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섬 요트 탐사 I 자월도] "명불허전! 바다에 비친 붉은 노을과 달의 아름다움을 보라."

글·김기환 차장 2011. 12. 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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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월도 장골해변에서 바다의 재미 만끽.. 요트 흘러가며 위기 맞기도

↑ [월간산]장골해변의 초지를 걷고 있는 취재팀.

"선착장에 노란색 요트가 걸려 있으니 지금 바로 조치 바랍니다. 물이 빠지면 배가 좌초될 위험이 있습니다."

바람을 타고 스피커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머리가 쭈뼛해지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이 시간에 자월도에 있는 요트라면 우리가 타고 온 '숨비소리'호밖에 없었다. 비상이 걸렸다. 카약을 타기 위해 꾸리고 있던 짐을 텐트 안에 던져두고 부두로 내달렸다.

자월도 달바위 선착장에 도착하니 아찔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조석간만의 차 때문에 비스듬하게 만든 부두 바로 앞까지 요트가 흘러온 것이다. 배의 방향이 조금만 돌아가도 콘크리트 제방에 부딪힐 위기였다. 곧바로 상륙용 고무보트에 올라 배로 접근했다.

조류에 배 떠내려가 부서질 뻔

조류가 바뀌면서 박아 둔 앵커들이 모두 빠진 것이 문제였다. 처음 배를 세운 곳에서 300m 넘게 부두 쪽으로 이동해 있다. 서둘러 시동을 걸어 배를 옮기려 했지만 닻이 구조물에 걸렸는지 요지부동이었다. 요트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가며 앵커를 흔들었더니 간신히 줄이 풀리며 닻이 따라 올라왔다.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월간산]갯바위 부근의 포인트를 찾아 낚싯대를 드리운 조구룡씨.

"조금만 늦었어도 요트 부서질 뻔했습니다. 러더(rudder)가 콘크리트 바닥에 닿았는지 '쿵' 소리를 내면서 울리더군요."

요트로 섬을 탐사하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더욱이 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는 신경 쓸 것들이 많다. 특히 수심은 세일링 요트의 항해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다. 요트 바닥의 킬(keel)이 바닥에 닿으면 항해는 물론 정박도 불가능하다. 크루(crew·선원)들이 늘 수심에 신경을 쓰며 배를 다루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서해의 섬 주변 수심이 대부분 얕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에 찾은 자월도 역시 주변에 조간대(潮間帶)가 넓게 형성되어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부두가 있는 달바위 선착장 주변이 가장 수심이 좋았다. 베이스캠프로 생각한 장골해수욕장도 걸어서 10분 거리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월간산]자월도 위치도

선착장에서 200m가량 떨어진 수심 5m 지점에 요트를 세웠다. 만약을 위해 앵커 두 개를 던져 배를 고정시켰다. 하지만 조류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이 실수였다. 결국 밤을 지나며 물의 흐름이 방향이 바뀌며 앵커가 빠져 부두까지 배가 밀린 것이다. 다행히 간발의 차이로 조치를 취해 배가 부서지는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요트 기울어지면서 속도감 더해

개천절 연휴를 이용해 요트를 타고 자월도를 찾았다. 이번 항해에는 다음카페 '카약과 캠핑'의 조모(jomo)님과 일주(一舟)님 가족이 함께했다. 초등학교 1학년과 5학년인 어린이 크루들도 요트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세찬 가을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항해하는 경험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바람이 좋아 요트 항해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제부도를 빠져 나오며 '숨비소리'호는 바람과 조류를 제대로 탔다. 메인 세일을 줄인 축범(縮帆) 상태였지만 6노트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환경은 오래가지 못했다. 넓은 바다로 나가며 바람의 방향이 바뀌더니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할 수 없이 엔진을 켜고 동수도와 서수도 남쪽을 돌아 자월도 앞으로 나섰다.

↑ [월간산]1 자월도 달바위 선착장 부근의 바다 위에서 카약을 즐기고 있는 백은식, 조구룡씨. 2 제부도를 빠져나오며 한껏 속도를 내고 있는 숨비소리호.

다행히 오후로 넘어가며 바람이 다시 일었다. 지브 세일(jib sail)을 교체하고 지그재그로 항해하며 속도를 높였다. 시속 7노트를 넘나들며 요트가 옆으로 기울어지는 '힐'을 했다. 한쪽 측면이 수면과 가까워지며 파도가 갑판 위까지 튀어 올랐다. 배의 중심을 잡기 위해 크루들은 모두 반대쪽 갑판에 웅크리고 앉았다. 바람과 함께 느껴지는 스피드에 손끝이 짜릿해졌다. 바로 이런 쾌감에 세일링 요트를 타는 것이다.

자월도는 인천 앞바다의 섬 가운데 비교적 가까운 곳이다. 뭍과 이어진 영흥도에서 서쪽 7km 해상에 위치해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는 섬이다.

하지만 세일링 요트로 자월도를 가려면 여정이 간단치 않다. 출발지인 탄도항에서 영흥도 남쪽을 돌아가는 구간의 많은 어망이 첫 번째 장애물이다. 그물에 배가 걸리지 않으려면 멀리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린다.

↑ [월간산]바람의 힘만으로 물살을 가르고 있는 요트.

자월도 남동쪽의 동수도와 서수도 사이의 강력한 조류 또한 요트인들 사이에 악명이 높다. 물살이 셀 때는 엔진을 가동해도 밀려나가 통과하기 쉽지 않은 지역이다. 물의 흐름이 적은 정조(停潮) 시간을 택해 이곳을 지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었다. 이렇듯 세일링 요트는 바다의 흐름과 변화를 잘 읽을 줄 알아야 유리하다. 그만큼 경험과 공부가 필요한 스포츠다.

숲과 조망 뛰어난 국사봉

자월도 달바위 선착장 앞에 배를 세우고 장골해수욕장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그동안 섬을 탐사하며 여러 차례 무인도 캠핑을 했다. 확실히 무인도는 분위기가 호젓하지만 불편한 점은 많았다. 특히 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그런데 장골해수욕장에는 야영장 한가운데 수돗물이 펑펑 쏟아지는 개수대와 깨끗한 화장실이 있었다. 철 지난 바닷가지만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환경이었다. 바로 옆에는 문을 열어둔 매점까지 있었다.

이틀 동안 장골해수욕장에 머물며 섬의 여기저기를 둘러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월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었다. 구석구석 명소를 돌아보려면 역시 차량이 필요했다. 하지만 요트를 타고 섬을 찾은 우리에게는 두 다리와 카약뿐이었다. 최대한 무동력으로 섬을 돌아보기로 했다.

↑ [월간산]소사나무 군락이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능선길.

자월도에는 국사봉(國思峰·166m)이라는 준수한 봉우리가 솟아 있다. 텐트를 친 뒤에 높은 곳에서 섬을 조망하기 위해 산을 올랐다. 물통만 넣은 간단한 배낭을 메고 달바위 선착장 가는 도로를 따랐다. 선착장 직전의 삼거리에서 왼쪽의 비탈길을 따라 작은 고개를 넘으니 왼쪽으로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가 보였다.

산길은 넓게 정비가 잘되어 있어 걷기 편했다. 야트막한 야산이라고 생각했지만, 산으로 들어선 지 5분 만에 그러한 선입견은 산산이 깨져버렸다. 등산로 주변에 강원도 깊은 산중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널려 있었던 것이다. 간벌한 나무의 나이테를 세어 보니 족히 수령 70년이 넘었다. 예상치 못한 대단한 숲이었다.

우람한 소나무 군락 사이로 난 비탈길을 30분쯤 천천히 오르니 비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이 길은 국사봉을 7부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만든 순환 임도였다. 이 길을 가로질러 10분 정도 능선을 따르면 돌로 쌓은 봉수대와 팔각정이 있는 국사봉 정상에 도착한다.

↑ [월간산]국사봉 오름길에 본 자월도 주변의 작은 섬들. 멀리 당진 화력발전소 건물들이 보인다.

국사정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팔각정에서 본 조망이 무척 시원스럽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자월도 해변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남쪽 바다에 승봉도와 대이작도, 소이작도 등이 옹기종기 앉아 있고, 그 오른쪽 너머로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덕적도가 솟아 있었다. 서해의 섬들이 한눈에 드는 뛰어난 전망대였다.

국사봉에서 서쪽 능선을 타고 내려서는 산길의 소사나무 군락도 좋은 볼거리였다. 구불구불 자라는 줄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산길은 동화책의 한 장면을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이 가파른 내리막 계단길은 잠시 뒤 임도를 만나며 막을 내린다. 이후 도로는 면사무소가 있는 큰말해변으로 이어졌다.

산을 넘어 오니 해변에 낙조가 물들기 시작했다. 하늘에 드리워진 그물망 같은 구름에 붉은 기운이 스며들었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일몰이 자월도에 펼쳐졌다. 장골해변 앞에 툭 튀어나온 독바위에도 붉은 하늘이 걸렸다. 관광객들이 일몰에 홀려 바닷가로 몰려 나왔다. 세상의 마지막 날 같은 장엄한 일몰이었다. 그 옆에 달도 아름답게 떴다.

↑ [월간산]장골해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취재팀.

밤이 되며 바닷물이 빠져나가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장골 해변에 드러난 넓은 갯벌은 서해가 주는 천혜의 선물이었다. 랜턴을 켜고 바다를 걷다 보니 골뱅이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닐봉지에 골뱅이를 주워 담았다. 밤이 깊어가는 것도 모르고 넓은 갯벌에서 뛰어놀았다. 바다가 주는 즐거움에 시간도 잊어버린 하루였다. 자월도는 우리의 놀이터였다.

자월도는 어떤 섬인가장골해변이 휴양지로 인기

달이 붉어졌다는 의미를 지닌 자월도(紫月島)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의 본섬으로 인천에서 서남쪽으로 35㎞, 영흥도에서 서쪽 7km 정도 떨어져 있다. 섬의 면적은 7.06㎢, 해안선 길이 20.4㎞ 이다.

섬의 모양은 동서로 길게 뻗은 형태로 대체로 낮은 구릉성 산지가 주를 이룬다. 최고봉인 국사봉(國思峰· 166m) 정상에 팔각정이 있어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 좋다. 정상으로 오르는 산책로 수준의 산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산행은 그리 힘들지 않지만 뱀이 많은 곳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7부 능선을 돌아보는 임도가 조성되어 있어 산악자전거를 타기도 좋다.

↑ [월간산]덕적도 하늘에 노을이 걸렸다. 검은 구름과 어우러진 붉은 하늘이 인상적이다.

남쪽 해안에 백사장과 마을이 주로 형성되어 있는데 장골해변이 가장 아름답다. 고운 모래가 깔린 길이 약 1km, 폭 40m인 해수욕장은 얕은 수심과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해변에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햇볕을 피할 수 있다. 피서철 인기를 끄는 곳이다. 취수대와 화장실, 샤워장 등 기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장골해변에서 덕적도·대이작도· 소이작도·승봉도 등이 선명하게 보인다. 장골해변 서쪽 면사무소 앞에는 아담한 큰말해수욕장도 있다.

여행 정보

방아머리에서 카페리호 타면 1시간 거리

자월도 가는 배는 인천항 여객선터미널과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 두 곳에서 뜬다. 인천에서는 쾌속선과 카페리호가, 방아머리에서는 카페리호가 운항한다. 이들 배가 자월도를 거쳐 이작도, 승봉도, 덕적도 등지를 왕복한다. 소요 시간은 1시간(쾌속선) 에서 1시간 30분(카페리) 정도다. 인천에서는 평일 2왕복(쾌속선·카페리호 각 1회), 주말에는 3왕복, 대부도에서는 평일 1왕복, 주말 2왕복 운항한다. 여름 성수기와 주말에는 운항편수가 늘어난다. 배 운항 시각은 계절마다 변동되므로 사전 문의가 필수다.우리고속훼리(032-887-2891~5), 대부해운(인천 032-887-6669, 안산 032-886-7813~4)에 전화하면 운항 여부와 출항시각을 알 수 있다.

휴양지로 알려진 자월도에는 펜션과 민박집이 다수 운영 중이다. 이들 업소를 이용하면 숙소와 관광지 등의 오가는 차량 편의도 제공받을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옹진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www. ongjin.go.kr /tour/)를 참조하면 된다. 자월도 장골해변은 입장과 야영장 사용료는 받지 않으며, 여름 성수기에는 샤워실 이용료를 징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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