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주유소 폭발 ②무엇이 문제인가

최종호 2011. 10. 3. 09: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속 허술, 처벌 약해..사고 위험 키워

"대책 안 세우면 같은 사고 더 터질 것"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최근 연달아 발생한 주유소 폭발사고는 주유소 어느 곳이든지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우리 사회에 불안감을 던졌다.

그러나 주유소 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관련 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당국의 허술한 단속과 솜방망이 처벌까지 더해져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사석유 판매금지' 등 관련법 유명무실..사고위험↑

유사석유는 휘발유나 경유에 톨루엔 등을 섞은 '가짜석유'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따라 사용할 수 없다.

정품보다 유증기를 많이 발생시키고 인화점이 낮아 폭발 위험도 크지만 유사석유 판매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유사석유를 팔다 적발된 업소는 2009년 3천40곳, 지난해 2천342곳이다. 올해는 6월까지 이미 1천743곳이 적발됐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폭발 등을 막기 위해 주유소측이 기름을 넣는 차량의 엔진을 끄도록 의무화한 '주유중 엔진정지' 규정도 유명무실하다.

지난 2일 수원 영화동의 한 주유소는 1시간 동안 이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에게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아 13명 중 기자를 비롯한 8명이 시동을 켠 채 기름을 넣었다.

주유소내 금연 규정이 없는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광명시는 내년 3월부터 주유소내 흡연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영업 중인 주유소 직원 가운데 반드시 1인 이상은 위험물 안전관리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수원 고색동의 한 셀프주유소 업주는 "심야시간엔 사고가 날까 불안해서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는다"며 "위험물안전관리자격증 있는 종업원은 없다"고 말했다.

또 주유소는 건축법상 공동주택ㆍ의료시설ㆍ경로당과 25m 이상, 보육시설ㆍ유치원ㆍ놀이터와는 50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

그러나 수원 주유소 폭발 충격으로 유리창이 깨졌던 주택 5채는 주유소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허술한 단속ㆍ솜방망이 처벌 문제

최근 연이어 폭발이 일어난 수원과 화성지역 주유소 사고는 한국석유관리원 등 당국의 허술한 단속과 솜방망이 처벌이 불러온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직원 100여명이 전국의 주유소 1만3천여 곳을 대상으로 유사석유 판매 단속을 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의 한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단속을 나가도 주유기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것이 전부"라며 "유사석유 판매를 적발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1회 적발시 과징금ㆍ사업정지 3개월, 2회는 사업정지 6개월, 3회는 등록취소, 3회 이상은 주유소 면허를 취소하는 처벌수위도 약하다고 지적한다.

석유관리원 유사석유 단속 담당자에 따르면 유사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는 매출의 45%에 해당하는 유류세를 내지 않아 ℓ당 500원가량 싸게 팔 수 있어 매출이 3~4배 늘어난다.

월 매출 3억2천여만원 중 세금과 유지비 등을 빼면 320만원 순이익이 남는 수원 권선동의 한 주유소가 유사석유를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월 순익이 1천여만원을 넘게 되는 셈이다.

이 주유소가 1년 동안 유사석유를 팔아 1억2천만원을 벌고 적발됐다고 가정해도 과징금 5천만원과 3개월 영업정지분 1천만원을 빼면 6천만원이 남는다.

1년간 정품을 팔아 4천만원을 버는 것보다 '남는 장사'가 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이수경 교수는 "과징금 2배 인상, 한 번 적발에 영업정지 등을 비롯해 구매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의 한 관계자도 "80개 항목의 자가점검표와 위험물 관리자, 안전시설 노후화 여부 등을 2~3년에 한번씩 살피지만 점검항목ㆍ기준은 없다"며 "120여명의 검사직원이 주유소를 비롯한 도내 소방시설 13만개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주들 "대책 안 세우면 사고 더 터질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와 시민들은 당국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권선동의 한 주유소 업주는 "유사석유를 파는 싼 업소로 손님이 몰려 양심적인 업주들만 손해 보고 있지 않냐"며 "유사석유를 팔고 싶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환경부가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2012년까지 석유제품 연매출이 300∼500㎥(30만~50만ℓ) 이상 대부분의 주유소에 설치를 의무화한 '유증기 회수장치'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유증기 회수장치는 주유시 공기로 배출되는 유증기를 회수해 유류저장탱크로 돌려보내는 장치로 주유기에 설치된다.

쌓인 유증기는 정유사의 탱크로리 차량이 유류저장탱크에 기름을 넣을 때 압력평형 원리에 따라 탱크로리로 옮겨가고 정유사는 이를 휘발유로 가공, 재활용한다.

수원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기름을 넣기 위해 유류저장탱크를 열 때마다 유증기가 한꺼번에 나와 얼굴을 때린다"며 "스파크가 나면 탱크까지 터지는 것 아닌지 솔직히 겁 난다"고 했다.

김씨는 "유증기는 공기보다 무거운데 주유소 지하실 환기장치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주유소 지하 폭발사고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zorba@yna.co.kr

< 연합뉴스 모바일앱 다운받기 >

< 포토 매거진 >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