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물 시대는 끝..융합형 인간, '호모 컨버전스'가 뜬다

2011. 11. 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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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스티브 잡스, 안철수, 제임스 카메론,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팀청소기, 3D, 스마트 TV, 수술용 로봇, 줄기세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융합형 인간 또는 융합형 상품이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주춤거리고는 있지만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윌'은 80년대 '슈퍼마리오 게임'으로 유명했던 일본 닌텐도가 만든 제품으로 터치기술을 기반으로 게임단말기에 요리, 두뇌게임, 학습 등을 결합시킨 게임기이다. 한마디로 융합의 소산물이다. 이제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융합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모든 영역에서 융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복잡 다양해지는 소비자 선호를 충족시킬 융합 신제품을 출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뭘 먹으며 행복하게 살까?융합의 출발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비빔밥은 융합일까, 조합일까? 짬뽕은? 인기 그룹 소녀시대는 융합일까, 조합일까? 빅뱅은? 일인 기업은 융합이 될 수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빔밥과 짬뽕은 융합이고 소녀시대와 빅뱅은 조합이다. 일인기업은 융합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융합 키워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융합'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안철수 교수가 카이스트에서 서울대로 옮겨갈 때의 직책이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원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그 뒤에 원장직은 사퇴했지만 그는 지금도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융합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거나 그렇게 만듦,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다. 그러나 사회적 의미는 조금 다르다. 사회적 의미로서의 '융합'은 '서로 다른 물성이나 현상을 결합, 본질을 유지하되 새로운 창조적 물질, 또는 현상으로 태어남'을 뜻한다. 비빔밥이 융합이 된 것은 밥과 고추장과 콩나물과 쇠고기 등 식재가 모여 비빔밥이라는 창조적 산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짬뽕도 마찬가지다.

소녀시대가 융합이 아닌 조합이 된 것은 소녀시대의 멤버들은 소녀시대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배우나 뮤지컬배우고 활동하는 프로젝트 그룹이기 때문이다. 융합은 조합 대비 우월한 개념이 아니다. 융합은 융합의 특징이 있고 조합은 조합의 장점이 있다.

한우물형 인간 vs 융합형 인간

그런데 요즘 세상은 융합적 인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것은 '한우물형 인간'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미스터 리는 평생 금만 모아서 큰 부자가 되었다. 그는 부자일 뿐이다. 미스터 박은 평생 금을 모으면서 금 세공을 배웠고 그렇게 번 돈으로 세공 학교를 만들었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했으며 세공 디자인을 건축에 반영, 화려한 금장 디테일을 주제로 하는 전문 건축가가 되었다. 미스터 박은 융합적 인간이다.

조 셰프는 평생 우동만 만들며 살고 있다. 그는 삶은 면을 손으로 돌돌 말아 끓는 육수에 넣어 그릇에 담아주는데, 돌돌 만 면의 무개가 백이면 백 모두 120g을 유지한다. 귀신같은 손놀림이다. 그는 우동의 달인이다. 민 셰프는 우동 대학에서 우동을 전공했는데 면발 보다 다양한 육수 개발을 연구, 평생 50가지의 육수 레시피를 만들어 냈다. 그는 특별한 육수를 기반으로 레시피 프랜차이즈를 만들었고 모든 영업장은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식재로 육수를 만들도록 했다. 최근에는 50가지 육수 만드는 법을 스마트폰에 공개, 우동집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나눠주었다. 민 셰프는 융합적 인간이다.

오늘의 세상은 융합형 인간을 찾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고 있지만 사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몸부림의 일단일 뿐이다. 여러 가지 물성과 현상과 시스템을 하나의 새로운 창조물로 개발함으로써 그 여러 가지 물성과 관련된 직종이 새로운 소득을 만들어 내고, 그렇게 창조된 획기적 제품과 서비스는 또 다른 소비를 창출한다. 이것이 융합형 인물을 찾는 궁극적 목적이다.

현재 전 세계 경제는 IT 산업을 끝으로 소비를 이끌어낼 성장 산업을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금융과 부동산은 거품만을 키워 현재 세계 각국의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있을 뿐이다. 위기의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소비를 촉진시킬 새로운 산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좀 더 새롭고 편리한 그런 제품으로는 부족하다. 눈이 번쩍일 만큼 혁신적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혁신성은 전문성만 가지고는 어렵다. 이종 간 결합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 보통 우리가 상상해내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만들어낼 물건이어야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눈동자 반응과 결합된 센서칩이 안경다리에 들어 있어, 자신이 길을 걷다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면 사진이 찍혀 바로 스마트폰으로 저장되도록 하는 것. 커튼이 하나의 스크린이 되고, 알약으로 된 바이오칩이 우리 몸속을 촬영하여 컴퓨터 영상으로 보낼 수 있는 기술. 모두가 꿈꾸는 이런 미래의 모습은 이종 학문간 결합이 필수적이다. 융합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든지 융합적 인재들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융합적 사고'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는 '융합적 사고'를 지닌 '융합형 인간'을 키우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융합형 인간'을 '호모 컨버전스'라고도 한다. 특히 교육 분야의 움직임이 두드러지다. '융합적 교육프로그램'의 대표는 '스템(STEAM)' 교육이다. 스템은 과학(Science), 첨단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수학(Mathmatice)의 첫 글자를 딴 말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미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스템 전쟁'에 나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융합연구의 산실, 미국 MIT미디어랩

제일 먼저 융합교육에 필요성을 깨달은 곳 역시 미국이다. 프로그램도 체계적이고 결과물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미국 MIT 미디어랩은 융합연구의 산실로 평가받는 곳이다. 과학과 미디어 예술을 결합해 상상력 넘치는 다양한 연구 결과물들을 내놓기도 유명하다. 가상현실, 유비쿼터스, 3차원 홀로그램 등이 MIT 미디어랩의 결과물이다. 대학 이전의 학생들 대상으로 한 융합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매그닛 스쿨'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모든 교과과정에 예술과 과학을 통합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스웨덴 또한 과학 대중화와 창의성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하는 재단이 있다. 바로 하셀블라드 재단이다. 이곳에서는 '플러스 센터'라는 융합연구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플러스 센터가 수행하는 연구 분야는 창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학교육 개선방안에 대해 연구, 과학의 대중화 방안 등 다양하다. 예를 들어 발트해 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연구가 있다. 제목만 들으면 정치학적인 주제인지, 생물학이나 사회학 인지, 조금은 애매모호하다. 스웨덴을 비롯한 8개국이 인접해 있는 발트해의 지정학 상황, 각 나라의 입장, 발트해의 자연환경 등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춘 대안을 찾기 위한 융합연구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세상은 융합형 인간을 찾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고 있지만 사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몸부림의 일단일 뿐이다. 여러 가지 물성과 현상과 시스템을 하나의 새로운 창조물로 개발함으로써 그 여러 가지 물성과 관련된 직종이 새로운 소득을 만들어 내고, 그렇게 창조된 획기적 제품과 서비스는 또 다른 소비를 창출한다. 이것이 융합형 인물을 찾는 궁극적 목적이다.

융합형 인간의 표본 '스티브 잡스'

'융합형 인간'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사고를 가진 사람일까. 확실한 현실감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융합형 인간'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실에도 있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융합형 인간'이다. 잡스는 공학과 인문학을, 기술과 예술을, 상상과 현실을 하나로 융합시킨 인물이다. 세계 각국이 '융합적 인재' 육성 교육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 이유도 스티브 잡스때문이기도 하다. 애플의 제품으로 인해 우리는 말 그대로 라이프스타일의 대변신이 일어났다.

애플의 제품은 잡스의 인문학적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1985년 'playboy' 인터뷰에서 "도대체 '우리'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우리라고 생각하는 것의 대부분은 호불호, 습관, 행동 방식 등의 조합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애플의 터치펜 대신 키보드가 모니터 안으로 들어간 것도, '앱'을 통해 단순한 기기가 아닌 사용자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를 꾀한 것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스마트폰으로 만들 수 있게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잡스는 애플에 예술을 심기도 했다. 디자인이 단순하지만 세련되다. 불교에 심취했던 그의 사고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2005년 'Standford Commencement Address'에서 "리드대학에서 서예교육을 받았다"면서 "이 때 서로 다른 문자 조합들 사이의 간격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법을 배웠으며 타이포그래피를 훌륭하게 만들어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서예 과목을 수강하지 않았다면 맥은 지금과 같은 여러 가지 서체들이나 폰트들을 결코 가질 수 없었을 것이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잡스는 애플 제품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바로 '음악불법 다운' 문제이다. 당시만 해도 MP3에 모두 뮤직라이브러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는 그것을 분리해 내버렸다. '아이튠즈'를 통해서 음악을 다운 받게 만듦으로써 '음악불법 다운'이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해 버렸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잡스는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소프트웨어와 앱스토어(각종 응용프로그램을 사고파는 인터넷 거래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거대한 단일 시장을 새롭게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앱 개발자들은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에서든지 자신이 개발한 콘텐츠를 올려놓고 판매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 자료에 의하면, 지금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앱 시장 규모는 매년 70~80%씩 성장해 올해 38억 달러(약 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그 자신의 융합적 인물이기도 했지만, "융합하는 국가와 국민은 흥하고, 융합하지 못하는 국가와 국민은 망한다."고 했을 만큼 '융합'의 시대적 핵심 키워드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테크놀로지에 미친 영화광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또 다른 호모 컨버전스는 제임스 카메론이다.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를 만든 감독이다. 특히 '아바타'는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3D 시대를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기술에 미친 감독이다. 2010년 한 국제행사에서 카메론도 그 자신을 '엔지니어 매니저'로 표현할 정도이다. 특히 '아바타'에서 배우의 얼굴과 몸에 컴퓨터 센서를 부착해 표정과 동작을 디지털영상으로 옮기는 방식인 '퍼포먼스 캡처(performance capture)'를 위해 7년 동안 고화질의 3D 입체 영상 표시 시스템인 퓨전 카메라 시스템(fusion camera system)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상상의 무엇을 만들어내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터미네이터 2'에서는 CG를 이용해 물리학의 법칙의 한계를 뛰어넘는 액체금속 인간 'T-1000'을 창조했다. 아바타에서도 '3D 프린터'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주요 제품 정보를 입력하면 '3D' 제품이 프린터 되어 물건이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 모든 기술력도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 안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터미네이터'는 일반적으로 오락물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카메론 감독은 여기에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을 넣었다. '아바타'는 환경파괴라는 주제를 담아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아바타'는 영화사의 하나의 이정표라는 평가에 대부분 동의한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영화'라는 큰 틀에서 기술, 문학, 철학을 융합한 제임스 카메론의 역량이라는 사실도 인정하고 있다 창의·인성의 리더 '안철수''융합형 인간'이 누구냐고 우리나라 과학계에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안철수라고 답을 한다. 현재 화제의 중심에 놓여 있기도 하지만 학문 융합의 필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모두 알다시피 안철수는 전도유망한 의사였다. 하지만 컴퓨터도 아프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 준 인물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 거의 컴퓨터 지식이 전무 했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개념 자체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오죽했으면 전철을 타면 플로피 디스켓의 깨진다는 루머를 믿어 호일에 플로피 디스켓을 싸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중에 자신의 플로피 디스켓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된다. 고칠 방법을 강구하던 중에 그는 컴퓨터에서도 바이러스와 백신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는 것에 더욱 호기심을 느꼈다. 인간의 몸을 침투하는 바이러스의 침투경로가 있듯, 컴퓨터 구조가 기계어로 되어 있다는데 착안. 치료법을 개발하게 됐다. 치료 프로그램의 작동 과정 또한 사람 몸속의 세균이 들어올 때 항체가 생겨 세균을 물리치는 원리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더욱더 바이러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안철수가 만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V1은 미국 백신 대기업보다 1년 전에 만들었다. 한마디로 세계 최초인 셈. 이후 바이러스가 나올 때마다 혼자서 만든 백신을 무료로 배포했다.

그는 7년 동안 낮에는 의사, 밤에는 백신 제작자로 이중생활을 정리하고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하고 직접 경영에 나선다. 벤처의 산증인인 그도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1999년 체르노빌 바이러스 사건이 일어나면서 적자이던 회사가 흑자로 전환된다. 이 바이러스 사건으로 인해 30만대 가량의 컴퓨터가 파괴되어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수 천 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변화하게 되어 백신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했다. 현재 일반인들을 V3 lite를 무료로 쓸 수 있는 것도 바로 안철수의 철학에 기인한다.

과학, 미술로 부활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융합형 인재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모나리자'로 유명한 미술가이지만 많은 닉네임을 가진 역사 속 호모 컨버전스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융합적 능력은 관찰력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미술가도 다빈치만큼 자연이나 사물을 관찰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는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제대로 보는 볼 줄 알아야 함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물을 쏟아 부으면 왜 물의 소용돌이가 생기는지 원인을 밝히려던 인물이었다. 일명 수푸마토라는 공기원근법도 관찰로 인한 창안됐다. 공기원근법은 공기의 산란효과로 가까이 있는 산은 뚜렷하고 색깔도 진하게 보이지만, 멀리 있는 산은 흐리고 푸른색이 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만들어진 미술 기법이다. 그림을 그리다가 빛의 반사와 굴절을 깨닫고 수정체의 역할을 밝혀내기도 했다.

해부학자로서의 면모도 눈부시다. 시신경이 눈의 뒤쪽에 있으며, 뇌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역사상 가장 먼저 관찰했다. 개별 근육과 얼굴 표정 사이의 연관 관계를 드로잉하는데 있어 미술가적 능력은 하나의 완벽한 도구로 이용됐다. 그중 으뜸은 해부학의 백미로 손꼽히는 1500편에 달하는 해부학 삽화. 훗날 의학계의 인체 묘사 방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만큼 정확하고 세세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늘을 나는 새를 제대로 그리기 위해 새를 붙잡아 나는 원리를 연구하다가 헬리콥터와 낙하산을 발명했다. 베네치아를 침공한 터키 군대를 제압하기 위한 잠수복도 개발해내기도 했다.

살아 숨 쉬는 로봇의 세상을 창조하다 '전병삼'

전병삼은 '코이안'의 대표이다. 예술과 과학이 만나 상상 가능한 모든 형태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업이다. 현재는 뉴미디어 공연과 전시, 공공미디어 조형, 엔터테인먼트 디스플레이, 3D입체영상과 홀로그램 등 뉴미디어 문화예술 체험 전반에 걸친 사업 진행하고 있다. 특히 코이안은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로봇타타'가 그것이다. 로봇타타는 오직 로봇과 3D 영상만으로 진행되는 체험로봇음악극이다. 세계 최초로 사람이 등장 없이 무대에 올려진 이 공연은 단순한 로봇의 공연이 아니다. 로봇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수학, 공학, 예술,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학문이 필요하다. 사실 대표인 전병삼 자신이 융합인이다. 조각을 전공한 미술학도였지만 한동안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서 활동을 했다. 이후 미국으로 가서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미술석사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그가 추구해온 컨텐츠는 융합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가장 널리 알려진 그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Telematic Drum Circle'은 인터넷과 로봇공학에 즉흥음악이 결합된 네티즌의 집단 타악 연주로 지난 2007년 9월 이래로 59개국의 총 26만 명 이상이 온라인을 통해 원격참여 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전병삼의 목표는 원대하다. 바로 로봇극장을 만드는 것. 놀이동산에 귀신의 집이 빠짐없이 있듯이, 로봇극장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전병삼은 기업의 역할을 잊지 않고 있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현재 코이안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수익 창출 등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최근 공연에서도 사회취약계층 아이들을 초대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조선 최고의 호모 컨버전스 '세종대왕'

융합적 인물을 논할 때면, 외국에 비해 그 숫자가 아직은 적다는 것에 위축된다. 하지만 우리의 유학자들은 위대한 융합인들이었다. 그들은 서예와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예술가였고 상식선에서 한의학을 알던 의학자였고 국가를 운영하던 정치가였다. 그중 우리나라의 최고의 호모 컨버전스는 세종대왕이다. 한글은 세종이 전문적인 언어학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다양한 언어생활을 깊이 있게 관찰해 얻어낸 결과였다. 풍토가 다르면 그 곳에 사는 인간의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선의 음운체계를 가져야 한다는 믿음의 소산물이다. 풍토와 발음의 연관성에 대한 생각은 현대인도 아직도 갖기 어려운 생각이다.

시와 그림에서도 세종은 당대 제일의 수준이었다. 초년부터 글씨는 송설체 요체를 터득해 이미 명필로 소문났었다. 그림의 품격도 매우 고상해 훗날 추사 김정희조차 난초를 그린 그의 묵화를 조선 최고의 작품으로 뽑았을 정도다.

세종은 뛰어난 출판 기획자이기도 했다. 요즘말로 보자면 꼭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쉽게 책을 만드는 대박 기획자였던 셈이다. 특히 출판물에 삽화를 삽입해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당시 농기구 그림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삽화를 도입한 세종의 편집 방법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삼강행실도'에도 삽화를 넣어 유교적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만일 이 책이 판매용이었다면 베스트셀러가 됐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고 전해진다. 과학적 아이디어 뛰어난 과학 정책자이자 지식 관리자이기도 했다. 생산성이 높은 지역의 방법을 수집하여 '농사직설'을 엮게 하고, '한약 구급방'과 '향악집성방'을 간행하여 보건의료의 질적향상을 꾀했다. 뿐만 아니라 '칠정산'을 만들도록 했다. 칠정산은 달력이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수학·천체·물리학적 지식을 총동원해야 하는 '과학지식의 집합체'였다. 과학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프로젝트들이였다.

※ 자료제공 = 이영근, www.i22.com, 문화재청 [글 = 김연희 (프리랜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04호(11.11.29일자) 기사입니다] [화보] 최정원, 화이트 초미니 니트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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