 건강하세요'라고 말할 때가 가장 기쁘다고 한다.

용현이 형제가 참여하고 있는 하나키즈오브아시아는 하나금융지주가 2008년부터 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 지원 활동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사회 부적응 등의 고통을 덜고 건강한 문화정체성을 가진 미래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토요베트남 수업 장면.

다문화 어린이들이 어머니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토요학교를 운영하고 대학생 멘토 자원봉사자가 방과 후 학습지도를 해 준다. 어머니 나라 문화 체험 행사와 다문화가정 문화통합 교육,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돕는 상담지원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서울에 이어 2009년엔 인천, 2010년 8월 안산까지 사업 지역이 확대됐다. 현재 100여명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키즈오브아시아 프로그램의 멘토 자원봉사자인 바오씨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엄마나 베트남 가족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도록 베트남말 실력이 쑥쑥 늘었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바오씨는 베트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취업한 베트남인이다. 바오씨의 꿈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문화적 다양성이 존중되는 성숙한 다문화 사회에서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일이다.

하나금융이 다문화 사업에 일찍 관심을 갖게 된 건 좀 더 능동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고민이 출발점이었다고 한다. 하나키즈오브아시아 프로그램도 그런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 사업의 요체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한 이중 언어와 문화 교육.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문화 아이들을 여러 언어와 다문화에 익숙한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일이다.

김현수 하나금융 사회공헌 담당 과장은 "하나금융의 철학은 사회공헌은 '비용'이 아닌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라는 것"이라며 "다문화 어린이들이 언어능력과 문화 이해력 등 강점을 살려 미래 인재로 클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돕는 것이 하나금융 다문화 사회공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다문화 가정 지원사업 '하나되는 아시아 프로젝트' 사업구조.

하나금융은 다문화 가정 지원사업의 모토는 '하나되는 아시아'다.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더불어 하나되는 성숙한 다문화 통합 사회에 기여한다는 게 비전이다. 지원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다문화가정의 안정적 사회 정착과 편입을 돕고 △다문화 가정 자녀를 건강한 미래 사회구성원과 인재로서 양성하며 △다문화 이해와 존중을 기반으로 사회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다.

다문화 어린이들을 위해 부모의 모국어를 병기한 동화책과 다문화 이해 도서 등을 지원하는 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다문화 어린이들이 양국 부모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5만5000권의 책자가 다문화 가정에 무료로 전달됐다. 도서를 교육자료로 이용하는 다문화 가정도 2만 5000곳에 이른다.

김 과장은 "그간 문화와 언어, 교육에 활용할 만한 책자가 없어 애를 태웠던 결혼이주 여성들이나 어린이들이 매우 좋아한다"며 "추가적으로 다문화가정은 물론 일반인들의 다문화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책자를 신규로 발간,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 방영된 하나금융의 이미지 광고 '우리 사회에 희망 하나 더하기, 다문화가정 편'도 다문화 지원사업의 일환이었다. 광고엔 베트남 엄마를 둔 재능 많은 다문화 어린이가 등장한다. 엄마, 아빠 사이에센 통역사, 친구들에겐 베트남 문화를 가르치는 선생님, 친척들에겐 가이드다. 이 다문화 어린이의 미래 꿈은 외교관이다.

김 과장은 "광고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일반인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 공익광고와 함께 다문화 가정 지원을 위한 공익캠페인도 병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임직원들도 다문화 지원 사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하나금융엔 '레인보우'라는 모임이 있다.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결정된 사내 동아리다. 레인보우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 문화체험, 김장담그기 등의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금융회사에 걸맞은 다문화 가정 금융상담도 레인보우의 역할이다.

2007년부터 매해 진행하고 있는 '한국-베트남 가족의 날' 행사도 하나금융의 다문화 지원 프로그램이다. 2008년의 경우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내 친구 베트남'이란 행사를 진행해 베트남인과 한국인이 수상인형극, 학술강연, 동화연극, 유물 전시회, 전통임식 체험 등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됐다.

하나금융이 흑진주 삼남매로 유명한 도담(12), 용연(11), 성연(10)이를 장기 지원하는 건 벌써 많이 알려진 일이다. 삼남매는 가나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2008년 어머니가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마저 어머니의 뒤를 따랐다. 하나금융은 텔레비전에 방영된 삼남매의 소식을 접한 뒤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생활비와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도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했다. 지난 5월엔 다문화가정 어린이 그림그리기·글짓기 대회를 개최했다. 수상자인 30명의 어린이와 다문화 가족들은 용인 에버랜드에서 시상식을 갖고 자유이용권과 식사권 등을 증정 받았다.

▲하나다문화센터 다린 개설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사진 왼쪽 두번째)과 임영호 하나금융 상무(왼쪽 첫번째).

지난 6월엔 뜻 깊은 다문화 공간도 만들었다. 하나은행 삼선교지점 3층에 건립된 하나다문화센터 '다린'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웃들이 함께 하는 공간이다. 다문화 가정이나 이주 외국인들은 누구나 문화 공유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문화 가정과 일반인들이 서로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도 마련됐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과 일반 가정 어린이들이 함께 경제를 배우를 글로벌 어린이 경제교육이 진행된다. 이밖에 공동체 의식과 에티켓을 배우는 세계 시민교육, 다문화 요리강좌, 다문화 관련 토론과 강좌 등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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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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