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하우스 올 가이드

조완제 기자 2011. 11. 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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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산속의 별장을 갖는 것은 과거에는 하나의 꿈이었다. 극소수 최상류층만이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이 대폭 높아져 그리 사치스럽지도, 어렵지도 않은 일이 됐다. 최근 들어 세컨드하우스 마련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세컨드하우스란 어원 그대로 두 번째 집,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 외에 또 하나의 집을 갖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도시에 있는 집 외에 농촌(전원)에 있는 또 하나의 집을 세컨드하우스로 부른다. 텃밭을 가꾸며 전원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세컨드하우스는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별장'과는 다른 개념이다. 휴가뿐만 아니라 휴일, 주말에도 이용한다는 점에서 휴가철에만 이용하던 '별장'과 다르다.

세컨드하우스 늘어나는 까닭

근래 들어 세컨드하우스용 전원주택이 인기를 끄는 것은 주5일 근무제 이후 직장인들의 여가 및 취미시간이 증가해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덩달아 전원생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주택컨설팅업체인 ㈜홈덱스가 지난해 4월 열린 '2010홈덱스 스프링' 건축박람회 방문자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년 이내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겠다는 사람이 전체의 57.2%였다.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상당히 존재함을 엿볼 수 있다.

이같은 인기는 아파트와 다른 집, 친환경적인 집,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기 때문이다. 주말만이라도 답답한 도시의 아파트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거나 자녀들과 함께 자연을 체험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고 있는 것. 아예 농촌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귀농이나 텃밭을 가꾸며 농촌에 정착해 전원생활을 하는 귀촌, 수도권에 전원주택을 짓고 시내로 출퇴근하는 것 등과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충북 충주에 '봄뜰 전원마을' 69가구를 짓고 있는 박종범 영동건설 대표는 "분양된 14가구 중 13가구가 세컨드하우스용"이라며 "서울경기의 도시민이 주말주택으로 이용하려고 매입했다"고 했다. 신철호 영월전원주택개발 팀장도 "강원 영월군 주천면에 '산이실 전원마을' 26가구를 지어 현재 16가구가 분양됐는데, 서울경기 주민이 절반을 매입했다"고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면서 세컨드하우스가 노후 전원생활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도심지 주거비용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농촌지역에 거주하면 노후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퇴직한 문장현씨(가명·56)는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의 아파트를 처분해 수도권 외곽의 값싼 아파트를 산 뒤 그 차액을 갖고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려고 경기도 가평지역 등을 물색 중이다.

전원주택건설 컨설팅을 하고 있는 김경래 OK시골 대표는 "최근 베이비부머들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데다, 은퇴 후 전원생활이 가능해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전원주택을 매입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다 내년부터 주5일제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세컨드하우스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확충되는 교통망이 수도권 인근 농촌(전원)까지의 상대적 거리를 크게 단축시키고 있는 점도 세컨드하우스 수요를 증가시키는 한 요인이다.

미국에서는 정기적으로 두 집을 왕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스플리터(splitter)'란 용어가 생길 정도로 세컨드하우스가 대중화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인 스웨덴에서는 1960년대 별장이 딸린 농장 소유가 유행처럼 번졌다. 현재는 전 국민의 50% 이상이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독일도 '작은 정원'이라는 뜻의 '클라이가르텐(Kleigarten)'을 운영하고 있다. 도심 주변에 위치한 주말농장의 일종으로 텃밭과 작은 통나무집을 임대해준다.

-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최근에는 세컨드하우스를 충청·강원지역에서 많이 고르고 있다. 사진은 영월 주천면 전원주택들. 세컨드하우스 어디가 좋나

세컨드하우스는 주말이나 휴일마다 가는 곳이다. 때문에 너무 멀고 진입하기가 불편한 곳은 이용하기 쉽지 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방문 횟수가 줄어들고, 결국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텃밭을 제대로 가꾸지 않아 잡초만 무성하게 될 수도 있는 것. 따라서 세컨드하우스는 거주지에서 차로 1~2시간 내에 오갈 수 있는 곳이 최상이다. 또 주변에 스키장이나 골프장, 유명 관광지, 유원지 등 즐길 만한 곳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가족들 취미에 맞는 즐길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더욱 활용성이 높아진다.

세컨드하우스를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물론 수도권이 가장 좋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은 역시 수도권과 가깝고 한강(남한강·북한강)을 끼고 있는 가평, 양평, 김포, 용인, 강화, 광주, 남양주 등이다.

하지만 이곳은 이미 개발이 많이 진행돼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 가령 가평·양평지역은 주택을 지을 만한 땅은 10년 전에 비해 3~5배가량 올랐다고 한다. 또 주변에 아파트나 공장 등이 있어 전원생활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도 있다. 세컨드하우스용 전원주택을 지을 만한 땅이 많지 않은 셈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세컨드하우스 장만을 강원·충청지역까지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이곳이 서울에서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어 교통 면에서 그리 나쁘지 않으면서 자연경관이 좋아서다.

강원도에서는 강촌 등 예전부터 전원주택이나 펜션, 리조트들이 많이 들어선 지역뿐만 아니라 홍천의 팔봉산과 홍천강 주변, 횡성의 안흥·강림 주변과 둔내IC 주변, 원주의 치악산 주변, 평창의 스키장과 계곡 주변에 세컨드하우스용 전원주택이 늘고 있다. 영월 수주면과 주천면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교통이 좋아지는 데다 치악산과 접해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 서울서 자동차로 2시간 이내 거리다. 춘천고속도로와 경춘선복선전철이 완공된 춘천에 인접한 화천과 양구 등도 좋은 입지를 갖추고 있다. 이들 강원도 지역은 대체로 고지대여서 앞으로 온실효과에 의해 더욱 심해질 여름 무더위를 피할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름에도 시원하고 덜 습한 날씨를 보여 쾌적하기 때문이다.

충청지역에서는 충주가 단연 돋보인다. 중부내륙고속도로 IC가 닿는 곳이어서 교통이 좋은 데다 봉황자연휴양림, 문성자연휴양림 등 자연환경도 뛰어나다. 단양도 최근에는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단양의 영춘은 강과 산, 계곡이 어우러져 경치가 아름답고 주변에 문화재도 많아 세컨드하우스 입지로 적합하다. [참조 < 전원생활도 재테크다 > (진리탐구 발행), < 멀티 해비테이션 행복한 이중생활 > (중앙일보조인스랜드 발행)]

- 영월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교통이 좋아지는 데다, 치악산과 접해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사진은 영월 '산이실 전원마을'(위).목조주택은 세컨드하우스용으로 가장 일반적이다.

세컨드하우스 어떻게 지을까

세컨드하우스는 이미 지어진 전원주택을 사는 것이 가장 손쉽다. 자신들이 마음에 드는 지역을 찾아가서 완성된 전원주택과 조성된 단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하는 것이다. 또는 농가를 사서 세컨드하우스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옷으로 치면 기성복을 사서 입는 셈이다.

직접 자신이 땅을 사서 짓는 경우도 많다. 돈도 절약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맞춤 전원주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컨드하우스를 짓기 위해서는 택지에 적절하게 건폐율과 용적률을 확인해 주택배치를 해야 하고 주택 모양과 재질, 평면도 등을 확정해야 한다. 먼저 주택 재질을 무엇으로 할지 결정한 후 주택 모양이나 평면도는 시공사의 여러 샘플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재질은 나무(목조주택·통나무주택), 철(스틸하우스·컨테이너하우스), 흙(황토집) 등이다. 가격 면에서 컨테이너 하우스가 저가, 목조주택과 스틸하우스가 중가, 황토집과 통나무집은 고가에 속한다.

목조주택은 세컨드하우스용으로 가장 일반적이다. 목조주택은 건설기간이 짧고 설계·변형도 상대적으로 쉽다. 친환경적이고 단열성과 보온성도 좋다.

황토집은 원적외선이 나오고 단열효과가 뛰어나 전원주택용으로 인기를 누렸으나 바람이나 빗물에 취약해 세컨드하우스용으로는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통나무주택도 과거 인기를 끌었으나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나 청소가 어려워 그다지 인기가 없다.

스틸하우스는 목조주택과 건축방식이 비슷하지만 뼈대를 나무 대신 아연, 강판으로 구성한다는 점이 다르다. 목조주택에 비해 내화, 내지진성이 강하다. 자재가 규격화돼 있어 시공기간이 짧고, 설치도 쉬워 목조주택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컨테이너하우스가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 목조주택이나 조립식주택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건축과정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하우스는 가설건축물이기 때문에 전원주택을 지을 때 거쳐야 하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없다. 그러나 컨테이너하우스는 냉·난방의 단열 효율성이 떨어지고, 통풍·방음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세컨드하우스용 전원주택을 꼭 짓거나 매입할 필요는 없다. 전세나 월세 같은 임대 세컨드하우스도 있다.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재형 주말농장이 그것이다. 이는 임대형 세컨드하우스라고 보면 된다. 경기도청에서 전원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은 도시민을 위해 2007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숙소가 있다는 점에서 일반 주말농장과는 다르다. 앞서 설명한 독일의 '클라이가르텐'과 흡사하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살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된다. 농장에 붙어 있는 전원주택에는 냉장고, 에어컨, TV 등이 구비돼 있어 추가로 가져갈 살림살이가 거의 없다. 방은 다락방을 포함해 2개이고, 거실과 욕실이 있다.

입주자는 임대료 최고금액 응찰자로 선정한다. 임대료는 대체적으로 연간 약 400만~500만원 수준으로 월세로 40만원을 내는 셈이다. 현재 양평 봉상리 등 17지역·85가구가 운영되고 있다. 체재형 주말농장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경기농촌체험관광 홈페이지( http://kgtour.gg.go.kr)를 보거나 또는 경기도청 농업정책과(031-8008-4422)에 문의하면 된다.

- 세컨드하우스용 전원주택은 화려하고 크게 짓기보다는 경제성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세컨드하우스 마련시 주의점

세컨드하우스 마련은 메인하우스를 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금운용이나 앞으로의 생활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땅을 매입하고 집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이 살 보금자리이기에 다양한 지역을 직접 답사하는 등 발품을 파는 게 더욱 중요하다. 전원생활에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진 곳인지, 도로와 하수도 등 인·허가에 문제가 없는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한적한 전원생활을 원한다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괜찮지만 너무 외진 곳은 여러 가지 불편이 따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땅을 매입해 세컨드하우스를 지을 경우는 건축허가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등 충분한 정보를 수집한 뒤 임해야 한다. 주택을 짓지 못하는 땅,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 계곡과 접해 전혀 활용할 수 없는 땅을 구입하거나 또는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 등의 사기를 당할 수 있다.

전원주택 단지로 이미 조성된 땅을 구입할 경우는 건설업자의 공신력과 실행능력을 충분히 알아봐야 한다. 이 경우 어느 정도 기반공사가 완료돼 있는 것이 좋다. 최근 기획부동산이나 무허가 중개업자 등이 장밋빛 개발청사진을 제시하며 건축허가도 나지 않는 땅을 대지로 속여 파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각종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농촌체험교실 등을 통해 직·간접적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전원생활을 시작한 선배들의 경험담을 참고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땅을 사기 전에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체재형 주말농장을 활용해보거나 매물이 많지는 않지만 전원주택을 전세로 얻어 생활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편 최근 전원주택 트렌드는 실속 있는 작은 집이다. 외관상의 화려함이나 큰 규모보다는 경제성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에너지 절약 등 관리비가 적게 드는 실용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게다가 무작정 화려하고 크게 지으면 관리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다. 관리를 게을리하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팔고 떠나고 싶어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환금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세컨드하우스의 경우 1억~2억원대의 비용으로 330~1000㎡(100~300평) 땅에 33~100㎡(10~30평) 크기의 집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또 규모가 작아야 제도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660㎡(200평), 주택 연면적 150㎡(45평), 기준시가 2억원 이하여야 '농촌주택'으로 인정받아 1가구2주택에 적용되지 않는다. 즉, 양도세를 물지 않는다. 이 한도를 넘게 되면, '농업인'으로 등록하고, 농사를 지어야 1가구2주택 적용을 피해갈 수 있다.

세컨드하우스 유형별 사례 탐구

"텃밭 일구며 전원생활 즐기고편안한 노후생활하기에 그만입니다"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한 사람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은퇴를 곧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 이미 은퇴를 한 노년층, 30대 젊은 부부 등등. 그뿐만 아니라 세컨드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의 목적도 제각각이다. 세컨드하우스를 어떻게 마련했으며,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리고 이들의 전원생활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본다.

- 경기도 가평 현리의 장현철씨(가명)의 세컨드하우스. 가운데에 컨테이너로 지은 농막이 보이고 그 왼편 위가 포도밭, 아래편이 고추 등을 심은 텃밭이다. 세컨드하우스의 용도는 대체로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주말주택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인 사항이고 궁극적으로 귀농용, 투자목적용, 노후정착용(귀촌용), 노후생활용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귀농형은 은퇴 후 세컨드하우스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것이고, 투자목적용은 주말주택으로 활용하면서 전원생활을 즐기다가 가치가 올라가면 팔고 떠나려는 것이다. 노후정착용은 은퇴 후 도시의 집을 팔고, 아예 세컨드하우스에서 정착하는 것이다. 노후생활용인 경우 은퇴 후에 전원주택을 메인하우스로 쓰고, 도시의 집을 세컨드하우스로 역할을 바꾼다. 그렇지만 이는 편의적으로 분류한 것이고 실제로는 이 몇 개가 조합된 사례도 있을 수 있다. 이밖에 경기도에서 도시민의 전원생활을 위해 운용하고 있는 체재형 주말농장은 임대주택이기에 주말주택용으로 주로 활용된다.

귀농용

서울 자양동에 사는 장현철씨(가명·56)는 가평 현리에 주말이면 내려가는 생활을 벌써 13년째 해오고 있다. 그는 이곳 땅 6600㎡(2000평)에 컨테이너를 이용해 농막과 창고를 지은 뒤 포도농사와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다. 현재 방송사 고위 간부인 그는 40대 초반에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이후 전원생활을 준비했다.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자양동 집에서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곳에 주말농장을 마련한 것이다.

그는 계곡 사이로 개울이 흐르는 이곳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든다는 티를 내면서 시가보다는 20~30% 높게 매입했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 그가 들인 돈은 약 1억5000만원. 10년이 넘으면서 가격도 5배 가까이 뛰었다. 투자목적으로 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그동안 부부가 주말마다 함께 와서 이 땅을 개간해왔다. 처음 매입할 때 초등학생이던 두 자녀는 20대 중후반으로 훌쩍 컸다. 아이들은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주말농장에 흥미를 느껴 이곳을 따라 왔지만, 현재는 잘 오지 않는다고 한다.

비록 장씨 부부는 주말에만 이곳에 왔지만, 10년을 넘게 다니며 가꾸고 일구고 해서인지 농가와 텃밭, 포도밭이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장씨는 주말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맑은 공기 속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게 된 덕분이다. 그리고 텃밭에서 가꾼 완전 유기농 채소는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장씨 부부는 비닐하우스에서 대량으로 가꾼 채소와는 맛과 향을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은퇴하면 주중에는 가평 현리에서, 주말에는 서울에서 살려고 한다. 장씨는 궁극에는 포도농사를 하려고 한다. 귀농인 셈이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5년 전에 돌밭이던 3300㎡(1000평) 땅을 개간해 포도나무를 심었다. 몇 년 전부터 포도가 열리기 시작해 올해에는 4㎏ 박스로 50상자를 수확했다. 넓은 땅에 농사를 지은 것치곤 상당히 적은 양이다. 이는 주말에만 관리를 한 탓에 대부분의 포도나무에 해충이 생겨 온전하게 수확을 못했기 때문이다.

가평 일대에는 포도 재배를 많이 해 '사부'로 삼을 만한 이웃들이 많다. 장씨는 이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그는 주말에 이웃들과 함께 트레킹을 한다거나 주중에는 서울 집으로 초청해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는 등 이웃과의 관계에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있다. 은퇴 후 귀농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 은퇴후 포도농사를 지으려는 장현철씨(가운데)는 이웃들과의 유대관계에도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투자 목적용

서울 강남에 사는 유영화씨(가명·59)는 공구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에 총 2억원을 들여 전원주택 단지의 대지를 사서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만들었다. 유씨가 이곳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한 주된 목적은 주말농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은퇴 후에도 서울과 횡성을 오가며 전원생활을 할 것이다.

다만, 그는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면서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바로 투자목적이다. 그는 이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다가 싫증이 나면 팔고 나갈 생각이다. 환금성과 투자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씨는 세컨드하우스용 전원주택을 땅콩주택으로 지었다. 이 땅콩주택은 2가구가 살 수 있도록 벽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분리돼 있다. 현관도 당연히 2개다. 한 집은 방이 2개, 거실 1개, 욕실 2개이고, 또 하나는 거실 1개, 다락방 1개, 욕실 1개다. 한 집은 임대를 줘 임대료를 받으려고 한다. 그가 안흥을 택한 것은 접근성이 좋아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강남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해 새말IC로 빠져나가면 1시간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평창올림픽 개최로 인접지인 횡성도 발전가능성을 높다고 봤다.

텃밭은 앞에 조그맣게 있다. 텃밭은 너무 넓으면 관리하기 힘들어서 줄여가는 추세라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텃밭이 작은 것이 환금성이 좋다고 판단했다. 유씨는 안흥찐빵으로 유명한 이곳이 식문화도 얻을 것이 많다고 기대하고 있다.

노후 정착용

서울 영등포에 사는 김지태씨(가명·39)는 세계적인 IT(정보기술) 기업을 다니다가 현재는 사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는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등 직장생활을 너무 빡빡하게 하다 보니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도 없었고, 이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김씨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주말만이라도 아이들에게 투자하고 싶었던 것. 또 IT 분야에서 충분한 역량을 쌓았기에 사업을 시작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이에 덧붙여 아이들에게 자연을 체험시키고 싶었다. 전원주택에 정착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주말에만 가서 생활하는 세컨드하우스를 구입키로 했다. 그는 직접 현장에 가서 매입할 세컨드하우스를 살펴봤다. 그래서 찾은 것이 충주 '봄뜰 전원마을'이다. 1억5000만원에 이 별장형 전원주택을 매입했다.

그가 현재 서울에서 살고 있는 곳은 주상복합이다. 때문에 변변한 놀이시설이 없다. 김씨 가족은 주말마다 이곳에 내려오는데, 다슬기도 잡고 물놀이도 하고 채소도 기르는 등 자연을 벗 삼아 뛰어노니까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그가 이곳을 고른 것은 은퇴 후 노후생활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세컨드하우스로 활용하다가 은퇴 후에는 아예 이곳에 정착할 생각이다. 강원도 홍천에도 비슷한 가격대의 전원주택이 있었지만, 이곳이 더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여서 이곳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북충주 IC 인근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점도 이곳을 선택한 이유다. 게다가 충주 시내가 인접해 있어 노후생활도 편리하고, 충주에 지인이 살고 있어 노후에 정착해도 외롭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 횡성 안흥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한 유영화씨(가명)는 전원생활 외에 투자목적도 갖고 있다. 노후 생활용

경기도 분당에 사는 정유경씨(여·가명·45)도 몇 달 전에 충주 '봄뜰 전원마을' 입주민이 됐다. 이곳을 택한 것은 분당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지어놓은 집을 꼼꼼히 살펴보니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고, 주말마다 두 자녀들도 같이 내려와 함께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은퇴 전까지 정씨 가족은 이런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다. 은행원인 정씨는 은퇴 후에는 이곳을 메인하우스로 활용하려고 한다. 분당의 집은 팔지 않을 생각이다. 주중에는 이곳에서 전원생활을 즐기겠지만, 주말에는 분당 집으로 가서 도시 생활을 할 생각이다.

주말 주택용

서울 상계동에 사는 박계현씨(44)는 주말이면 양평 봉상리로 향한다. 그곳에 주말농장이 있기 때문이다. 주행시간은 불과 50분. 박씨는 거기서 1박을 한다. 이곳은 텃밭뿐만 아니라 전원주택이 딸려 있는 체재용 주말농장이다.

주말농장을 갖고 있던 그는 인터넷을 통해 체재형 주말농장을 알게 된 후 이곳에 입주하기로 결심했다. 주말농장은 숙식을 해결하기 어렵지만 이곳은 별장처럼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1년 단위로 임대계약을 하는 체재형 주말농장의 전원주택에는 현대식 주방시설, 에어컨, 냉장고, TV 등이 갖춰져 있어서 별도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대신 박씨는 연간 510만원을 임대료로 내고 있다.

그는 이곳에 오면 아들과 물고기를 잡으러 가거나 공놀이를 한다. 텃밭에는 오이·토마토· 상추·고추 등을 기른다. 아내와 딸도 전원생활을 좋아해 이곳에 오는 것을 즐거워한다. 온가족이 앞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거나 캠프파이어를 하기도 한다. 박씨 외에도 체재형 주말농장에는 4가족이 더 입주해 있어 이웃들과 가꾼 채소를 교환해서 먹거나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도 한다.

올해 4월 입주한 박씨는 이곳이 마음에 들어 내년에도 임대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그는 전원생활이 너무 좋아 2~3년 후에는 아예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곳 주민들과 친해져 근처에 세컨드하우스를 장만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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