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다던 강남 규제완화..석달만에 '말바꾼' 權장관

김창익 기자 2011. 12.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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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대책]"경제상황 악화시킬 수 있다"에서 "존치시킬 이유가 없다"로 180도 선회

[머니투데이 김창익기자][[12.7대책]"경제상황 악화시킬 수 있다"에서 "존치시킬 이유가 없다"로 180도 선회]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권도엽(사진)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9월6일 취임 100일을 맞아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집값은 아직 높은 수준이며 특히 일각에서 얘기하는 서울 강남3구의 규제완화는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완화를 추진해 왔지만 강남3구의 경우 가계부채와 거시경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고 기존 집값에도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대한 규제완화는 정책의 고려대상이 아니란 의미였다.

하지만 7일 국토부가 내놓은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엔 강남3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해제 방안이 포함됐다. 권 장관은 이날 과천 국토부 청사 기자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강남3구에 대한 규제는 2005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도입돼 적용되고 있다"며 "지금은 시장상황이 그 때와 많이 달라졌다. 지표상으로 보면 존치시킬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투기과열지구는 재건축 조합원 보유주택의 매매를 제한하는 것으로 시장의 속성상 비친화적인 규제"라며 해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실장은 대책발표 전날까지도 "현재 국토부는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었다.

결과적으로 권 장관은 불과 석 달 만에 '말 바꾸기'를 한 셈이다. 권 장관의 말대로 강남3구에 대한 규제가 도입된 2005년과 지금의 시장상황은 많이 다르다. 당시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기수요로 집값이 폭등했고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반면 지금은 주택 가격은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전셋값은 확실한 안정 경로에 들어서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석 달 전과 지금의 시장상황은 일부 지표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변한 게 거의 없다. 권 장관의 말대로 강남3구에 대한 규제완화 논의는 존치 이유의 당위성보다는 가계대출 문제 등 그 부작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결국 권 장관의 현 시장상황과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만 180도 선회한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지난달 24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권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에 부동산·건설 시장 상황과 대책에 대한 보고를 했다.

그 이후 권 장관은 물론 국토부 주택토지실의 행보가 상당히 빨라졌다. 권 장관은 바로 다음날 국토부 기자실에 들러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기조를 두고 "반서민적"이라고 쏘아부쳤다. 박 시장 취임 후 재건축 추진 단지들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진 것을 경계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박 실장은 비상경제대책회의 당시 "국토부가 부동산 대책이라고 묶어서 발표할만한 대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 나온 대책들의 보완책이나 개선책이 나올 때마다 건건이 발표를 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건설·부동산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 갖고 있다"며 "하지만 서민에 대한 주택자금 지원이나 건설업체 지원방안 외에 주택시장에 특별한 임팩트(파급효과)를 줄 만한 것은 없다"고 했다.

박 실장의 말대로라면 '12·7대책'에 포함된 상당수 조치들이 비상경제대책회의후 2주 동안 집중 논의가 이뤄진 셈이다. 특히 투기과열지구 해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서민경제 활성화'란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을 뿐더러, 내년 선거정국을 앞두고 표심을 잃을 수 있어 강력히 반대했던 사항이다.

결국 국토부가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지를 강행한 셈이다. 정치논리에 민감한 여당은 당정협의를 거치지 않는 식으로 이번 대책에 대해 국토부와 거리를 뒀다.

이번 대책에서 투기지역 해제가 빠진 것도 국토부가 여당이나 관계부처의 반대 입장에도 강남3구 규제완화를 밀어부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는 것으로 독자적으로 해지를 결정할 수 있지만, 투기지역은 지정권자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박 실장은 "(투기지역 해제는) 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협의과정에서 무산됐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 분양권 전매 제한과 청약자격 제한 등이 완화되고 재건축 조합원이 보유한 아파트도 팔 수 있게 된다. 결국 강남 재건축 시장에 부유층의 자금을 끌어들여 시장 정상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현 정부는 규제완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투기수요를 자극하지 않는 선을 유지해 왔다"며 "하지만 서울 재건축을 중심으로 시장상황이 악화되자 일부 부유층의 시세차익을 용인해 시장 활성화의 자극제로 삼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실효성보다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시장상황에서 강남3구에 대한 규제완화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며 "강남3구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시장의 반격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카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에 무게를 둔 정책이란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도 이미 내년 말까지 적용이 한시적으로 유예된 상황에서 굳이 이번 대책에 포함될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며 "실효성보다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시그널(신호)을 주기 위한 대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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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창익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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