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자들에게 미리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이태경 칼럼] 12·7 부동산 대책은 투기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미디어오늘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이명박 정부의 강남 편애는 유명하지만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이라는 이름을 단 12․7부동산 대책을 보면 강남에 대한 애호가 도를 넘은 느낌이다. 12․7부동산 대책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폐지, 강남 3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해제, 보금자리주택지구내에 임대주택 확대공급,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등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 및 조건 완화,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해제, 최저가 낙찰제 유예 및 PF사업 정상화 등을 통한 건설업계 지원 등의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부동산 부자들의 배만 불릴 뿐
12․7부동산 대책은 언뜻 보면 구색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서민주거안정은 명목에 가깝고 실질은 부동산 부자들과 강남 3구에게 특혜를 베푸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는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다주택자들이 전유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조치인데, 이로 인해 다주택자들은 대략 50%이상의 절세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조치로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다주택자 소유물량이 시장에 한꺼번에 출회돼 주택시장이 크게 동요하는 것을 예방하고, 다주택 소유가 늘어나 전․월세 수급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는 것 같다.
@CBS노컷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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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의 기대는 한낱 미망(迷妄)에 불과하다. 먼저 지금과 같이 글로벌 경기가 불안하고 대내외 경제지표들에 적신호가 들어온 마당에 주택을 여러 채 구입할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또한 백보를 양보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전․월세 수급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주택자들에게 고스란히 귀속될 부동산 양도차익을 임대소득으로 포착해 과세하는 것이 옳다.
임대시장에 대한 촘촘한 실태조사, 이를 기반으로 한 임대사업자 등록 및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등의 사전정지작업 없이 추진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조치는 아무리 교묘한 언설로 본질을 호도한다 해도 국가가 부동산 부자들에게 불로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지금의 임대시장 불안이 진정 근심된다면, 오히려 유예되고 있던 양도세 중과 조치를 부활하는 것이 적절한 정책판단이었을 것이다. 현재진행형인 임대시장 수급불균형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매매시장에서의 매수세의 위축이고, 여전히 지나치게 높은 주택 가격이 매수의 걸림돌이므로,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소유주택을 매각하기 위해 시장에 내놓으면 매매가격이 내려갈 것이고 이는 매수심리를 호전시키는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 뇌관에 불을 붙일 작정인가?
강남 3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해제도 염려되는 조치다. 강남 3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됨으로써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지위 양도가 자유로워지게 됐다. 최근까지는 재건축 아파트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었다. 이번 조치로 조합설립인가가 끝난 강남권 26개 단지 1만 9천여명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지고, 조합설립을 추진 중인 22개 단지 2만 2천명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생겼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유예조치이다. 이 조치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제도는 유지하되 장래 2년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에 대해 부과를 유예하겠다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거의 전부를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배분하겠다는 대담한 발상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률 제고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강남 3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해제 결정은 '대한민국 메인스트림의 아성이고 이명박 정부의 최후 보루인 강남벨트에서 재건축 공동주택에 대해 투기를 하도록 보장할테니 마음껏 투기를 하라'는 신호와 다르지 않다.
지금이야 여러 가지 이유로 부동산 시장이 하락안정화의 길을 느리게 걷고 있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아져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채비를 마친다면 필경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뇌관 역할을 할 텐데, 이명박 정부가 그 뇌관에 열심히 불을 붙이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역사책으로 보내다
12.7부동산 대책으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역사책 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존재로 전락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와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셈이다. 12.7부동산 대책은 ABR(Anything But Roh)의 화룡점정에 해당한다.
그와 함께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할 기제들도, 부동산 투기의 방화벽들도 형해화됐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대내외 거시지표들이 좋아지면 부동산 시장이 과열과 상승, 투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정부차원의 대책이 완비(?)된 셈이다.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회사의 이익에, 아니 오직 그들의 이익만을, 이토록 충실히 챙긴 정부는 일찍이 없었다. 그 집요함, 일관성, 견인불발의 투쟁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지경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정권이 교체된 후 이명박 정권의 부동산 철학과 정책-그래봐야 ABR의 범주를 크게 넘어서는 부동산 정책도 별반 없었지만-이 송두리째 부정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큰 틀에서 참여정부 시기로 원위치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정책에는 국민이 아닌 강․부․자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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