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정우 "상처 입은 들개 캐릭터 끝.. 연기 인생 2막 시작"

2011. 9. 2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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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정우가 명품 정장 수트가 어울리는 신세대 변호사로 돌아왔다.

사체가 사라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본격 법정 영화 '의뢰인'(감독 손영성, 제작 청년필름)에서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즐기고 의뢰인인 여배우와 원나잇 스탠드도 서슴지 않는 변호사 강성희 역을 맡아 전작 '황해'의 조선족 구남과는 180도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햇볕이 좋은 초가을날 보기 좋게 그을린 얼굴로 사람 좋은 웃음을 건네는 하정우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할리우드 연예계의 뒷얘기를 그린 미드 '안투라지'의 괴팍한 매니저 아리 골드에게서 강성희 변호사의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상처 입은 들개 혹은 야생 동물처럼 방황하는 청년 캐릭터는 '황해'로 끝낼 생각이다. 지금부터 내 연기 인생 2막의 시작이다. 그동안 2차 성징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 청년의 느낌이었다면 앞으로는 좀 더 성숙한 남자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 '의뢰인'이 그 시작을 알리는 영화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톡톡 튀는 신세대 느낌의 변호사를 맡았다.

▲ 원래 시나리오에 캐릭터에 대한 소개가 없었다. 어떤 차를 타는 지 어떤 배경의 인물인지 전혀 안나왔다. 그래서 잠재력도 많았고 내가 색칠할 부분이 많닸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전형적이지만 그것을 방패 삼아 무궁무진하게 입체감을 넣을 수 있겠다 싶었다. 왠지 변호사나 검사는 내 주변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관객들에게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야구를 즐긴다던가 등산복을 입고 출근하는 설정을 직접 제안했다.

- 강성희 역을 연기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줄까' 하는 부분을 가장 우선에 두고 표현했다. 변호사라면 진중하고 무거울 거라 생각하는 예상을 깨고 싶었다.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가 주는 묘미나 반전 같은 것들은 2차적이라 생각했다. 서북 부녀자 살해 사건이나 연쇄 살인범 같은 부분은 전형적인 소재였기에 그 사건을 둘러싼 변호사, 검사(박희순), 피의자(장혁) 세 명과 성동일, 김성령 선배 등 나머지 인물들이 사건을 어떻게 끌고 가고 사건에 어떻게 리액션하는가에 초점을 뒀다.

- 야구를 즐기고 등산복 차림에 도너츠와 커피를 사들고 출근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미드 '굿와이프'를 보면 수많은 군상의 변호사가 나온다. 말을 더듬은 변호사부터 웨스턴 부츠를 신고 오토바이를 타는 변호사가 있다. 강성희에 대한 영감은 미드 '안투라지'의 괴짜 매니저 아리 골드에게서 얻었다. 일에는 진지하고 열정적이지만 평소에는 괴짜에 위트 넘치는 인물이다.

- 박희순, 장혁과 함께 한 소감은.

▲ 박희순 형은 그동안 관객에게 쌓아온 신뢰가 대단하기에 극에서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줬다. (장)혁이 형의 최후 진술 장면은 편집실에서 봤는데 시사회에서 보고 또 놀랐다. 그 장면이야말로 우리 영화의 꽃이다. 대단히 폭발력 있게 표현됐다.

- 두 형님들 중 가장 비중 있는 역이라 부담도 됐겠다.

▲ '의뢰인' 팀에서 가장 막내였는데 많이 편한 부분도 있고 반대로 영화를 끌어 나가야 하는 쑥스러움도 있었다. 박희순, 장혁 형 두 분이 첫 만남부터 저에게 힘을 많이 실어줬다. 현장에서 호흡을 이룰 때도 자신의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힘을 실어주고 편히 연기할수 있도록 도와줬다.

- 함께 술자리나 노래방도 가나.

▲ 후반부에 노래방에 박희순, 장혁, 김성령 선배와 노래방에 간 적이 있다. 혁이 형 혼자 노래를 제일 많이 불렀다. 랩도 잘 한다.

- 초반부 파티 장면에서 춤 추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클럽 같은 곳을 거의 못 가지만 춤 추는 걸 즐긴다. 잘은 못 춘다.(웃음)

- 강성희가 장혁이 맡은 피의자에 비해 기복이 적은 인물이라 서운함은 없나.

▲ 드라마에서 카타르시스를 책임지는 인물은 이전에도 많이 해봤다. '국가대표'의 차헌태도 강성희처럼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가이드 같은 인물이었다. 이런 역할도 충분히 해낼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영화를 많이 못 보는 편이지만 '킹스 스피치'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싸움도 되고 전쟁도 되는 걸 느꼈다. 대사가 칼이고 창이고 방패더라. '의뢰인'에서도 이런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감정의 기복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각각의 주장들이 차가운 파란색 불꽃이 되어 맞부딪히는 방식으로 표현되길 바랐다.

- 연쇄살인마 역에 질린건가.

▲ 30대초중반에 범인 역은 할 만큼 했다. 40대가 넘었을 때 다시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추격자'의 지영민이 10년이 흘렀을 때 어떤 모습이 돼있을지 궁금하지 않나.

- 브로커 역의 성동일과 호흡은 형제 사이처럼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 시나리오를 보고 이 역할은 바로 성동일 형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작사에 강력히 추천했다. '국가대표' 때 호흡을 이룬 이후 형과는 친하게 지내왔고 평소 장난을 많이 치는 사이인데 이런 부분이 영화에도 悶Ы볜?표현된 것 같다.

-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과 호흡을 이뤘는데 벌써부터 기대된다.

▲ 민식이 형 원톱 영화다. '황해'에서 구남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간 것처럼 이번 영화는 민식이 형이 중요하다. 나는 건달로 나오는데 민식이 형에게 큰 영향을 주고 나중에 시련을 당한다. 민식이 형과 내가 16년 나이차가 나는데 마치 청년 같더라. 에너지 자체가 나와 별 차이가 없다. 마치 젊은 사람처럼 혈기 왕엉한 기운을 느꼈다. 정말 뜨거운 열이 훅훅 퍼지더라.

- 차기작으로 할리우드 진출이 확정됐다는데.

▲ 두 작품 정도가 리스트에 올라 있다. 한 작품은 메이저 스튜디오 작품으로 전쟁물인데 여기서는 크레딧의 2, 3번에 오를 정도의 비중이다. 또 하나는 로드무비 형식의 작은 규모의 작품인데 상대역 캐스팅 중이다. 두 명의 친구가 강도짓을 벌이는 내용이다. 한미 합작 영화가 아니고 두 작품 다 미국 자본의 영화다. 10월 넘어서 윤곽이 확정된다.

- 공효진과 현재 촬영 중인 '러브 픽션'도 기대가 크다.

▲ 아 공블리? 괴수 감독님(전계수 감독)이 너무 훌륭한 분이다. 근래 본 시나리오 중 정말 손에 꼽힐 정도다. 거의 첫 로맨틱 코미디 출연인데 지지리 궁상인 삼류 소설가 역을 맡았다. 워낙 유쾌한 작품이라 기분이 자연스럽게 업되는 느낌이다.

- 아직 결혼 계획은 없나.

▲ 40은 넘기지 않을 거다.

- 김기덕, 홍상수 감독과 함께 할 계획은 없나.

▲ 두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나.

- 배우라는 직업에 가장 뿌듯할 때는.

▲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왕성하게 활동할 때의 보람 중 가장 첫 번째가 아버지(김용건)가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볼 때다. 며칠 전 '의뢰인' 시사회에 아버지가 처음으로 친구분들과 함께 오셨다. 잠깐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너무 뿌듯해 하시는 표정을 보며 나도 좋았다.

- 아버지가 평소 조언해주시는 게 있나.

▲ 특별히 얘기해주시는 건 없지만 아버지의 생활을 보며 내가 느낀 건 인간 관계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버지는 평소 작업에 함께한 막내 스태프의 결혼식에도 참석을 하신다. 그 정도로 인간 관계를 중요시하는 모습에서 많은 걸 배운다.

- 40대 이후에는 어떤 모습이고 싶나.

▲ 벌써 40대를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데, 굳이 생각한다면 리차드 기어처럼 '뉴욕의 가을' 같은 멜로 영화를 한 편 했으면 좋겠다. 50이 넘으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연출이나 제작도 하고 싶다. 백남준 선생님처럼 국내 예술가들을 다룬 전기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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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사진= 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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