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민 "한국 단속 강화해도 황금어장 포기 안해"

스다오 2011. 12. 1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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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법조업 어선들의 본거지 산둥성 스다오항 르포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산둥반도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룽청(榮成)시 스다오(石島)항은 15일 오후 찌푸린 날씨에 간간이 눈발이 날렸다. 1.3㎞가량 길게 뻗은 부두 앞쪽으로 1000척이 넘는 크고 작은 어선이 정박해 장관을 이뤘다. 한국 해경을 살해한 청다웨이(程大偉) 선장이 타고온 루원위(魯文漁) 15001호와 배 이름이 같고 뒷부분 숫자만 다른 배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부두에 배를 댄 어선들은 갓 잡아온 아귀, 갈치, 조기, 청어 등을 삽으로 퍼내 플라스틱 상자에 담느라 분주했다. 하역 근로자들은 이 플라스틱 상자를 다시 부둣가에 세운 운반 트럭으로 부지런히 옮겼다. 한 하역부는 "지금이 1년 중 가장 바쁠 때"라고 말했다.

중국 북방의 최대 어업 항구라는 스다오항은 우리 서해로 불법 조업을 나오는 중국 어선의 모항 중 한 곳이다. 이곳을 포함해 룽청시 전체에 걸쳐 어선 8000여척에 1만8000여명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외에도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와 가이저우(盖州) 등도 우리 해역으로 넘어오는 중국 어선의 본거지로 꼽힌다.

스다오항이 이들 어선 기지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이곳이 한국 해역에서 불과 250~300㎞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5~6시간만 나가면 한국 서해의 황금 어장을 만날 수 있다. 현지 어민들은 이곳에 있는 어선 중에 한국 해역에 가서 고기 잡아보지 않은 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지 어민 가오(高)모씨는 "무슨 어업협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예전부터 늘 그쪽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왔다"면서 "중국 쪽 바다는 오염이 심하고 남획을 해서 고기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선원 품삯 주고 기름값 나가는 걸 생각하면 본전 맞추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 해역의 어족 자원이 고갈돼 생존을 위해 한국 쪽 바다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곳 출신 선장이 한국 해경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묻자 대부분 "모르는 일" "바쁘다"며 손사래를 쳤다. 외지에서 와 배를 탄다는 한 선원은 "사람을 죽인 건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한국 해경의 단속이 워낙 심하고 벌금이 30만~40만위안(약 5400만~7200만원)씩 되니 선원들의 저항도 심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원인이 한국 측에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국 측에서 중국 어선에 발급해주는 어업허가증 수가 해마다 줄어들어 합법적 조업이 어렵다는 어민도 있었다.

현지 어업 당국은 이번 사건이 일어난 이후 중국 어선의 한국 해역 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어민들은 전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에 단속돼 행정 처분을 기다리는 어선도 있다고 중국 관영 언론은 보도했다. 그러나 20년 넘게 배를 탔다는 한 어부는 "평생 고기잡이로 살아왔는데 단속이 강화된다 해도 눈앞의 황금 어장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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