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경제성장 미련 접고 경제안정 주력
상반기 충격 크면 추가경정예산 편성할 듯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 정부가 12일 내놓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은 성장보다는 위기관리를 통한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적 재정위기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 둔화가 현실로 닥쳤기 때문이다.
잘 버티고 살아남아 후일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상황에 대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면 경기 부양론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성장 미련 버렸다…거시정책은 유연
정책방향의 전제가 되는 정부의 경기 판단은 `준(準)경제위기'에 가깝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7%로 과감하게 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내년이 현 정부 마지막 해인 만큼 이른바 MB노믹스의 키워드인 `747(연평균 7% 고성장, 소득 4만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 공약은 연이은 위기에 날아가 버렸다.
수출 증가율이 올해 19.2%에서 내년 7.4%로 둔화하고 기업들이 설비투자도 주저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와 위축의 결과는 고용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취업자 증가폭이 40만명에서 28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사실상 성장을 포기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정부가 솔직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부가 내건 슬로건은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생활 안정'이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의 2009년 경제정책방향이 `세계적 위기를 선진일류국가 도약 기회로'를 지향했지만 내용상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 유사하다.
위기를 전제로 위기관리체제를 본격가동한 것이다. 중소기업 흑자도산을 막기 위한 긴급 유동성 지원제도인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이나 기업구조조정 세제 지원을 연장한 것은 리먼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 정책이다.
거시정책은 유연성과 탄력성에 중점을 뒀다.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시중 유동성도 물가안정이 지속하도록 하되,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대외여건 악화와 변동성 확대에 선제로 대응하고 국내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활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내수 활력에 무게…민생안정에 중점
정책 코드는 위기관리에 맞추되 내수에 무게를 둔 것이 특징이다.
수출은 외부 변수에 달렸지만 내수는 정책 의지로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내년 성장률 3.7%의 기여도를 내수 2.9%포인트, 순수출 0.8%포인트로 전망한 것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재정 측면에선 상반기에 60% 안팎의 조기집행을 추진한다. 내년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일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미 올해 11~12월에 쓰지 않거나 내년으로 넘기는 예산을 최소화해 50조원 가량의 재정을 푸는 연장선상에서 이뤄진다.
투자에서는 제도 개선으로 유인을 제공하는 데 역점을 뒀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 지원제도를 국내기업에도 적용하는 방안, 국외에 나갔다가 국내로 들어오는 'U-턴' 기업에 대한 지원 제도가 대표적이다.
내수산업의 기반인 서비스업을 키우려는 노력도 반영됐다.
위기에 쉽게 노출되는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해선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넓게 펼쳐 돕기로 했다.
일자리 대책은 주로 청년층에 맞춰졌고 공공기관의 솔선수범이 강조됐다. 신규 채용을 40% 늘리고 신규 채용 가운데 고졸자 비중을 단번에 20%로 확대해 민간 분야에까지 분위기를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취약계층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일자리는 올해 54만개에서 내년 56만개로 늘리고 지역일자리사업도 연장된다. 고용 창출을 유도하는 쪽으로 세제나 금융제도도 바꾼다.
서민에게 희망을 주고자 장기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을 신설해 자산 만들기를 돕고, 무주택 서민이 주택을 살 때 장기ㆍ저리ㆍ고정금리 대출상품을 공급하는 주거지원 제도도 도입된다.
무상보육은 만5세아에 이어 3~4세 등으로 점차 확대하겠다는 방침만 담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추가 보완대책도 정치권과의 협의가 남아 있어 구체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위기 본격화 땐 역부족…부양론 고개 들 수도
이처럼 선제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췄는데도 뭔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도 재정 투입보다는 제도 개선 중심이다.
물론 단기 충격이 컸던 리먼 사태 때와는 달리 위기가 다가오는 속도와 경기가 가라앉는 폭을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리먼 때 축난 나라 곳간을 다시 채워야 하는 재정 사정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 지표가 추락하고 수출 증가율이 둔화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으로 접어들면 정책방향이 다시 설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시장만 봐도 지난 7일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2년간 부과 중지 등 규제의 빗장을 풀었지만 부동산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 예상보다 충격이 커진다면 경기의 추가 하락을 막거나 부양하기 위한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3년 만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균형 재정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때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선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정도가 적정하다. 물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은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prin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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