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아서요"..미국에 퍼지는 한국어 사랑

2011. 10. 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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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의 전 세계 확산과 함께 한국어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공감코리아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어 세계화 정책'을 살펴보고 해외 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어 교육 현장 등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 [한국어, 이젠 세계로]

① 문화부 3대 추진 과제 뭘 담았나② 카자흐스탄 세종교실의 '행복한' 고민

"한국 것이라면 그냥 좋아요"

LA한국문화원에 개설된 세종학당의 종강행사로 지난해 겨울학기때 개최된 한국어 노래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한 수강생에게, 취재 나온 SBS특파원이 한국어와 한국노래까지 배우게 된 동기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의 답변이었다. 이 장면은 서울에서도 방송되었다.

한국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지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동기가 한국에서 취업하거나 한국관련 기업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등 '실용적'인 것이라면 이곳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접해 보고 보다 깊은 이해를 하기 위해서 또는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그 의미를 알고 싶어서다.

즉 한국어를 배우려는 '순수' 한국문화 팬들이 세종학당 수강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문화에 매료되어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이 증가하였고 이들의 한국어 학습 내용에 대한 이해도는 높고 빠르다. 학습 열기에 관해서만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될 것이다.

1980년에 설립된 LA문화원은 캘리포니아와 미국 서부지역에서 우리 문화를 전파해 왔는데 1995년에 한국어교실을 설립하여 캘리포니아의 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왔고 2007년에 '세종학당'이란 대표 브랜드로 편입되었다.

현재 연간 4학기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초급반 3반, 중급반 3반 및 고급반 1개반에 7명의 국어(국문)학, 언어학, 한국학을 전공한 일곱 분의 선생님들이 수업을 맡고 있다.

수강생의 인종별 분포를 보면, 한국어교실이 개설된 1995년에는 수강생중 순수외국인비율이 25%정도였는데 현재는 80%에 이르렀고 특히 초급반은 90%가 다른 인종들로 이루어져 있다.

2008년 이전에는 매년 800여명의 수강생이 한국어를 배워 갔는데 2009년에 960명, 2010년에 1270명, 올해에는 1400명으로 매년 수강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문화원의 수용공간에 한계가 있어 매학기 100여명이 대기자로 등록하고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

수강생 급증의 배경에는 작년 초에 방문등록제를 온라인등록제로 바꾸고 학사관리 전산시스템을 도입하여 수강생들의 편의를 도모한 까닭도 있었겠지만 미국에서도 한국문화에 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A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스터디그룹 모임.

한 번 한국 팬은 영원한 한국 팬

LA한국문화원은 수강생들에게 단지 한국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계절별 특성에 따라 정월대보름 풍습, 한국의 차문화, 한국음식, 한국영화 감상 등을 수업내용에 포함시켜 한국문화와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세종학당은 1년 4학기제이고 한학기는 10주과정에 주당 2시간씩 총 20시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이한 사항은 학기가 종료된 이후에 다음 학기에 등급을 높여 계속 수강을 하는 학생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강의가 없는 학기 중간에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함께 한국문화를 체험하면서 한국어 실력을 쌓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원에서는 이들에게 학습공간을 제공하고 각 반별 조교 한분을 배당하여 돕고 있다. 이 학생들은 함께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하고 한국음식점에서 그와 관련한 토론도 벌이고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한국 노래방에도 함께 가서 열띠게 K-POP을 부르기도 한다.

필자가 LA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한 2009년 2월이후 세종학당에서는 매학기 종강행사로 한국어 말하기 대회와 한국어 노래 경연대회를 번갈아서 개최하고 있으며 입상자에게는 한국음식을 체험하거나 한국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상품권을, 1등 수상자에게는 한국방문의 기회를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

한국어노래대회에서 학생들의 노래 수준은 발음은 물론이고 감정적인 의미까지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고 개최할 때마다 전반적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 것에 고무되어, 필자는 2010년 가을부터 세종학당 수강생뿐 아니라 미국 서부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K-POP 콘테스트를 기획하여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금년 5월 LA에서 제1회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100여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원에서 예선전을 거치고 14팀이 본선에 참가했는데 캘리포니아에서는 물론 멀리 시카고, 애틀랜타, 테네시 등에서도 참가자들이 왔다.

이 행사는 방송을 통해 서울에서도 잘 보도되었고 그간 K-POP 콘서트를 개최하지 않은 문화원들에서도 같은 행사를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본국에서는 전세계 문화원 소재지 K-POP 콘테스트 최우수상 입상자들을 대상으로 결선대회를 금년 가을 경주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세종학당 수강생 출신인 오마 알론소 (Omar Alonso)씨는 금년 7월 헐리웃에서 100여명의 K-POP 팬들이 모였던 플래시몹을 기획·진행했고 방송을 통해 서울에도 보도되었는데 오마 알론소씨는 금년 가을학기에도 등록을 하여 지금도 세종학당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2011 세종학당 가을학기 초급 수업.

한인동포, 한국방송, 유튜브와 SNS는 한류 전파의 숨은 일꾼

"친구 차를 탔는데 신나는 노래가 나오기에 따라 흥얼거리다가 누구 노래냐고 물어 봤는데 '동방신기'였다. 그때부터 동방신기는 물론 다른 한국 가수들의 노래도 좋아하게 되었고, 노랫말의 의미를 알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러 세종학당에 오게 되었다."

한 수강생이 밝힌 한국어 학습계기이다. 이런 사례를 보면 우리 한인동포들이 본인들이 의식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서도 한류 전파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인종의 친구들과 한국음식점을 가거나 한국 영화를 같이 보러 감으로써 한류 전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LA를 중심으로 한 캘리포니아 지역은 한국 공중파 방송들을 위성이나 케이블을 통해 접할 수 있고 DVD판매점도 꽤 있어서 한국문화 전파의 훌륭한 채널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3사가 함께 설립한 온라인 다운로드 사이트도 개설되었다.

한국 드라마는 영어 자막과 함께 방송되어 의미전달에도 이상은 없지만 드라마 시청을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이 생기고 있다.

2011년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여한 초급반 알리나 스톨야로바 (Alina Stoluarova)는 "친구와 드라마에 빠져 살다보니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며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를 LA에서 촬영하면 정말 좋겠다"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한국문화가 상대적으로 잘 전파되어 있지 않은 미국에서도 한류의 흐름이 점차 거세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인터넷과 SNS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거의 실시간에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고 이렇게 형성된 한류팬들이 SNS를 통해서 더 많은 한류팬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2011 세종학당 가을학기 한국어말하기 대회.

"좋은 콘텐츠 많이 만들어 주시면 돼요"

본국에서도 정부차원이나 국회에서 한류를 더욱 잘 전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나 일부 '혐한류'움직임에 대한 대응책등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도 문화원의 사업, 프로그램으로 한류를 뒷받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한류라는 흐름은 우리나라의 대중문화 업계에서 만들어 내고 확산시켜 온 것이 틀림없지만 정부의 정책으로 그 흐름을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지속시켜 나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장작불의 불쏘시개 역할이라고 비유하면 좋을까?

필자가 세종학당 수강생들이나 미국의 한류팬들에게 '한류확산 방안'을 질문해 보면 예외 없이 의아한 눈빛으로 "좋고 재미있는 콘텐츠만 많이 만들면 되지 뭐가 더 있어요"라는 답을 듣게 된다.

우리 대중문화 예술계가 지금까지 해 왔고 앞으로 더 잘 해 나가야 할 일이다. 좋은 콘텐츠는 한류를 확산시키고, 한류의 확산은 한국어 학습 열기를 낳으며, 한국어 학습은 본격적 한류수요를 만들어 낸다.

한류의 확산에 따라 한국어 학습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현 시점에 해외에 나가 있는 문화원에서는 세종학당 운영, 한국영화나 영상물 상영, 미국 영화제에 한국영화 참여, 한국음식 방송프로그램 제작 방영, 공립학교 태권도보급 등 여러 사업들이 한류의 불쏘시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다.

또 본국 정부에서는 좋은 콘텐츠가 양산될 수 있도록 드라마제작 시스템 개선, 콘텐츠 전문 투자조합 활성화, 글로벌 콘텐츠펀드 조성 등 여건조성을 위한 정책들을 펴 나가는 한편 현장 예술가들이 신바람나게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책들을 잘 융합시켜 나간다면 미국에서도 막 일기 시작한 한류의 흐름이 도도한 물결로 번져나갈 것을 확신한다.

며칠 전 퇴근길에 5년 째 LA세종학당에서 공부하는 진 포처린 (Jean Pouchoulen)을 우연히 만났다. 이번에 회사에 휴가를 내고 자비로 한국을 2주동안이나 방문하였다고 한다.

한국에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 "왜?"라는 나의 질문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국이 그냥 좋아서요.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라는 그의 대답에 왠지 모를 흐뭇함에 미소까지 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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