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이상의 판타지 '불굴의 며느리'

윤고은 2011. 11. 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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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MBC 일일극의 존재감을 과시한 '불굴의 며느리'가 18일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종갓집 만월당을 배경으로 종부들의 한 많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밝은 터치로 조명하며 인기를 끌었다. 판타지 이상의 판타지를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청상과부에 홍상과부, 고아, 이혼녀, 미혼모 등 결코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지만 제목 그대로 불굴의 인내와 사랑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렸다.

애초 주말극으로 기획한 작품답게 신애라, 강부자, 김보연, 김용건, 이훈, 김동주, 임예진, 이훈 등 쟁쟁한 캐스팅과 함께 일일극답지 않은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며 시청자를 끌어들인 이 작품은 무엇보다 시청률을 훌쩍 웃도는 화제성을 과시하며 인구에 회자됐다.

덕분에 늘 KBS 일일극에 밀려난 MBC 일일극이 모처럼만에 기지개를 활짝 켤 수 있었다. 직전에 방송한 MBC 일일극 두 편이 모두 조기종영이라는 굴욕을 당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19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6월6일 10.6%로 출발한 '불굴의 며느리'의 113회 평균시청률은 13.9%였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은 지난 17일의 20.5%로 집계됐다. 그러나 체감 시청률은 30-40%에 달했다는 평가가 방송가에서는 많다.

반면 '불굴의 며느리'가 방송되는 동안 KBS 일일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KBS 1TV 채널의 특성상 KBS 일일극은 웬만해서는 평균 30%의 시청률을 기록하지만 최근 시작한 '당신뿐이야'에 앞서 '불굴의 며느리'와 경쟁하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KBS '우리집 여자들'의 평균 시청률은 20.3%에 머물렀다.

'불굴의 며느리'는 연상의 이혼녀와 재벌2세 연하남 커플, 신데렐라 스토리, 캔디 스토리 등 주부의 환상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며 관심을 끄는 동시에 모녀간보다 더 끈끈하고 애틋한 고부간이라는, 어쩌면 현실에는 있기 힘든 더 큰 판타지를 제시하며 '막장 드라마' 일색인 일일극 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인간애를 펼쳐보였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만월당 종부들은 평생 서로 의지하며 살았고 저마다 시어머니를 통해 친정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종가 남자들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 드라마의 특이한 점이다.

종가를 지키고 이어야 할 남자들은 모두 일찍 세상을 떴거나 책임을 방기한 채 외국으로 도망가 돌아오지 않는다. 집에는 며느리와 딸만 있고, 여기에 가장 어린 증손녀까지 모두 여인천하다.

종가를 무대로 하지만 핏줄 개념은 깨진 지 오래다. 드라마는 이들 만월당 여성이 새로운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판타지를 가미하며 연속극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했다. 하지만 더 큰 틀에서 전통 가족상의 해체와 현대인이 만들어가는 대안가족의 모습을 은연중에 제시하는 '진보성'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요소요소 '막장 드라마'라는 위험이 도사렸지만 이를 커다란 품으로 품는 따뜻한 인간애의 발현을 통해 시청자에게 비교적 깔끔하고 좋은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후반부에는 40년을 마음속에 간직하다 만난 중년 커플의 애틋한 사랑과 그들 자식들의 사랑이 부딪히는 '희한한 상황'을 이끌어가기도 했지만 드라마는 부모들이 결국 자식들에게 자신들의 사랑을 양보하는 '상식의 선' 안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차혜자(김보연 분)와 장석남(이영하)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드라마는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며, 이들의 사랑이 서로 마음속에 영원할 것임을 약속하며 시청자의 아쉬움을 달랬다.

후속으로는 21일부터 김갑수, 김미숙 주연의 '오늘만 같아라'가 방송된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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