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만에 5000만원 뚝 .. 박원순에 떠는 재건축시장
[중앙일보 박일한]
박원순 시장
"아무래도 사업이 지연되겠죠. 그러면 부담금이 늘어나고 수익성이 나빠질 텐데…."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사무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사업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새 시장이 재건축 사업에 부정적이어서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집을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를 오늘 하루만 수십 건 받았다"며 "이미 개발계획이 확정된 지역이어서 사업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도 주민들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개포주공 단지 내 상가에 몰려 있는 중개업소들은 썰렁했다. 중개업소들은 "집을 사려는 사람은 물론 문의전화조차 자취를 감추었다"며 씁쓸해했다.
이날 개포주공 2단지 72㎡형은 전주보다 5000만원 떨어진 9억8000만원에, 1단지 52㎡형은 2000만원 빠진 8억7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인근 우정공인 김상열 사장은 "박 시장 당선 뒤 아파트마다 평균 3000만원 정도씩 호가가 빠졌다"며 "사업이 진척되면서 다소 늘어나던 매수세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4단지 36㎡형을 계약하기로 했던 사람이 오늘 아침 '좀 더 기다리겠다'며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맞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찬바람이 거세다. 낡은 도심 주거지를 새 아파트촌으로 개발하는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해질 것이란 전망 때문에 급매물이 늘고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박 시장은 부동산 관련 공약으로 재개발·재건축 속도와 시기 조절을 가장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기 시작했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아파트 주변 중개업소에는 지난 주말 이후 2000만~4000만원씩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주택형별로 서너 개씩 늘었다. 둔촌동 LG공인 곽은경 사장은 "지난주 초 6억2000만원이던 52㎡형이 지금은 5억8000만원으로 일주일 새 4000만원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한강변 개발 계획인 한강르네상스 사업지역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민 반발 등에 부닥쳐 대부분 아직 개발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데 박 시장이 사업 자체를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마포구 합정동 야후공인 정효상 사장은 "사업이 아예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개발 속도가 느려 소형주택 지분이 연초 3.3㎡당 4000만원에서 3200만원으로 빠졌는데 더욱 크게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변 초고층 개발 지역 가운데 속도가 가장 빠른 성수전략정비구역 분위기도 어둡다. 성수동 영동공인 전종득 사장은 "1년에 두세 건밖에 거래가 안 돼 급매물이 어느새 150여 개로 확 늘었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재건축·재개발 구역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분석도 있다.
J & K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더 이상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면 기존 재개발·재건축 지역 가운데 사업 속도가 빠른 지역의 희소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곳들 중에서 소형주택 비중이 높은 구역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먹구름이 낀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소형주택 전망은 앞으로 더욱 밝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임 시장은 임기 내 8만 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원룸 등 소형주택을 짓는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늘릴 계획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단기간에 임대주택을 8만 가구나 공급하려면 매입을 통한 방법밖에 없다"며 "소형주택 소유자에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 jumpcut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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