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빼고는 부동산 규제 다 풀었다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2년간 유예키로 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투기과열지구도 해제돼 재건축시장이 직접 영향권에 들어갔다. 분양가 상한제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외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대부분 풀린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대책은 토건세력에 굴복한 특혜"라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빚을 내서 집을 사라며 정부가 투기를 조장하는 꼴"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화 및 서민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시장이 과열됐을 때 도입한 규제를 완화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의 불을 지펴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자는 의도다.
서울 강남은 2006년 집값 급등의 진원지였다. 한때 한달에 9% 가까이 집값이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곤두박질친 데 이어 올 들어 11개월 만에 1억원 이상 집값이 떨어지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9년8개월 만에 투기과열지구가 풀린 서울 강남 3구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사고팔 수 있게 됐다. 전매제한 기간도 3~5년에서 1~3년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이 조치로 조합 설립이 인가된 26개 단지 1만9000명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진다"면서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22개 단지 2만2000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규제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부동산 담보 대출 규제를 풀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재건축 규제인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은 앞으로 2년 동안 면제한다. 이 제도는 재건축 가격 상승분 가운데 정상적인 상승분을 뺀 나머지 금액 중 일부를 거둬들이는 제도다. 과거 개발부담금도 부동산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았던 1998년 두 차례 중지한 바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폐지키로 하고 내년 중 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 3구에 있는 집을 팔면 2주택일 경우는 1억9000만원, 3주택이면 2억500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해 종전보다 50% 이상 세금이 줄어든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사는 "서울 강남에 여러 채의 고가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양도세 부담이 줄고 거래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에서조차 '부자 감세'를 부담스러하는 분위기여서 국회의 법 통과는 미지수다.
정부는 건설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기로 하고 우선 하위 법령을 고쳐 분양가를 올려줄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지원하기로 돼 있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 기간도 1년간 연장해 내년 말까지 1조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부부 합산 연소득을 현행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늘렸다. 금리도 연 4.7%에서 4.2%로 낮춰 이자부담을 연간 500억원 정도 줄여줄 계획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는 "수도권에서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의 지원 대상 주택은 243만가구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생애 처음 집을 사는 무주택자(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는 내년 말까지 최고 2억원을 연 4.2% 이자로 빌릴 수 있다. 상환 기간은 1년 거치 19년 상환이거나, 3년 거치 17년 상환조건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강남 부자와 투기꾼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종학 가천대 교수는 "지금도 집값이 너무 비싸서 문제가 되는 마당에 정부가 투기를 조장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은 앞으로 나라 경제를 거덜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홍인표 선임기자 ipho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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