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쏭의 미국 식문화 탐험기] 1편 - 해산물 마니아의 뉴포트 랍스터 공수작전

2011. 11. 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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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지 석달 된 셰프 김한송의 좌충우돌 미국 식문화 탐험기, 그 첫번째는 해산물 마니아의 랍스터 공수작전이다. 제대로 된 뉴잉글랜드 랍스터 구이를 위해서는 싱싱한 재료 공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 해산물을 구하기 어려운 미국 땅에서 그의 눈물겨운 분투가 시작된다.

식문화의 멜팅 폿, 보스턴

'영덕횟집' '철수막회'. 한국에서야 흔하디 흔한 것이 해산물이지만 미국은 다르다. 동네에도 횟집이 즐비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해안지역을 제외하곤 회나 생선은 여전히 생소하기 때문. 해산물에 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내게 있어 이건 심각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꽉 막힌 빌딩으로 가득한 맨하탄 거리와 달리 뉴 잉글랜드 지역의 건물들은 유럽풍 고딕 건물이 많은데, 이 지역이 나에게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다름 아닌 '해산물' 때문이다. 한국에서 여성을 유혹할 때 애용되는 비싼 랍스터가 이곳 동북부 지역에서는 넘쳐나는 지역 특산물이기 때문.

미국으로 올 때 가져온 트렁크는 슬림하고 잘 빠진 라인의 맥북 에어나 한정판으로 출시된 플스 게임기 대신 호주 애버리진 마을에서 구입했던 어른 손바닥 크기만한 도마와 빛이 날 정도로 잘 갈아놓은 칼이 전부다. 어쩌면 해산물 요리를 위해서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의 애장품들. 특히 미국에 건너오기 전부터 손을 좀 봐주고 있던 한 뼘 크기의 회칼은 오늘 찾아갈 뉴포트(New port) 랍스터구이의 진수를 위해 준비했다. D-데이다.

매와 같은 눈으로 싱싱한 랍스터를 찾다

살아있는 싱싱한 놈들을 공수하기 위해 뉴포트로 향했다. 뉴포트는 로드아일랜드 주에 위치하고 있는 섬으로 큰 다리를 거쳐야 한다. 꾸덕꾸덕한 영국 날씨를 연상케 하듯 뉴포트로 향하는 내내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

해산물을 싫어하는 미국인들은 여전히 많지만 랍스터와 조개 그리고 새우에만큼은 예외. "죄다 비싼 것들이구먼!"하겠지만 미국에서 랍스터의 가격을 본다면 누구든지 입가에 웃음을 띌 만큼 저렴하다.

뉴포트에서는 정기적으로 매일 장이 서는데 이곳을 이용하면 살아서 펄떡거리는 신선한 랍스터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어부들은 아침에 배를 타고 나가 하루 판매할 분량만 잡아오곤 하는데 사실 이러한 어부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잘 아는 단골이 있지 않는 한 수족관에 있는 양식 랍스터를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영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일단 근처 랍스터 가게에 들려 시세를 물어본다. 3/4라벨에 11불. 뭐 크게 나쁘지 않군. '잘왔어 잘왔어!' 흥분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공부를 했다면 서울대도 가고 남았을 텐데. 역시 식재료를 찾는 나의 집중력은 정말 대단하다. 빛의 속도로 가격과 신선도를 파악하고 결론이 이르기까지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으니 천상 요리사로 먹고 살아야 할 팔자인 건가.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가격에 랍스터를

"리사! 오늘 랍스터 좀 어때요?" "어! 핸송 또 왔어?(한송을 핸송이라고 발음하는 할머니. 그래도 이름을 기억하는 게 어딘가!) 오늘 랍스터 환상적이야. 몇 마리나 줄까?" "오늘 파티가 있어서요. 8마리 주세요." "와우! 네가 우리를 돕는구나! 오늘 한 마리도 못 팔았는데, 넌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아침에 잡아온 랍스터를 해가 떨어질 때까지 단 한 마리도 팔지 못하고 있었다니 갑자기 측은해진다. 하지만 내 코가 석자. 아이스 박스를 열어보자 얼음 사이로 녀석들의 정체가 보인다. 저 싱싱하고 아름다운 붉은 자태를 보라. 아침부터 저 좁은 공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할머니는 싱싱함을 강조하려는 듯 테이블 위에 랍스터를 올려놓고 연신 "Fresh!"를 강조한다. 뭐 이정도 품질이면 훌륭하다. 8마리나 샀는데 한 마리 정도는 서비스로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냉정하게 닫혀버린 아이스박스. 아, 정이 없어. 어쨌든 이렇게 구입한 랍스터 가격은 총 52불! 한 마리당 6.5불 격이다. 살아있는 싱싱한 랍스터의 가격이 단돈 6.5불이라니! 눈앞에 소녀시대가 나타난 것처럼 비현실적인 가격이다. 스타벅스 커피 한잔 값으로 이렇게 엄청난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니, 야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무염버터와 레몬을 산 후 집에 오자마자 요리를 시작한다. 일단 랍스터는 쪄서 먹는 것이 가장 무난하지만 오늘은 그릴에서 구워 먹을 생각이다. 여긴 울진이나 영덕이 아닌 보스턴이잖은가. 오늘은 된장남 스타일로 구이 요리를 하기로 한다. 이곳 사람들은 주로 쪄먹는 '스팀머(steamer)' 방식을 사용하고, 현장에서 랍스터를 직접 쪄서 판매하기도 한다. 대게를 종이팩에서 꺼내니 귀엽게 기지개를 켠다. '미안해 미안해 맛있게 요리해 줄께.' 살아있는 녀석들이 뉴잉글랜드식 환상적인 랍스터로 변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 녀석들 덕분에 이번 파티 분위기는 최고가 될 듯 하다. 친구들도 슬슬 오기 시작하는군. 자, Let's go Party! ■ 셰프 김한송 (www.yoriental.com) 1983년생. 요리팀 7 Star chef 소속으로 수십 여 개의 요리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워커힐과 힐튼 호텔을 거쳐 '아주 특별한 저녁식사'(2009), '셰프의 노트를 훔치다'(2010), '궁극의 메뉴판'(2011) 등 여러 책을 냈으며, 네이버 캐스트 키친 스페셜에 '푸드 스토리'를 연재했다. KBS 이현우의 'SPOON'과 올리브 TV '테이스티 로드2' MC로 활동하던 중 훌쩍 요리 유학을 떠났다. 신혼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그는 현재 美 존슨앤웨일즈대학교 대학원 Hospitality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쏭 셰프가 알려주는 뉴 잉글랜드식 랍스터구이]

1.살아있는 싱싱한 랍스터를 사온다.2.랍스터를 깨끗이 씻어 뜨거운 물에서 5분정도 삶는다.3.적당히 데쳐지면 배를 갈라 버터소스를 끼얹고 그릴에서 구워준다.(250도,15분)4.파슬리 가루를 뿌린 후 레몬즙을 끼얹어 전자레인지에 땡!5.버터소스를 얹어 완성한다.

[글과 사진 = 김한송]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02호(11.11.15일자) 기사입니다] [화보] 최정원, `입은거 맞아?` 착시 누드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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