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교육계 CEO 초대석]박철원 한우리독서토론논술 회장
[동아일보]
《한우리독서토론논술 박철원 회장(71)은 칠순이 넘은 지금도 '읽기'를 쉬지 않는다. 신문과 잡지, 각종 전문지까지 챙겨본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장사를 도우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던 게 습관이 되어 지금도 책을 안 보면 책이 '고프다'. 요즘 푹 빠져 있는 분야는 뇌 과학. 2년 전 우연히 뇌 과학을 다룬 기사를 읽은 뒤 관련 도서는 거의 다 찾아 읽었다.
이를 통해 뇌 과학에 관한 이론을 체계화한 그는 한우리의 독서교육 원리가 두뇌발달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확인한 뒤 관련 내용을 현재 진행 중인 '자녀의 성공지능 찾기 핵심전략' 학부모 강연회 주제에 반영했다. 박 회장은 조만간 강연회에 나서 뇌 과학을 기반으로 한 독서교육 원리를 설명할 계획이다. 20여 년을 '독서 전도사'로 살아온 박 회장을 18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사단법인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에서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나라, 대한민국'을 꿈꾸는 한우리독서토론논술 박철원 회장. 그는 "뇌 과학 연구로 효과성이 증명된 독서교육이 미래교육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제공 |
48세. 박 회장이 본격적인 독서운동을 시작할 때의 나이다. ㈜삼구통상 기획부장을 사임하고 사회교육 운동가로 변신한 지 10년 만이었다. 그를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독서운동에 뛰어들게 만든 건 어릴 때 읽은 책 한 권. 도산 안창호 전기였다.
"일제강점하에서 벗어나려면 무력보다도 지식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도산의 교육철학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어느 날 '밥 먹고 살기에 급급하기보단 도산처럼 의미 있는 삶을 살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국민의 교양수준을 높이기 위해 남은 일생을 독서운동에 바치자고 결심했죠."
그는 1989년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를 세웠다. 초창기엔 '한우리독서문화대학'을 개설해 성인 대상 독서교육을 시도했다.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책을 읽어오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릴 적 독서습관 들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 순간이었다.
아이에게 책을 읽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엄마'에게 있었다. 엄마 먼저 독서전문가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1992년 국립중앙도서관 문화학교에 독서지도사 양성과정을 국내 처음으로 개설했다. 지원자가 몰려 반 정원을 늘렸다.
문제는 수업방식.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독서활동은 책을 읽고 줄거리를 요약해 독후감을 쓰는 수준에 그쳤다. 박 회장은 '사고력을 향상시키려면 토의·토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지만 구체적인 교육법을 알려줄 전문가나 이론 서적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듣기 읽기 생각하기 말하기 쓰기 등 5가지 활동이 독서교육을 통해 한 번에 이뤄지면 '이해력' '사고력' '표현력'을 총체적으로 기를 수 있단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선 5, 6명이 모인 모둠 형식의 토론활동이 필수적이었다. 박 회장은 △느낌 및 주제 나누기 △이해력 기르기 △상상력, 창의력 기르기 등 10가지 교육목표를 정하고 '책을 읽고 느낀 감동이나 주제를 글로 쓰고 발표하기' '주인공과 가상 대화하기'처럼 토론에 필요한 다양한 질문방법을 고안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는 현재 독서지도사 양성, 독서 진흥사업, 교육프로그램 개발, 학술문화사업 등 폭넓은 독서운동과 사업을 전개하는 탄탄한 회사로 성장했다. 여기서 태동한 한우리독서토론논술은 유아부터 고등까지 전 학년을 아우르는 독서토론논술 프로그램으로 전국 300여 개 지역센터를 갖춘 독서교육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박 회장은 최근 도서 '뇌를 변화시키면 공부가 즐겁다'란 책을 읽다가 자신의 '감(感)'에서 비롯한 독서교육원리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무척 기뻤다고 했다. 듣기, 읽기 활동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토론을 통한 사고과정을 거쳐 말하기, 쓰기의 표현활동으로 이어지는 독서교육이 뇌 과학에서 말하는 학습능력 향상 사이클과 일치한다는 것.
그는 "독서교육은 교양과 지식을 쌓는 수준을 넘어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는 '진로독서'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되도록 빨리 아이의 진로적성을 찾아 재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진로적성을 찾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독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가 적용한 개념은 '다중지능' 이론.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지능은 언어지능, 음악지능, 자기성찰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인간친화지능, 자연친화지능, 논리수학지능으로 분류된다고 해요. 이 중 아이의 강점지능을 독서를 통해 찾자는 게 진로독서의 핵심입니다. 아이가 어떤 책을 선호하는지 살펴보면 타고난 재능과 숨은 적성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박 회장은 효과적인 진로독서를 위해 추천도서 한 권 한 권마다 분석표를 다는 방안을 구상했다. 도서의 어휘 수준, 줄거리, 추천 이유 등은 물론, 책 내용이 어떤 지능, 어떤 진로계열과 연관되는지 밝혀주는 것.
"요즘엔 창의적 체험활동과 결합한 독서교육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책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을 통해 확고하게 '내 것'으로 만들고 체험효과를 높이는 방식이 될 겁니다. 돈 덜 들이고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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