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지난 아기가 임대주택 10채 주인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사람 가운데 주택을 10채나 보유한 한 살짜리 아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억대의 외제차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민 주거안정용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은 '가짜 서민'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주거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의 허점과 관리 부실을 파고들어, 편법 상속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은 26일 국토해양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도에 사는 한 살짜리 아기를 비롯해 전국에서 20세 미만인 임대사업자가 3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이 보유한 주택만 193채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국의 주택 임대사업자는 4만3133명이다.

미성년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이 가능한 것은 현행법상 임대사업자의 나이 등에 대해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세제 전문가는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자 상속·증여의 방법으로 임대주택을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을 물려받은 미성년 자녀는 이후 발생한 임대 수익까지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도 이날 국감에서 "1~3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당첨자의 자동차 보유 현황을 확인한 결과, 221명이 외제차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이 보유한 승용차 중에는 시가 1억1182만원 상당의 '벤츠 S550'와 'BMW 730Li'(1억917만원 상당), '렉서스 LS460'(1억1954만원 상당) 등도 포함돼 있었다.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70~80% 싼 값에 공급되는 만큼 당첨자 자격 요건을 엄격히 관리해야 하는데, 정부의 허술한 관리로 '가짜 서민'에게 보금자리주택이 돌아간 것이다.

이들은 주택·고급자동차 보유 여부 등 당첨자의 자격요건을 따지는 기준일(모집공고일)이 지난 뒤에 외제차를 구입하는 '편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경기도 부천에서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 당첨된 A씨는 지난해 6월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시가 7600만원 상당의 '2011년식 벤츠 E300'을 샀다. 같은 시기에 서울시 내곡동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분양받은 B씨도 현재 '2011년식 BMW 528i'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분양 당첨자의 자격요건이 모집공고일 당시 기준으로 결정되는 만큼 이들에게 분양된 보금자리주택은 사실상 회수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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