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칼바람 물리칠 칼칼한 민물매운탕

조선닷컴 트래블 2011. 12. 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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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어 발굴한 숨은 맛집 (49)서울 도봉구 방학1동 '마포소양강 민물매운탕'성큼 겨울이 왔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음산한 바람과 기운이 몸속으로 스며든다. 한나절 추위에 떨다보면 몸을 덥혀줄 음식을 찾게 된다. 겨울의 문턱에서 먹는 얼큰하고 뜨끈한 민물 매운탕은 첫 추위를 너끈히 견뎌내게 해줄 뿐 아니라 동절기 보양식으로도 좋다. '마포소양강 민물매운탕'은 비린내와 흙냄새를 제거하고 쫀득한 수제비 맛을 보강, 민물매운탕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도 맛나게 먹을 수 있게 끊여낸다.

민물매운탕은 일 년 동안 땀 흘린 농부들의 보양식이자 여유

가을걷이가 끝난 논은 옷을 벗은 여인네처럼 드넓었던 자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논바닥을 가로질러 드문드문 벼 베기 전에 쳐둔 배수로가 보인다. 배수로 끝에는 논물이 모이는 물꼬가 있다. 물꼬마다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어놓는데 이 웅덩이에는 살이 오른 미꾸라지와 민물새우가 바글거린다.

타작을 마치고 한가해지면 아버지는 체를 들고 웅덩이로 가셨다. 아버지가 체를 들어 올릴 때마다 꿈틀거리는 미꾸라지와 펄떡 뛰는 새우들이 체 안에 그득했다. 오랜만에 농사일에서 벗어난 여유로움과 즐거움도 그 안에 가득했다. 몇 번만 체를 뜨면 양동이 밑바닥이 보이질 않았다.

저녁 때 어머니는 아버지가 잡아오신 미꾸라지와 민물새우에 무를 썰어 넣고 고추장을 풀어서 끓인 뒤 상에 올리셨다. 날이 저물고 바깥바람에 문풍지가 가늘게 떨리는 저녁, 우리집 안방 두레상에는 김이 올랐다. 미꾸라지와 민물새우를 넣고 끓인 매운탕을 식구대로 푸짐하게 퍼서 한 그릇씩 먹으면 오슬오슬 떨리던 몸이 확 풀렸다.

눈발이라도 내릴 듯한 회색빛 공간을 도봉산에서 내려온 찬바람이 채웠다. 춥고 배고픈 초겨울, <마포소양강 민물매운탕>에서 오랜만에 먹어본 민물매운탕은 예전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민물매운탕은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각별한 정서의 대상이다. 고기 먹기가 쉽지 않았던 시골에서 여름에는 천렵으로, 가을 겨울에는 추(어)탕이나 매운탕으로 부족한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시켜준 고맙고 소중한 단백질원이었다.

비법 양념장과 소뼈 국물, 수족관에 넣지 않은 물고기 써고기 먹기 힘들었던 예전 시골에서 손쉽게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해준 민물매운탕이지만 특유의 비린내와 흙냄새 때문에 역겨워서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민물매운탕은 보신탕만큼이나 호불호가 뚜렷한 음식이다.

이 집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민물매운탕'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메뉴개발을 해왔다. '입에도 못 대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민물매운탕을 만들겠다는 다짐은 대를 이었다.

마포의 부모님 민물 매운탕 집 일을 돕다가 최근 독립한 주인장 신순미(50) 씨의 부친은 숱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민물매운탕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 개발의 핵심은 양념장에 있었다.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 10여 가지 양념을 넣어서 이 집만의 비법으로 만들었다. 모든 매운탕 메뉴에는 이 양념장이 다 들어간다. 시원하고 깊은 맛이 나는 매운탕 국물은 단순히 양념장만의 구실이 아닌 듯하였다. 알고 보니 국물이 한우 사골을 장시간 우려서 만든 사골국물이었다.

또 이 집은 수족관이 없다. 수족관에 물고기를 넣었다가 꺼내 쓰면 육질이 떨어지고 맛도 훨씬 없어져, 부친이 운영하는 마포의 본점에서도 3조의 수족관을 치웠다고 한다. 손님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서 좋고 바로 꺼내서 끓이면 신선한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는 것. 수족관이라는 인위적인 환경에 가둬두면 오히려 물고기 본래의 성질을 감퇴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운탕에 들어가는 물고기는 강원도 영월 동강에서 매일매일 그날 쓸 분량만 공수해온다고.

민물고기는 바닷고기에 비해 취급하는 인원이나 유통구조가 취약하다보니 수급이 불안정해 가끔씩 영업에 애를 먹는다. 빠가사리(동자개)와 메기 이외에는 양식이 되지 않아 모두 자연산에 의존하는데 현지 사정으로 이들 '잡고기'가 잡히지 않을 때는 공급을 못 받는다. 그러나보니 어쩔 수 없이 손님이 주문해도 팔 수 없을 때가 간혹 있다.

바로 이 맛! 기대 저버리지 않는 얼큰함과 개운함이 집의 대표 메뉴는 빠가·메기매운탕(중, 3만9000원). 메기 빠가사리(동자개)와 함께 시래기, 무, 감자, 미나리, 파 등의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갔다.

한번 우르르 끓어오르면 우선 채소를 건져 먹는다. 채소와 함께 수제비 반죽과 비닐장갑을 주는데 끓는 국물에 각자 셀프서비스로 수제비 반죽을 떼어 넣는다. 함께 넣은 참게와 민물새우가 빨갛게 익어가면서 국물의 시원함과 구수함을 더해준다. 국자로 적당히 저은 뒤 익은 수제비를 건져먹자 금세 추위가 떨어져 나간다. 채소와 수제비 반죽은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하다.

청양고추가 들어간 국물은 칼칼하고 얼큰하다. 술꾼들이 민물매운탕을 사랑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입에서 따끈한 국물은 식도를 타고 넘어가면서 시원하고 개운하다. 비법양념 탓인지 잡냄새가 없다.

국물이 너무 뜨거워 불을 껐더니 주인장이 다시 불을 켜준다. 민물매운탕은 끓일수록 맛이 진하고 따끈하게 먹어야 제 맛이 난다면서 끄지 말라고 이른다.

조심스럽게 빠가사리의 살점을 발라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었다. 생각보다 살이 부드럽고 깊은 맛이 있었다. 걱정했던 흙냄새도 나지 않았다. 민물매운탕 국물은 예전에도 많이 먹었고 그 시원함을 좋아했지만 민물고기는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막상 먹어보니 담백한 고소함이 느껴졌다.

탕을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서 먹는 맛도 괜찮다. 밥을 먹으면서 찬으로 나온 조개젓을 함께 먹으면 고소한 맛과 단아한 간간함이 입 안을 훨씬 즐겁게 정리해준다. 바지락으로 담근 조개젓은 지나치게 짜지 않고, 할아버지와 손자의 겸상에 올렸던 예전의 그 조개젓 맛 그대로여서 자꾸 손이 간다.

민물매운탕도 테이크아웃 메뉴?

이 집은 민물매운탕을 포장 판매도 한다. 그런데 도봉산이 가까운 방학역 근처에 있다 보니 의외로 포장판매가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등산하면서 보온용기에 사가는 등산객이 있고, 하산길에 포장 매운탕을 구입해 집에 가지고 가서 끓여먹는 등산객도 있다. 주인장 신씨에 의하면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이런 추세가 더 두드러진다고 한다.

"이모! 이거 생각보다 맛있네요. 채소 좀 더 주세요."커플인 듯한 젊은 남녀 한 쌍이 빠가사리를 시켜놓고 열심히 먹는다. 민물매운탕 애호층이 4,50대 이상의 중년층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젊은 층에서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도 신선하다.

천렵과 추어탕을 나누는 흥과 인정은 사라져가는 농촌 풍경 가운데 하나다. 민물매운탕이 있는 풍경은 어디나 고향 같고 푸근했다. 그 풍경은 아쉽게도 세월의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지만 메뉴는 남아 또 다른 진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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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자료 제공: 월간외식경영※ 글·사진: 월간외식경영 이정훈 기자, 변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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