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 중·고생 교복 '공동구매' 사라지나

2011. 11. 22.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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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학운협 '협의구매'.. 지난해부터 교복값만 낮춰 "체육복·간편복 고려하면 공동구매보다 훨씬 비싸" 학부모들 불만 잇따라

고양시 학교운영위원협의회(이하 학운협)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고등학교 교복을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공동구매'보다는 업체와의 협상을 통한 '협의구매'를 추진하면서 학교별 교복 공동구매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내년 신학기를 앞두고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일부 학교에서는 공개경쟁 입찰에 교복 업체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재입찰로 넘어간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단위학교의 공개입찰에 교복 업체들이 학운협과 협상한 가격을 제시하며 협의구매를 유도하고 있어서, 개별 학교의 공동구매는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복 협의구매 계속 증가

보통 교복 공동구매는 신입생 입학 전년도인 11~12월경에 재학생 학부모를 중심으로 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꾸려져 진행된다. 추진위 학부모들은 학교별로 공동구매·협의구매·일괄공동구매의 방식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저렴하고 질 좋은 교복을 얻는 것에 목표를 둔다.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0월22일 밝힌 '최근 3년간 교복 구매가격 비교'자료에 따르면, 고양시 66개 중고등학교 중 공동구매는 8%(2009년), 55%(2010년), 50.0%(2011년)로 지난해 상승세가 꺾인 반면, 협의구매는 5%(2009년), 24%(2010년), 42%(2011년)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2011년 고양시 신입생 평균 교복가격(대형브랜드 기준)은 공동구매가 17만5000원, 협의공동구매가 18만5000원이었다.

지난해 학운협은 '고양시 교복 가격에 거품을 빼겠다'는 목표로 여러 차례 교복 대리점 사장들과 협의 자리를 가졌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중순 교복(동복) 한 벌에 4대 대형 브랜드는 18만5000원, 비(非)브랜드는 14만9000~17만5000원에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고양 시내 초·중·고등학교에 일괄 통보하였다.

하지만 그동안 학교 공동구매로 교복을 저렴하게 샀던 학부모들은 학운협이 신입생들의 교복 구매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학부모는 "신입생들이 교복을 구입할 때 체육복·간편복·가디건도 같이 구매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공동 구매할 때보다 값이 2배 이상 올랐다"며 "교복은 조금 내리고 다른 옷은 대리점 정가대로 받으면 결국 비싸지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학운협은 누구를 대표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운협 개입으로 공동구매 어려워져"

일부 학교들은 학운협의 협의구매가 공동구매보다 비싸도 학부모가 편리하다는 점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으나 공동구매가 잘 정착된 백마고와 저동고 등은 공동구매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공동구매를 위한 공개 입찰에서 대형 브랜드가 학운협과 협의한 가격을 내놓으며 그 이하로는 안 된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두 학교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대형 브랜드를 저렴하게 공동구매해왔던 과거와 달리 비브랜드 교복을 공동구매하게 되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형 브랜드 교복을 선호했고 다수의 신입생들이 대리점 정상가격인 24만9000원을 내고 교복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 외 공동구매를 추진했던 타학교 공동구매 추진위 학부모들도 "업체들이 학운협과 결정한 협의구매 가격을 기준으로 제시, 공동구매 추진이 어려웠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복이 비싸다고 안 살 수 없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한 번 참고 만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대형 브랜드 교복의 공동구매를 성사시킨 학교도 현재는 입찰 업체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W중학교의 추진위 학부모는 "우리 학교는 지난해 학운협과 업체들이 협의가격을 결정하기 전에 대형 브랜드 업체인 S사와 15만9000원에 공동구매하기로 결정해 당초 계획대로 갈 수 있었다"며 "그러나 올해는 11월 말이 다 돼도 공개입찰에 업체들이 전혀 나서지 않아, 공동구매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학운협의 이재일 회장은 교복 협의구매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결과 중·고생 91%가 대형 4사 브랜드 교복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브랜드의 교복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학운협이 노력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일부 학교는 욕심을 가지고 교복 값을 더 낮추기를 바라는데, 지난해 18만5000원에 가격을 협의한 것도 교복 대리점 사장들에게는 굉장한 아픔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복 등 생활복 가격협상은 "교복 하나 핸들링하기도 어렵다. 체육복도 2만원에 살 수 있으나 그러려면 전문인력과 (학운협 관계자가) 생업을 전폐하고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교복 공동구매를 추진해온 공동구매 추진위 학부모들은 학교별 공동구매가 정착되어가던 단계에서 학운협의 개입이 그동안 쌓아온 성과를 허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추진위의 한 학부모는 "예전에는 업체들이 학교로 찾아와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가격·품질·서비스를 놓고 업체들끼리 경쟁했다"면서 "이제 교복 업체들이 예전처럼 하지 않으려 해 학교별 공동구매는 아주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국의 교복구매 현황을 발표한 배은희 국회의원은 교과부 확인감사에서 "협의구매는 리베이트 등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예외사항으로 남겨야 한다"며 "최대한 공동구매를 통해 교복을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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