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 만난 사람] 제주도 세계 7대경관 선정 진두지휘 우근민 도지사

2011. 11. 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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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4시 7분. 모두 잠들어 있을 시간이지만 제주도는 깨어 있었고 환호했다. 스위스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재단이 제주도를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했다. 그동안 제주도는 수려한 경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 속의 제주도는 그럭저럭 가볼 만한 섬에 불과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싼 맛'에 일본, 중국 등 주변 나라에서 온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달라졌다. 제주도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돼 '세계의 보물섬'으로 떠오를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선정 직후 "제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감동적인 날이다. 제주도는 이제 세계적인 관광지다. 자랑스러운 제주의 경관을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선정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도는 7대 자연경관의 예비심사기준인 섬, 화산, 폭포, 동굴, 해변, 숲, 국립공원 모두를 충족했다. 최종 결선에 오른 28개 후보지 중 유일했다.

이뿐만 아니다. 생물권보존지역 지정, 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환경 분야 3관왕을 달성했다. 이것도 세계 최초다. 람사스 습지로 등록된 곳도 제주에만 4곳(물영아리, 물장오리, 한라산 1100고지, 동백동산습지)에 이른다. 자연환경에서는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홍보가 안 돼 '숨은 진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비좁은 공항, 부족하고 낡은 숙박시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음식이 없다는 점은 마음에 걸린다. 우 지사는 "하루아침에 뚝딱 해결할 일은 아니다"면서 "하나씩 개선해 나갈 것이며 급한 대로 공항 확장 문제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도전할 때 마음가짐은.

▶제주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대의 기회로 봤다. 그러나 세계 7대 자연경관은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평창의 경우처럼 여러 번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관계자들에게도 '산천초목이 모두 없어지지 않는 한 새로 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무조건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것으로 생각했나.

▶지난 6일 재단 측에서 상위 후보지 10곳을 발표했는데 제주가 포함돼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었다. 후보지의 전ㆍ현직 정상들이 발 벗고 나서거나 이웃한 나라끼리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세계적인 종교지도자들이 자국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듯했다. 막판 경쟁이 치열해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오죽했으면 하루 10통화씩 투표해달라고 전 국민에게 호소했겠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의미는.

▶제주도는 관광산업이 미래를 좌우한다.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서 변방의 섬에서 '동방의 보석'으로 거듭나게 됐다. 관광객이 몰려오면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도민이 잘살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제주도 경관을 보존해야 하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천연 그대로의 자연을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줄 의미를 부여받은 것과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자긍심이다. 세계적인 자연경관 중 7위 안에 든다는 사실만으로 도 뿌듯하지 않겠나.

-지난해 7월 1일 취임하자마자 7대 자연경관 선정을 도정 핵심 사업으로 채택했다.

▶취임 후 업무보고를 받았다. 거의 사장돼 있었다. 발만 담근 상태였다. 2007년 네티즌을 대상으로 후보 공모를 했는데 440곳 중 제주가 포함됐다. 2008년 261곳을 가리는 1차 투표와 2009년 77곳을 가리는 2차 투표는 통과했다. 그리고 28곳의 최종후보지에도 들었다. 그러나 2010년까지는 하위권을 맴돌았고 이를 적극 추진할 동력도 없었다. 밥벌이인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주 홍보가 필요했다. 7대 자연경관 이벤트가 바로 그것이었다.

-다른 후보지들에 비해 훨씬 늦게 출발했다.

▶투표는 2007년 7월부터 시작했다. 최종후보지까지는 그나마 포함될 수 있지만 7곳에 포함되려면 범국민 운동이 필요했다. 이때는 후보지 28곳 중 상당히 뒤처져 있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취임 후 다섯 달 뒤에 범국민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운찬 전 총리를 찾아가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비슷한 시기에 범도민추진위원회도 결성했다. 붐 조성을 위해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제주 선포식'을 올 1월 13일에 열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듯 인터넷 투표에 참여했다. 정부가 국가 어젠더로 선정하고 국회 결의안도 채택했다.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7대 경관팀'을 신설해 추진에 탄력이 붙도록 했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에 추진위 사무실도 꾸렸다. 한국관광공사와 협약도 체결했다. 해외 동포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전국적인 붐 조성을 위해 부산, 울산, 경남, 서울, 전남, 경기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120만명(출향인사 60만명) 제주도민의 힘만으로는 역부족하기 때문이다. 방송과 신문에 6000회 이상 홍보했다. 유명인들로 위촉한 홍보대사가 102명에 달했다. 이렇게 되자 참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해 이뤄낸 쾌거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보나.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추정한다면 이렇다. 재단 측은 2007년 7대 불가사의를 선정할 당시 1억명이 인터넷과 전화로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7대 경관 투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 10억명가량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도는 1억표를 목표로 했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득표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근거는 해외투표율이다. 지난 2월에는 해외투표율 비중이 37.95%였으나 5월에는 62.52%로 급증했다.

-그렇다면 우 지사는 몇 번이나 투표를 했나.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에 '001-1588-7715'번이 저장돼 있다.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했다. 아들에게 투표에 적극 나서라는 얘기를 했더니 집으로 170만원이 찍힌 고지서가 날아왔다. 한 통화에 165원씩 계산하면 1만통을 넘게 한 셈이 된다.

-애초 통화료가 비싸 투표율이 저조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렇다. 처음에는 '001-44-75-890-012-90'이라는 긴 전화번호와 60초간 흘러나오는 영어 멘트, 여기에다 요금도 1500원에 달했다. 이벤트에 참여해달라고 부탁을 못할 정도였다. KT에 찾아갔다. 국가적인 이벤트에 참여하는데 형식을 간편하게 하고 요금도 낮춰달라고 했다. KT에서 답을 내놓은 것은 혁신에 가까웠다. '001-1588-7715'라는 단축번호를 만들고 전화요금도 165원으로 낮췄다. 이게 지난해 12월 23일 취해진 일이다. 올 4월 1일자로 '제주 또는 jeju'라는 문자투표 시스템을 개발했고 긴 영어 멘트를 10초가량의 한글 멘트로 바꿨다. 회선도 늘려 불통이 되는 사례를 방지했다. 범국민운동을 벌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춘 것이다.

-재단에 대한 실체와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곳이 많다. 개인적인 생각은 어떤가.

▶재단은 스위스에 있는 비영리단체다. 1999년부터 8년 동안 신7대 불가사의를 선정해 세계적인 단체로 거듭났다. 쉽게 얘기하면 FIFA(국제축구연맹)나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비슷한 단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재단은 최근까지 유엔협력사무국이 추진하는 뉴밀레니엄 프로그램의 공식 파트너로 일을 했다. 또 신7대 불가사의 선정 때 유네스코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 7대 자연경관 선정에도 세계적인 전문가가 참여했고 투표 열기도 매우 높았다. 미국 교과서에도 재단의 소개가 실려 있을 정도다. 재단에서 내놓은 각종 이벤트가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7대 자연경관의 선정 효과는.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7대 경관 가치는 100년, 1000년, 그 이상을 지속할 수도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재단에서 선정했던 신7대 불가사의 사례를 보자. 1년 만에 관광객이 최대 75%까지 늘어났다. 멕시코 마야 유적이 75%, 페루 마추픽추가 70%, 요르단 페트라 유적이 62% 각각 증가했다. 세계 각국의 교과서에도 등장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영국의 그랜드손튼은 7대 경관에 선정된 남아공 테이블마운틴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매년 2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고 관광산업도 매년 2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1만1000개의 일자리는 덤으로 생긴다.

제주발전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제주의 경우 연간 최대 1조2084억원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최대 연 7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제주도가 7대 경관에 도전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은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85만명에 달했다. 전체 제주관광객도 지난해보다 15%가량 늘어난 758만명을 기록했다. 활용가치로 본다면 G20 정상회의, 월드컵보다 낫다고 본다. 내년부터는 1000만명 관광객 시대를 열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제주도 자연경관은.

▶제주도는 120만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생긴 '화산박물관'이다. 지상에는 368개의 크고 작은 오름이, 지하에는 160개의 용암동굴이 있다. 하늘까지 닿을 수 있을 만큼 높다고 해서 지어진 한라산은 다양한 화산지형과 함께 사계절 각기 다른 비경을 지니고 있다. 바다 위에 궁전을 연상시키는 성산일출봉은 수성화산 폭발 과정을 보여주는 세계적 모델이다. 거문오름용암동굴도 전문가들에게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도 전체 면적의 10%가 세계자연유산이다. 나에게는 모두 보물처럼 느껴진다.

-정부에서 자연경관 선정 이후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제주도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연경관과 관련해 정부와 제주도, 전문가를 중심으로 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가장 시급한 것이 제주공항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현재 4개국 26개 노선인 제주지점 해외 직항노선을 내년에는 최소 30개 노선 이상으로 확충하고자 한다. 제주국제공항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변 소음피해 예방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

이와는 별도로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지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신공항의 조기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주 신공항 추진계획이 앞당겨 시행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절충을 강화하겠다. 이와 함께 노(NO)비자 활성화, 해외마케팅 강화, 서비스 인프라 개선 등도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 He is…△1942년 11월 제주 출생 △제주 성산수산고(현 제주관광해양고), 명지대, 경희대 대학원 졸업 △1974년 총무처 비서관, 인사과장, 기획관리실장 △1991~1993년 제27대, 28대 제주도지사 △1996~1997년 남해화학 사장 △1997~1998년 총무처 차관 △1998~2004년 제32대, 33대 제주도지사 △2010년~현재 제36대 제주도지사 [박진주 기자] [화보] 황정음, 김용준이 반한 `물오른` 몸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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